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조규찬이 한 말의 의미 - 음악이 목적이던 시대는 끝났다...

까칠부 2010. 3. 17. 00:13

간단히 그런 거다.

 

블로그에 글을 쓴다. 어떤 글을 쓸 것인가.

 

"어떤 것을 쓰면 사람들이 재미있게 읽을까."

"사람들이 읽고 싶은 건 어떤 것일까."

 

얼핏 둘 모두 크게 다를 것 없어 보인다. 둘 다 읽는 사람을 의식하고 있으니까. 그러나 이 두 가지 서로 다른 입장에는 한 가지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즉 전자의 경우 사람들이 재미있게 읽을까 하는 것은 그 자신이 쓰고자 하는 어떤 것을 전제한 것이다. 이러저러한 소재가 있고 주제가 있는데 이가운데 어느 것이 적당할까. 그것을 어떻게 표현할까.

 

반면 후자는 일단 읽는 사람을 전제로 그에 맞춰 소재든 주제든 정한다. 악질적인 경우는 그것을 노려 낚시를 하기도 한다. 원래 블로그장사란 까와 빠를 상대로 하는 것이니까.

 

음악도 마찬가지다. 어떤 음악을 하고자 하는가. 어떤 음악을 추구하는가. 그러나 과연 대중은 어떤 음악을 좋아해줄까. 자기 음악이 있고 단지 그 음악이 대중과 만나는 접점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다. 음악 그 자체가 목적이되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대중음악으로서 대중과의 소통에 대해서는 고민할 수밖에 없는.

 

반면 대중이 좋아하는 장르나 어떤 스타일만을 쫓아 그에 자신을 맞추려는 사람들도 있다. 어떠한 음악적 고민 없이 기술적으로만 대중이 바라는 음악만을 생산해내는 타입들. 아이돌이 그렇다. 아이돌이란 대중이 욕망하는 바를 기술적으로 생산해낸 대중음악의 공산품이다.

 

조규찬이 말하고자 하는 바도 그것일 것이다. 과거 음악인들은 음악 자체가 좋아서 음악을 했다. 히트를 바라고 성공을 바라기도 했지만 그 전에 음악에 대한 욕망과 갈구가 있었다. 그래서 음반 팔아봐야 인세도 없던 시절에 그리 음반을 내고 공연을 하고 했던 것이었다.

 

반면 지금은 기획사의 상업적 목적을 위해 음악이라는 수단이 쓰일 뿐이다. 대중이 좋아할만한 것, 대중이 소비할만한 것, 대중에 의해 소비될 수 있는 것들만을, 곱게 잘 기술적으로 포장해서 내보이는 것이다. 대중음악이란 이제 어떤 예술적 고민이 아닌 기술적인 능숙함으로 결정되는 시대인 것이다.

 

하긴 소비하는 대중부터가 어느새부터인가 실력이네 어떠네 음악을 기술적으로만 소비하려 들고 있다. 그 음악에 대한 어떤 음악적 고민이나 소통보다는 단지 그 기술적인 부분들에만 천착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그러한 기술을 제공할 수 있는 기획사의 기획상품들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고. 목적은 오로지 대중적인 소비이고 그를 위해 음악이 존재하는.

 

나도 아이돌 좋아하기는 하지만 확실히 이건 정상이 아니다. 음악인이 음악적으로 어떤 성과를 내놓아 그것으로써 대중과 소통해야 하는데, 먼저 대중이 들어줄 것을 고려해 단지 그에 대한 기술적 판단만을 내리고 있으니. 마치 진심도 아닌 것을 단지 방문자수 높이려 억지로 꾸며 하는 낚시성 블로그와 같다고나 할까? 블로그가 돈이 되니까 그런 블로거도 늘었다는 것이다. 원래는 그저 개인과 개인의 소통의 공간이던 것이.

 

물론 대중음악이란 항상 소비되어 왔다. 소비를 전제로 대중음악은 생산되고 유통되었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모든 예술은 대중과의 소통을 전제로 생산되었으니 공산품과 전혀 다르지 않을까.

 

파스타에 대해 쓰면서도 말했지만 조금은 대중도 겸손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음악인도 약간은 더 오만해질 필요가 있고. 음악인은 보다 이기적으로 자신의 에고에 충실할 수 있어야 하고, 대중은 그런 것들을 조금은 겸손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고. 그런 것이 음악적 다양성도 가능케 하지 안을까.

 

아무튼 간만에 조규찬다운 말이기는 한데 그 의미에 대해 받아들이는 입장들이라는 게 참 시대의 변화를 느끼게 해서... 가끔은 나도 그런 낭만적인 시대가 그리워지기는 한다. 음악인이 스타가 되고 영웅이 되고 우상이 되어 대중이 그에 이끌리던. 음악인 자신이 음악적 트랜드를 만들고 대중이 그를 쫓던.

 

너무 똑똑한 대중이라는 것도 정작 그리 도움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구나 그것이 똑똑한 척만 하는 대중이라면. 신해철이나 조규찬이나. 진심이 소비되는 시대는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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