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2 - 젊은 의사들의 성장, 그리고 김사부가 숨기고 있는 비장의 수

까칠부 2020. 2. 12. 06:35

내가 누군가의 삶을 대신 살아 줄 수는 없는 것이다. 언제까지고 다른 누군가에 기대어 이끄는대로 따라갈 수만 없는 것이다. 언젠가는 홀로 서서 자신의 걸음으로 자신의 길을 가야 할 때가 온다. 그때는 누군가가 자신을 기대고 자신의 뒤를 따르게 될 수도 있다. 그것을 어른이라 부른다. 어른의 일은 그럴 수 있도록 오롯이 온전히 지켜봐주는 것일 게다. 누구도 대신 책임져 줄 수 없는 그의 삶과 그의 길을 위해서.


물론 어른들에게도 저마다의 지나온 길이 있고, 그만큼 겪어 온 일들이 있고, 그로 인해 만들어진 확고한 무엇이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때로 그것을 신념이라, 가치관이라, 요령이라, 정의라, 혹은 멋이라 부르기도 한다. 나는 그렇기에, 혹은 그럼에도 이렇게 살아 왔다. 이렇게 사는 것이 옳다고 맞다고 여겨 왔었다. 그러므로 내가 찾은 답을 너도 따르라. 어른이 꼰대가 되고 마는 이유다. 아이들에게도, 더구나 어느새 머리가 자란 젊은이들에게는 이미 자기만의 길이 보이기 시작할 텐데도 굳이 자신의 방식만을 강요하려 한다.


김사부가 김사부인 이유는 때로 야단치고 다그치고 몰아붙이면서도 결국은 자신의 힘으로 홀로 설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간섭하지 않고 지켜봐주기도 하기 때문일 것이다. 돌담병원의 응급실은 환자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의사들을 성장시키는 훌륭한 기회의 장소이기도 하다. 환자와 싸우지 않고 어떻게 훌륭한 의사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촌각을 다투는 응급환자들을 수도 없이 처치하는 사이 자연스럽게 실력이 늘고 의사로서 자신만의 길을 찾아간다. 그런 돌담병원을 지키기 위해 김사부도 그동안 그토록 필사적이었던 것이다. 자기가 아니면 자기가 지키고자 했던 돌담병원은 자칫 사라지게 될 지 모른다.


하지만 오로지 자기여야만 한다는 생각마저 독선이었음을 깨닫는다. 그런 생각이 얼마나 돌담병원의 다른 사람들에게 부담이 되고 있는가도. 그 또한 자기 아니고는 안된다는 오만이고 독선이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자신이 중심을 지키면서 젊은 의사들에게 하나씩 기회를 열어준다. 아직 자기가 지켜볼 수 있는 동안에. 자기가 이끌어 줄 수 있는 동안에. 자기만의 방식을 윽박지르듯 강요하는 박민국과 비교되는 장면이다. 수술실에서도 자신의 삶에서도 서우진이든 차은재든 모두 독립된 인격들이다. 훌륭히 홀로 설 수 있는 이미 어른들이다.


의사로서 자신들이 지켜야 할 품격과 명예란 무엇인가. 원래 체면과 명예는 다른 것이다. 체면은 남이 알아주는 것이고, 명예는 자신이 아는 것이다. 그래서 의사로서 남들이 무엇을 알아주기를 바라는가. 의사로서 자신은 무엇을 앞세우고 싶은 것인가. 의사라는 권위? 의사라는 직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돈? 서우진이 그토록 따르던 선배를 고발해야 했던 이유였다. 그것이 자신이 지키고자 했던 양심이고 명예였다. 어쩌면 그는 선배 역시 지켜주고 싶었는지 모른다. 의사로서 이래서는 안된다. 자신이 존경하며 따르는 선배라면 더욱.


의사라는 일이, 더구나 수술까지 하게 되면 엄청난 체력을 소모하게 된다고 한다. 물론 내가 의사가 아니니 그냥 들은 이야기다. 하지만 수술실 한 번 들어가면 몇 시간이고 서서 수술을 진행해야 하는데, 더구나 사람이 목숨이 오가는 현장에서 계속 집중하고 있으려면 어지간한 체력과 정신력으로는 절대 버틸 수조차 없는 것이다. 그런데 단지 미용을 위해서 탄수화물을 금지하라? 차은재가 눈물을 보이는 이유인 것이다. 의사가 된 지금도 엄마는 자신을 자신으로 오롯이 보고 있지 않다. 엄마에게 자신이란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서우진과 차은재라는 두 젊은 의사가 의사로서 홀로 서기 시작한 회차였을 것이다. 의사 이전에 인간으로서도 그들은 자신의 발로 홀로 서서 자신의 걸음으로 자신의 삶을 만들어가려 한다. 그런데 하필 두 사람이다. 김사부마저도 보고 만다. 하긴 잘생기고 예쁘기는 하다. 드라마에 로맨스가 필수인 이유다. 주연배우치고 매력적이지 않은 경우가 거의 드무니 항상 곁에 있으면서도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다면 오히려 더 이상한 것이다. 서로 기대고 서로 이끌어야 하는 것은 앞서 간 누군가가 아닌 바로 곁에 함께 걷고 있는 다른 누군가다. 다만 함께 차은재의 차를 찾으러 간 순간 서우진은 다시 채권자들에게 이끌려 어디론가 사라지고 만다. 서우진의 선배와도 만났던 그들은 서우진을 어디로 데려간 것일까?


과연 김사부가 가지고 있는 마지막 카드는 무엇일까? 도윤완이 이사장까지 되었음에도 직권으로 밀어붙이지 못하고 굳이 박민국을 통해 싸움을 붙이려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마지막에 등장한 회장의 비서는 또 어떤 비밀을 감추고 있는 것일까? 아는 이들은 모두가 믿고 있다. 김사부 자신도 그리 자신하고 있다. 그러나 그 수는 아무때고 함부로 꺼내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마지막의 마지막에, 도윤완까지 함께 싸잡아 반격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써야 하는 비장의 수인 것이다. 아마 그런 모양이다.


또 한 사람의 의사가 수술실에서 성장해 간다. 환자 입장에서는 마뜩지 않을 수 있다. 그래도 실력있는 베테랑 의사가 자신을 수술해 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시행착오 없이 성장하는 인간은 없다. 인생에서도 수없이 실수하고 잘못을 고쳐가면서 인간은 하나의 독립된 인격으로 성장해 간다. 아마도 그것은 김사부의 뒤를 쫓는 애송이가 아닌 김사부를 환자로서 치료하는 한 사람의 의사로서 드러나게 되지 않을까. 기대하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