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2 - 삶과 죽음, 의사의 수단과 목적, 박민국의 위기

까칠부 2020. 2. 19. 17:38

"나는 내 실력만 믿는다."


자신과 손잡기를 바라는 도윤완을 향해 박민국이 했던 말이다. 한 편으로 꽤 통쾌한 한 마디였을 것이다. 사람을 믿지 않는다. 인맥이나 세력에 기대지 않는다. 다만 그 다음이 문제다. 과연 무엇을 위해서였는가? 박민국에게 의사로서 자신의 실력이란 어떤 가치를 위한 것이었는가?


한 사람을 위해 다급하게 소생술을 펼치는 장면이 교차되며 보인다. 양쪽 모두 사람을 살리고자 하는 마음은 진심이었을 것이다. 그만큼 필사적이었고 그래서 더욱 처절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한 사람은 살았고 한 사람은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죽고자 했던 사람을 살렸고 살고자 하는 사람을 살리지 못했다. 무슨 차이였을까? 사람을 살리기 위한 수술이었지만 혹시 모를 위험을 무시해야 했던 것은 오로지 개인의 영달과 이익 때문이었다.


그 차이다. 의사로서 박민국은 분명 뛰어나다. 그러니까 오로지 실력 하나만 보고 먼 돌담병원까지 찾아와서 수술받으려는 환자가 있는 것이다. 그것도 대기업 회장의 손자가 다른 의사 다 마다하고 박민국에게 수술받겠다고 입원까지 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그 실력은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가.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가. 박민국의 트라우마와도 관계가 있다. 버스사고 당시 박민국은 다친 사람들을 외면한 채 오로지 자기가 살기 위해 서둘러 도망치고 있었다. 김사부는 환자를 살리기 위해 마지막까지 위험을 무릅쓰고 있었다.


김사부가 팔꿈치가 불편한 상태에서도 끝끝내 수술을 거부하고 수술실을 지키려는 이유는 돌담병원과 돌담병원 식구들, 그리고 그들을 믿고 찾아오는 환자들을 지키고 살려내기 위해서였다. 김사부에게 자신의 실력이란 병원과 병원의 의료진들과 자신들을 믿고 찾아오는 환자들을 지키고 살리기 위한 수단이었었다. 환자 스스로 살기를 원하지 않아도 의사이기에 그들은 살려야 한다. 환자 스스로 치료받기를 거부해도 의사이기에 그들은 어찌되었든 환자를 살려야만 한다. 그보다는 자신의 입장만을 생각한다. 자신의 이해만을 앞세운다. 심지어 자신을 따라 돌담병원까지 왔던 심교수나 양호준조차 안중에 두지 않는다.


서우진이 지키고자 했던 것들. 차은재가 간절히 가지고자 했던 그것들. 그것은 어쩌면 많은 의료인들이 처음 가졌던 다짐이기도 했을 것이다. 사람을 살린다. 사람을 살리는 의사가 된다. 무엇보다 사람을 살릴 수 있는 의사가 되어야 한다. 어느 순간 문득 뒤돌아 봤을 때 자신은 어디 서 있는가? 어디까지 와 있는가? 그래서 응원하고 싶어진 것일 게다. 임현준 자신과 함께 가고자 했던 그 길을 이제는 홀로 오롯이 가고자 하는 후배를 위해서. 원래는 자신이 함께여야 했는데 이제는 그럴 수 없게 되었다. 바로 자신으로 인해. 처음부터 알고 있었을 테지만 인정하기까지 너무 긴 시간이 필요했었다. 하지만 인정이란 때로 너무 쉽고 너무 간단하다.


서우진과 임현준의 갈등이 해결되고 다시 박민국의 위기가 돌담병원에 새로운 긴장을 만든다. 도윤완이 가만 있지 않을 것이다. 재단과도 상당히 밀접한 관계가 있는 인사의 손자였다. 도윤완이 굳이 박민국을 통해 돌담병원과 김사부 부용주를 상대해야 했던 이유가 나오게 될 지 모른다. 도윤완 자신이 직접 손을 쓸 수 없기에 박민국이라는 매개를 통하지 않으면 안되었었다. 김사부가 감추고 있는 마지막 패가 결정적인 순간 드러나게 될 것이다. 진짜 싸움이다. 박민국을 통한 대리전이 아닌 김사부와 도윤완의 진짜 싸움이 시작된다.


목적이 수단이 되고 수단이 목적이 된다. 한 순간이다. 아주 작은 차이다. 그래서 당시 자신은 미처 눈치채지 못할 수 있다. 선의로 선택한 결과가 누적되며 어느새 다시는 돌이킬 수 없게 되어 버리고 만다. 물론 돌아가지 못할 길은 없다. 단지 시간과 수고의 문제일 뿐.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다. 언제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