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같잖은 어느 팬덤...

까칠부 2010. 3. 12. 18:02

솔직히 짜증난다. 말도 안되는 이유들로 자기 아이돌을 지키려 달려드는 팬덤이란. 그러나 그보다 더 보기 안쓰러운 팬덤이 있으니, 팬이 자기 실드치기 부끄럽다는 이유로 자기 아이돌을 디스하는 팬덤이다.

 

과연 자기 아이돌조차 지키지 못하는 팬덤이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자기 좋자고 자기 아이돌을 내던지는 팬덤이란? 그리고 그런 팬을 보는 아이돌의 심정이란?

 

비판과 비난의 경계를 묻는다. 간단하다.

 

어머니가 야단을 치신다.

 

"너 이번에 성적이 왜 이래? 지난 번보다 떨어졌잖아? 다음에는 잘 하자?"

 

여기까지는 비판이다. 그런데,

 

"너는 도대체 누굴 닮아서 그 모양이니? 너 그래서 사람구실이나 하겠어? 죽어라! 죽어!"

 

아무리 어머니더라도 여기까지 오면 시험성적이고 뭐고 속에서 울컥 치밀어오르는 게 있다. 비난이다.

 

즉 특정한 사안에 한정해서 야단을 치든 하는 것이 비판이라면, 그것을 넘어서 상대의 인격마저 건드리는 것이 비난이라 할 수 있다. 비판이 상대로 하여금 잘못을 깨닫고 바로잡게 한다면, 비난은 상대를 상처입히고 좌절하게 만든다. 전자가 독립적인 인격을 가진 존재로서 스스로 바로잡기를 전제로 하는 것이라면, 후자는 인격은 커녕 종속적인 객체로써 단지 상대를 소유하고 지배하려는 욕망에 불과할 뿐이다.

 

우리나라 부모님들이 그렇다. 자식을 자기 소유로 여긴다. 그래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히고, 그 인격에 흠집을 내고, 그렇게 절망하여 자포자기하게 만든다. 자신에게 전적으로 의지케 하고자.

 

하긴 그런 부모들 밑에서 자라서일까? 인간들이 비판과 비난의 경계를 제대로 모른다. 뭐가 비판이고, 뭐가 비난인가. 노래 못하면 노래 못하는 것만 가지고 이야기하라는 것이다. 노력을 하네마네 가수가 왜 되었냐는 둥 인격 자체를 건드리지 말고. 그러나 그런 구분조차 못하는 주제들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주제들로 당당히 비판한다며 실드치기 귀찮다는 이유로 자기 아이돌을 내던져버리고.

 

다른 사람도 아닌 팬으로부터 그같은 소리를 듣는 아이돌의 심정은 어떨까? 더구나 같은 팀 안의 동료와 비교해가며 그같은 디스를 한다면. 그래도 상관없다는 거겠지? 버리겠다는 것일 테니까.

 

보다 놀랐다. 내가 그동안 많은 팬덤을 봤지만 이렇게 대놓고 자기 아이돌 디스하는 팬덤은 처음 봤다. 처음부터도 그랬다. 내가 특정인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을 때, 정작 그를 내 앞에서 디스하던 것은 그 팬덤 내부의 인물이더라는 것이었다. 아마 스스로는 생각하겠지. 나는 참 이성적이고 냉정해. 팬덤이 그래서 어디다 쓰게?

 

아무튼 별 것 아닌 일로도 고작 자기 욕먹기 싫다고 알아서 먼저 나서서 자기 아이돌 디스하고, 자기 아이돌 디스하는 다른 사람들의 주장에 동조하는 모습이라니. 확실히 팬덤과 거리를 두기를 잘했달까?

 

괜히 저런 모습에 또다시 상처같은 것 입지 않기를 바라며, 보지도 말고, 듣지도 말고, 신경쓰지도 말고, 아직도 충분히 사랑스럽고, 사랑하는 이들이 많음을 기억하기를 바란다. 아직도 자신에게 많은 장점과 가능성이 있고, 그것을 눈여겨 보는 사람들도 있음도.

 

하여튼 보다보다 원 별... 누구 말마따나 전통적인 아이돌과 팬덤의 시대는 저문 것 같다. 이런 못 볼 꼴도 다 보고. 다른 팬덤도 이러던가? 재미있다기에는 입맛이 쓰기도 하고... 같잖달까?

 

팬을 배신한 아이돌이라는 것도 꼴같잖기는 하지만, 아이돌을 내버린 팬 역시 우습기는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그럴 거면 차라리 갈아타던가. 그래서 개인팬이라면 우선해 차단을 먹이는 것일 테지만.

 

어쨌거나 덕분에 그동안 그리 성가시던 다른 팬덤이 귀여워 보이기 시작했다. 저런게 팬덤이라. 새로운 깨달음이다. 그것 하나 정말 고맙다. 앞으로 다른 팬덤을 조금 더 관대하게 볼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