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청춘불패 - 리얼버라이어티에서 가장 중요한 예능감은 팀웤이다!

까칠부 2010. 3. 13. 09:43

아마 예능감이란 예능 나와서 웃기는 능력을 말할 것이다. 그러나 내 지론이라는 게 리얼버라이어티에서는 나와서 굳이 웃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리얼버라이어티에서의 예능감이란 리얼리티다. 즉 자연스러운 것. 무얼 해도 실제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이 첫째 예능감이다.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팀웤. 사실 리얼버라이어티에서 캐릭터와 관계가 중요한 것이 그 때문이다. 리얼버라이어티란 각본 없는 시트콤이다. 배역도 없고 각본도 없이 상황이 주어지고서 출연자들이 만들어가는 한 편의 드라마다. 드라마가 재미있는 이유는? 어느 한 사람의 연기가 좋아서?

 

드라마든 영화든 결국 대부분의 이야기는 캐릭터와 관계로부터 나온다. 대단한 사건을 위주로 한 경우가 아니라면 캐릭터와 관계로부터 이야기가 나오고, 그로부터 개연성이란 것이 결정된다. 전문적인 부분이야 모든 사람이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는 것은 캐릭터이고 관계이며 그 사실성이고 개연성이다. 연기라는 것도 그래서 대부분 다른 사람을보면서 한다.

 

오로지 한 사람만을 위한 드라마를 만든다. 한 사람만을 돋보이고자 드라마를 만들려 한다. 그러나 그 한 사람을 돋보이는 것은 누구인가. 그 한 사람은 누구로부터 돋보이는가.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주위와의 관계가 중요해지고 그들의 디테일한 말이며 행동들이 중요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한 사람이 사는 것이다. 리액션이다. 결국은 리액션일 터다.

 

리얼버라이어티에서 가장 중요한 것도 그래서 사실 액션만큼이나 리액션일것이다. 자기가 웃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만큼이나 다른 사람이 웃기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얼마나 다른 사람의 말이나 행동에 적절히 리액션하여 살리는가. 살리는 것을 넘어 다음으로 이어가는가. 그로써 시청자 입장에서도 그같은 말이나 행동들이 더 크게 다가오고 하는 것이다. 그래야 프로그램도 재미있고.

 

웃기는 캐릭터야 당연히 중요하다. 그래도 버라이어티인데 웃기는 캐릭터가 있으니까 프로그램을 끌어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웃기지 않는 캐릭터도 필요한 것이다. 자기가 웃기기보다는 요소요소에서적절한 리액션으로 분위기를 만들고 내용을 살리고. 굳이 요리에서 여러 재료를 함께 쓰는 것은 그 재료들이 어우러져 서로의 맛을 살리라는 뜻일 것이다.

 

내가 웃기는 것만 생각해서는 리얼버라이어티란 맥락없고 뜬금없는 헤프닝의 연속에 불과하다. 물론 그것도 재미있을 수 있겠지만 그래서는 결코 오래 가지 못한다. 한 개인은 재미있어도 프로그램이 재미없다면 프로그램을 볼 이유가 없으니. 아무리 구하라가 좋아도 프로그램 자체가 재미없으면 결코 못 보는 것이다. 한 개인이 재미있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재미있는 것. 어느 프로그램이라고 안 그렇겠느냐만.

 

그런 점에서 나는 청춘불패 출연자들의 가능성을 높이 본다. 어제도 나왔지만 어린 아가씨들이라 그런지 리액션들이 좋다. 리액션조차도 아니게 서로 친해서인지는 모르지만 스스럼없이 사소한 일로도 놀라고 웃고 떠들고 하는 것이 왁자한 분위기가 있다. 별 것 아닌 것들로도 어느새 프로그램에 집중케 한달까? 별 것 아닌 것들로도 어느샌가 웃음을 머금고 지켜보게 만드는 능력이 있다. 대단한 것이다.

 

사실 예능감 어쩌고 하는 것도 바로 이같은 리액션을 불러일으키는 능력일 것이다. 나아가 이같은 리액션이 있으니 예능감도 있는 것이다. 라디오스타가 그렇다. 어지간히 예능감 없는 캐릭터도 네 MC가 모이면 예능감이 생기게 된다. 라디오스타가 갖는 힘이다. 바로 적절한 액션과 리액션으로 그 사람이 가진 재능과 매력을 남김없이 이끌어내는 것. 그래서 라디오스타 거품이라고도 하는데 - 내가 만든 말이다. -

 

어지간히 예능감이 없어도 나머지가 잘 받쳐주고 리액션해주면 예능감이 생긴다. 아니 예능감 이전에 일단 재미가 있다. 상황이 재미가 있고, 사람이 재미가 있고, 프로그램이 재미가 있다. 그러면 예능감이 있는 것이다. 예능감이 있어서 프로그램이 재미있는 게 아니라 프로그램이 재미있어서 예능감이 있다. 다른 데 가서야 망해도 자기 프로그램에서만 잘하면 또 그것으로 좋은 것이고.

 

어제의 청춘불패는 그같은 가능성을 한껏 열어준 청춘불패였다. 그래. 바로 이런 것이었다. 그래서 조용하다는 것이었고 그래서 수다스러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수다스러우니 출연자들의 작은 말이며 행동조차도 산다. 집중케 하고 재미있게 한다. 그들 자신도 재미있어준다. 무엇보다 그 리액션들이 자연스러웠다는 것이 좋았다. 예능을 한다기보다는 실제 상황이 그리 즐거워 논다는 느낌이랄까?

 

참 그리웠다. 바로 이것이 초창기 청춘불패의 느낌이었다. 청춘불패가 한창 재미있을 때가 이런 느낌이었다. 이같은 왁자함. 자연스러움. 그러면서 드러나는 출연자의 매력이란. 굳이 예능을 하지 않고서도 그래 매력적이고 재미있더란 것이었다. 정말 그립고 좋았던.

 

어제의 청춘불패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던 이유였다. 간만에 청춘불패를 한 번 더 복습할 수 있을 것 같다. 벌써부터 다시 보고 싶어진다는 것은... 초창기 한 3회 정도만 이랬고 한 번도 이런 적 없었는데. 새로이 나갈 길을 찾아낸 제작진에게도 찬사를 보낸다. 더불어 이런 걸 그동안 숨겨왔던데 대한 원망도.

 

어느 한 사람 웃겨서, 혹은 한 사람 한 사람이 나서서 웃긴다고 리얼버라이어티가 재미있지는 않다. 그것은 리얼버라이어티가 아니다. 리얼버라이어티의 리얼리티란 출연자 한 사람 한 사람의 - 아니 모두의 리액션 속에 있다. 팀웤이다. 한 개인이 재미있어서가 아니라 프로그램 자체가 재미있어서. 모두가 재미있어서.

 

물론 아직 어색하고 미숙하다. 전문예능인도 아닌 아이돌에게 그 이상을 바라는 것은 무리다. 아니 오히려 그런 어색하고 서툰 모습에 아이돌다운 풋풋함이 있는 것이다. 그것이 청춘불패의 매력일 것이고. 다듬어지는데는 단지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정말 만족스러운.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모습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