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청춘불패 - 이것이 청춘불패가 추구하고자 하는 바인가?

까칠부 2010. 3. 13. 00:47

1. 일단 청춘불패는 두 주는 보고서 판단을 내리기로 했다. 한 주 망하면 한 주 흥하고, 한 주 흥하면 한 주 망하고... 지난 주 망했으니 이번 주 흥하는 거야 당연하고, 예고편 보아하니 다음주는 글쎄...

 

2. 그럼에도 재미있었다. 일단 맥을 끊는게 없었다. 억지예능도 없었고, 콩트도 없었고, 김신영 역시 전과는 달리 굳이 나서서 자기가 웃기려 하기보다 웃음의 흐름을 만드는데 주력하고 있었다. 솔직히 이제는 김신영만 봐도 짜증이 나려 했는데, 오늘은 진짜 자기 역할을 다 했다고 본다. 하면 되는데도...

 

3. 푸름이 코 뚫는 것으로 만들어진 상황은 적절하게 시트콤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었다. 나쁘다는 게 아니다. 좋다는 거다. 사람들이 보여 어떤 사건이나 상황에 반응을 보이다 보면 그게 어떤 일관된 흐름을 이룰 때 그것은 마치 미리 짜놓은듯 자연스럽게 흐르게 된다. 물론 아주 자연스럽지는 않고 약간 걸리는 것도 있었지만 이만하면 아주 훌륭하다 할 만하다. 캐릭터나 관계가 분명하게 잡히지는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자기를 연기하는 모습이 그 자체로 캐릭터가 되고 관계가 될 듯하다. 구하라가 하라구를, 효민이 효민을, 써니가 써니를, 현아가 현아를, 기승전결이 제대로 짜여진 한 편의 재미있는 시트콤이었다.

 

4. 농기계 배우러 가면서 간만에 대결구도 잡은 것도 괜찮았다. 아이돌버라이어티스럽게 악의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순수한 경쟁이며 게임이었다. 이긴 사람에게도 진 사람에게도 이기고 지는 것보다는 농기계 운전을 배우고 게임을 한다는 그 자체에 목적이 있는 듯 자못 상쾌하기까지 했다. 대결을 하더라도 이렇게. 아마 앞으로도 농사일 하면서 이같은 대결구도는 꽤 재미있을 듯 하다. 내기할 것 많다. 농사짓다 보면.

 

5. 지난주에 이어서 거의 다큐멘터리 분위기였다. 그러나 차이가 있다면, 바로 내가 지적한 수다. 진짜 시끄럽더라. 재잘재잘조잘조잘 뭔 말들이 그리 많은지.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시끄럽고 부산했다. 왁자하고 어수선했다. 그래서 눈을 떼지 못했다. 당연히 하라구와 현아, 유리, 효민, 선화, 나르샤, 써니, 작은 동작 하나 말 한 마디가 그리 개구지고 재미있어서. 크게 웃기는 것은 없지만 그냥 그러고 있어도 그림이 나온다는 것이 아이돌만이 갖는 매력이다. 그냥 농기계만 운전해도 그림이 된다. 이야기가 되고. 이 좋은 재료를 가지고 그동안 억지예능이나 했으니, 최고급 한우 가지고 불고기양념장에 재워 굽는 것과 무에 다를까. 역시 리얼버라이어티란 시끄러워야 하는 것이라...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었다.

 

6. 역시 곰태우에 대한 기대가 크다. 뭐랄까... 곰태우와 있으면 프로그램에 활기가 다르다. 김신영이 멤버들과 함께 웃기려 한다면 곰태우는 멤버들과 함께 놀려고 든다. 다른 출연자들과도 곧잘 어울리며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오늘도 농기계 배우러 가서 거기 여강사분과 장면을 만들었다. 예의 그 짓궂고 장난스러운 자신감넘치는 캐릭터로서. 그같은 친화성은 곰태우의 가장 큰 자산이다. 청춘불패를 통해 키워가기를바란다.

