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운동기구 있는 그곳까지 거리가 한 500미터 되는 줄 알았더니 나중에 천천히 걸으며 헤아려 보니까 대략 750미터는 넘는 듯하다. 800미터는 안되고, 700미터는 확실히 넘는다. 그 말은 곧 1.5킬로미터를, 그것도 1시간 웨이트를 하고서도 아무 문제없이 뛸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는 것.
하긴 한 달 쯤 전에도 야밤에 잠이 안와 슬리퍼 신고 산책 나갔다가 지금 뛰고 있는 거리보다 대략 5백 미터 정도 더 뛰었던 적이 있었다. 슬리퍼 신고 뛰는 게 생각처럼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슬리퍼 벗겨지지 않게 신경쓰면서 뛰어야 하는데 그래도 1킬로미터는 그냥 뛰었던 듯. 작년에도 그렇게 걸어서 20분 거리인 직장까지 뛰어서 출근한 적이 있었다. 여기서도 썼었던가?
유산소운동을 안 한 지가 꽤 되었다. 이것도 전에 말한 적 있을 것이다. 처음 운동을 시작했을 때야 실내자전거도 타고 뒷산도 오르고 했었지만 언제부터인가 웨이트 무게에 신경쓰기 시작하면서 효과도 불확실한 유산소운동을 괜한 시간낭비 체력낭비로 여기기 시작한 것이다. 솔직히 일정 이상 근력과 체력이 붙고 나니 뒷산 오르는 정도로는 운동효과를 느끼기도 거의 힘들어지기도 했었고. 그래서 근력운동만 죽어라 했었는데 웬걸? 심폐능력도 지구력도 다 좋아졌네?
하던 일 그만두고 3분할로 루틴을 재구성한 뒤 유산소운동을 시작한 게 바로 지난주부터였었다. 처음에는 집에 있는 스텝퍼 쓰다가 평소 산책코스로 쓰던 개천가 산책로가 아까워서 바로 지난주부터 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오죽 뛰는 게 만만했으면 750미터를 500미터라 여겼을까? 뛰는 동안에는 못느꼈는데 나중에 걸어서 가려니 이게 또 제법 멀다. 그런데 숨이 차기는 커녕 이대로 한 500미터는 더 뛰어도 괜찮을 것만 같다. 그냥 설렁설렁 뛰는 것이 아니라 앞서가는 사람들 죄다 추월하며 다리에 근육통 생길 정도로 뛰는데도 그렇다. 아마 오늘 데드리프트 100kg 반복회수가 줄어든 것도 너무 열심히 뛰느라 하체가 지쳐 버린 때문인지도.
아무튼 유산소운동과 무산소운동에 대한 어느 트레이너의 견해를 몸으로 직접 실험한 결과라 해야 할 것이다. 운동 종류와 상관없이 심박수가 일정 이상을 넘어가면 근육이 유산소호흡에서 무산소호흡으로 전환하게 되는데 결국 이 무산소호흡이라는 것도 나중에 갚아야 할 빚과 같은 것이다. 근력운동을 마치고 나면 숨이 가빠지는 것은 운동하는 동안 멈췄던 유산소호흡에 대한 보상작용 같은 것이다. 이를 애프터번이라 부르는데 운동강도에 따라서 길면 48시간까지도 이어진다. 다시 말해 무산소운동을 해도 결국 외상한 만큼 다시 산소를 갚기 위해서 이후로도 상당기간 깊은 호흡을 해야 하고 유산소운동의 효과와 비슷해진다. 더구나 운동하고 바로 걸어서 출근하고 했었으니.
결론은 근력운동만 하다가 뛰어도 뛰는데는 아무 지장이 없다. 언젠가 어느 유튜버가 하도 근력운동만 했더니 뛰는 것이 잘 안되더라 말한 적 있었던 것 같은데 나의 경우는 반대라 해야 할 것이다. 근력운동 열심히 하니까 하체 근력도 좋아지고 심폐능력도 강해졌다. 다만 이사하기 전에는 이렇게 뛰어다닐만한 공간이 달리 없다 보니 실내에서 스텝퍼나 깨작거리며 밟아대고 있던 탓에 잘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매번 출퇴근할 때마다 뛰어다니려 해도 출근할 때는 밥먹은 다음이고 퇴근할 때는 밥먹기 전이다. 너무 배부르고 너무 배고프다. 백수가 운동하기에는 딱인데.
더불어 처음 뛰거나 달리기 시작하면 바로 장요근 부위가 아파오는 것은 웨이트 할 때와 같은데 다른 점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장요근도 내전근도 풀리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뛰고 나면 서늘해지는 것은 피가 제대로 통해서일까? 괜한 스트레칭보다 달리기가 훨씬 이들 근육들에 더 나을지도. 달리는 것도 만만해졌다는 것이다. 뿌듯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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