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양호준인 모양이다. 서우진이나 차은재나 그동안 김사부 아래서 충분히 성장하고 있었다. 아니 처음부터 충분히 많은 것을 가지고 있던 두 젊은이였을 것이다. 하지만 여러 이유로 억눌려 있던 그 장점과 가능성을 김사부라는 어른의 보호와 인도 아래 비로소 꽃피울 수 있게 되었다. 차은재는 더이상 수술실에서 쓰러지지 않고, 서우진 역시 의사로서 자신의 길을 찾아간다. 전처럼 비겁해지지 않고 숨지 않고 당당히 자신의 길을 찾아 앞으로 나가고자 한다. 그런데 양호준은 처음 돌담병원으로 내려온 그때 그 모습 그대로다.
자신의 후배이기도 한 서우진과 차은재가 수술실에서 웃으며 환자를 치료하는 동안 자신은 원장인 박민국의 심부름이나 하고 있었다. 김사부의 관심어린 보호와 가르침 속에서 하나씩 경험을 쌓고 실력을 늘려가는 사이, 그렇게 서로 함께 웃으며 배려하고 협력하는 그 동안에도 자신은 원장으로부터 있는대로 무시당하며 의미없는 심부름이나 하는 처지인 것이다. 그렇다고 이제와서 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왔다 여기는 것이다. 박민국 교수에게 자신의 인생을 걸었고 그것이 옳다고 여기며 살아온 것이 지금까지의 자신의 삶이었던 것이다. 차라리 서은재나 차은재를 부러워하기보다 그들을 원망하며 그들이 가진 것을 부수기를 바란다.
증오란 절망의 다른 이름이다. 분노와 증오는 다르다. 분노는 목적을 가지지만 증오는 대상만을 갖는다. 서우진이 돌담병원에서 사라진다고 양호준의 미움이 사라질까? 서우진의 모습이 사라진다고 그로 인한 마음의 그늘과 얼룩이 그대로 사라지게 될까? 박민국이 그동안 끊임없이 악몽처럼 김사부 부용주를 의식해 온 것도 그래서인 것이다. 환청처럼 계속해서 들어야 했던 부용주의 비난이란 자신의 내면에서 비롯된 것이었었다. 부용저처럼 될 수 없고 부용주처럼 할 수 없는 자신에 대한 원망이 절망이 그 미움의 대상을 찾는다. 확실히 그런 점에서 양호준은 박민국을 서우진은 김사부를 닮았을 것이다.
멈출 수도 뒤로 물러설 수도 없는 박민국의 무리한 수술이 또다시 계기가 되어 주려는 모양이다. 양호준의 사주를 받은 임현준이 서우진의 채권자들을 끌어들여 그를 다른 병원으로 보내려 한다. 김사부의 이름을 들먹이는 사채업자의 협박에 서우진은 어쩔 수 없이 굴복하고 만다. 그러나 이미 양호준은 내면에 동요를 일으키고 있고, 수술은 불안하게 시작되려는 중이다. 그럼에도 서우진은 자신의 새로운 길을 위해 돌담병원을 떠나게 될 것인가. 다시 돌담병원에 남아있을 수 있을 것인가. 병원이 반드시 돌담병원만 있는 것도 아니고, 의사로서의 길이 돌담병원에만 있는 것은 더욱 아닐 터다.
산업재해에 대한 김사부의 일갈은 한 편으로 공중파에 어울리는 꽤나 공익적인 부분이었다. 사실 몰라서 당하는 경우가 현실에는 더 많을 것이다. 공교육을 통해 가르쳐야 하는데 대학입시에 바빠 그럴 겨를이 없다. 드라마를 통해서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었으면. 그냥 포기만 해서 될 일이 아니다. 양호준과 박민국에게도 들려주고 싶은 말이었는지 모른다. 포기하는 순간 절망은 현실이 된다. 설사 희망이 없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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