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티아라의 실수와 프로축구의 팬문화...

까칠부 2010. 3. 16. 14:02

원래 별로 경쟁의 여지가 없는 걸그룹들을 두고도 줄세우기하는 것이 사란들 속성이다. 카라팬은 카라팬대로, 티아라팬은 티아라팬대로, 같은 그룹 안에서도 서로 다른 멤버를 디스하며 자기가 좋아하는 멤버를 푸쉬하기도 한다. 누가 더 예쁘네 덜 예쁘네, 누가 더 노래를 잘하네 못하네...

 

하물며 스포츠라는 거다. 스포츠는 경쟁이다. 아니 경쟁 이전의 투쟁이다. 원래 스포츠의 출발이 그랬다. 축구의 시작은 병사들의 하체 힘을 단련하기 위한 공차기에서 출발했다. 우리나라에서 행해지는 제기차기는 그 축구의 또다른 변형이다. 팀을 이루어 룰을 가지고 경쟁한다... 근세 이탈리아에서는 축구를 하다가 죽는 사람마저 나올 정도로 또 과격했었다.

 

말 그대로 무기를 쓰지 않는 전쟁이다. 그래서 그리 일본과 붙으면 어떻게 해서든 이기라 하는 것이고, 유럽에서도 국가간의 감정이 축구를 통해 표출된다. 축구만이 아니다. 야구도, 농구도, 모든 스포츠에는 그래서 네셔널리즘이 들어간다. 특히 집단을 이루어 겨루는 구기종목에서는 더욱.

 

더구나 승부란 이기기 위한 것이기에 사소한 것들마저도 전혀 사소하지 않게 된다. 이겼을 때 입었던 속옷을 갈아입지 않는다는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경기장에 들어설 때 오른발부터 들어선다던지, 운동화 끈을 맬 때는 왼쪽부터 맨다던지...

 

팬이라는 것이다. 팬이란 무언가? 미친 사람이다. 어떤 대상에 미쳐서 그와 동조하여 그와 동화된 사람들이다. 팀의 승리는 자신의 승리다. 팀의 패배는 나의 패배다. 카라의 1위가 팬들에게 1위인 것과 같다. 티아라가 1위하면 티아라 팬들이 기뻐하는 것과도 같다. 그래서 팬 아니던가?

 

참 민감해 있을 때라는 것이다. 그나마 아직 그닥 크게 이슈가 될 시합이 아니어서 망정이지 만일 시합이 1위를 결정하는 것이었다거나, 아니면 플레이오프에 남는가의 여부를 건 시합이었담면 아주 난리가 났을 거다. 그렇게 예민해져 있는 판에 기름을 갖다 부어 버린 것이니. 정말 그나마 다행이었달까?

 

사실 이건 구단측에서도 별로 생각을 못했을 것이다. 워낙에 우리나라 구단들이 그렇다. 특히 FC서울은 나도 가끔 북패니 상암이니 하며 놀리는데, 가장 충성도 높은 팬을 보유하고서도 그 팬들을 배신하고 당시 서울시장이던 모씨와 야합해 서울로 야반도주한 팀이었다. 연고지에 대한 개념도 없고 팬에 대한 개념도 없다. 단지 축구란 모기업의 홍보수단에 불과할 뿐. 과연 티아라의 의상이 전북팀의 유니폼 색깔과 같다는 점에 대해 - 그리고 서울팀이 전북팀과 시합을 벌이고 있는 중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이나 했었을까?

 

그게 문제인 거였다. 워낙 개념없는 구단이다 보니 전혀 그에 대한 생각이 없었고, 따라서 그에 대한 주의도 요구도 없었고, 당연히 티아라가 프로축구팬이 아닌 이상에는 그같은 문화에 대해 알 리 없었을 것이다. 그에 빈해 서울팀의 팬들은 구단이야 어쨌든 프로축구의 한 부분을 이루고 있는 이들이고. 어찌되었든간에 그들은 프로축구를 즐기는 법을 안다. 여기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1차적인 책임은 FC서울의 구단에, 2차 책임은 그럼에도 그런 사소한 부분 하나 챙기지 못한 코어콘텐츠미디어의 무개념함에, 그리고 3차 책임이 아마도 소속사에서 시키는대로 아무 생각없이 경기장에 들어섰을 티아라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성인식에서 전혀 준비도 되지 않은 무대에 그렇게 결정되었기에 오를 수밖에 없었던 카라와 마찬가지로 티아라의 책임은 없다. 단지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것이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을 뿐.

 

서울 팬들 입장에서야 티아라란 그렇지 않아도 진 시합에 불길한 어떤 조짐을 보인 원망의 대상일 뿐이고, 티아라는 그저 시키는대로 무대에 섰을 뿐이고, 결국 잘못은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조차 전혀 생각도 않았던 FC서울 구단과 코어콘텐츠미디어일 것인데... 그러나 누구도 구단과 기획사까지는 돌아보지 않는다는 거다. 카라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드러난 것들만 가지고 비난할 뿐.

 

아무튼 상황이 고약하게 되었다. 다만 바로 솔직하게 사과를 했고, 워낙에 한국사회에서도 변방에 속하는 프로축구의 팬문화에 대해 아이돌이 알 리 없다는 양해라는 것이 있어 그리 커지지는 않을 것 같달까. 단, 그 팬들이 괜히 FC서울 팬들만 자극하지 않는다면. 지금 이대로가 좋다는 것이다.

 

원래 팬문화라는 게 상식으로 이해가 안 되는 것이다. 자기 좋아하는 아이돌 1위 시키겠다고 음반만 몇 장을 사거나, 몇 시간을 듣지도 않는 스트리밍을 돌리거나, 공방을 사생활까지 포기해가며 쫓아다니거나, 읽을 가능성도 없는 글을 쓰거나, 스포츠라고 다를까?

 

연예계만 특별하다 생각지 말기 바란다. 아이돌만 특별한 게 아니다. 축구팬들에게는 자신의 팀이 그들의 아이돌이다. 그만큼 민감하고 그만큼 예민하다. 그만큼 또 열정적이고. 괜한 시비거리는 만들지 않는 것이... 그냥 재수없었다 여기면 되겠다. FC서울 구단과 코어콘텐츠를 비난하고. 그러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