 

7. 한선화의 예능감은 과연 진짜다. 대본이든 준비해 온 것이든 거기에서 재봉틀 드립이란. 전혀 예상치 못한 멘트야 그냥 쓰러지고 말았다. 준비해 온 것이더라도 그같은 천연덕스런 연기력은 정말 대단한 것이다. 바로 그런 것이 예능감일 테니. 백지캐릭터를 프로그램 안에 자연스레 녹여내는 법을 알아낸 것 같아 다행스럽다.아이돌로서는 모르지만 예능인으로서 장래가 기대되는 아가씨다. 재미있었다.

 

8. 그리고 하이라이트는 아니나다를까 하라구. 오늘은 머리스타일부터가 마음에 들었다. 앞머리만 묶어 넘긴 것은 활동적으로 보이면서도 무척 귀여운 느낌을 준다. 오늘의 과제와 가장 어울리는 머리스타일이 아니었을까. 여성적인 매력과 귀여움과 활동성이 함께 느껴졌다. 누가 한 것인지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말이며 행동 하나하나도 애교가 있고 재미가 있었다. 확실히 초창기 하라구의 모습 그대로였다. 내가 기대했던 모습 그대로이기도 했고. 너무 반가워서... 보는 내내 눈을 떼지 못했다. 항상 나의 베스트.

 

그리고 마침내 농기계 자격증 취득에 도전하게 되었더라. 과연 누구의 뜻인가? 우연인가? 아니면 계획된 장면인가? 어찌되었든 농기계 자격증 취득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분량일 텐데, 장차 농사일 하다 보면 농기계와 더불어 그것은 하라구의 청춘불패에서의 역할이자 캐릭터가 되리라. 관계가 나오고 장면이 나오고, 아니 그 자체로 사건을 일으킬 수도 있겠지. 결국에 하라구가 하는 바에 달리기야 하겠지만 상당히 유리한 지점을 허락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과연 우연인가? 아니면 누군가의 의도인가? 어쨌거나 나로서는 기분이 좋은 결론이었다. 앞으로 하라구의 활약을 지켜볼만 하겠다.

 

만일 PD나 작가의 뜻이라면? 그저 만세를 부를 뿐. PD님 만세! 작가님 만세!

 

9. 그나저나 유리가 신종플루라는데 건강은 괜찮은가 모르겠다. 그리고 다음주 유리를 대신하는 게 소녀시대 수영... 나는 수영 스타일의 예능을 무척 싫어하는데. 아무튼 유리도 빨리 나았으면 좋겠다.

 

10. 아예 대본이 그렇게 나온 것인지, 우연인지는 모르지만 세 번의 대결이 모두 속도와 안정성, 완전성의 대결로 흘렀다는 점은 주목할만하다. 대본이든 의도이든 농기계라는 것의 중요성을 그로써 더욱 강조해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더 빠를 필요 없다. 더 정확하게, 더 안정적으로, 안전을 최우선해서...

 

11. 어찌되었거나 최종결론은... 재미있었다. 최근 가운데 최고... 까지는 아직 성급하고 기대한 만큼 목적에 충실한 예능을 만들어냈다. 재미의 여부는 별개다. 과연 시청자를 설득할만한 나름의 고유성이 있는가. 시청자로 하여금 납득하게 만들만한 설득력이 그 안에 있는가.

 

오늘의 청춘불패는 그런 것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까는 모르겠지만 오늘처럼만 한다면 설사 불만이 있어도 딱히 청춘불패라는 자체에 시비를 걸기는 어려우리라. 그것이 곧 청춘불패 그 자체라는 뜻일 테니. 의미깊었던 한 회였다 생각한다. 물론 다음주를 봐야 알겠지만.

 

12. 하라구가 농기계 자격증은 따내는 모습을 기대하며, 청춘불패의 다음주도 - 상당한 불안과 함께 기대해 보겠다. 더도덜도 말고 오늘 만큼만. 아니 오늘에 딱 턱까지만이라도. 오늘은 아주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