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청춘불패 - 드디어 자리를 잡은 것인가...

까칠부 2010. 3. 20. 01:07

어쩌면 오늘의 이것이 가장 이상적인 구도인지 모르겠다. MC노주현, 김태우에 김신영 + G7 해서 G8. MC로서의 부담이 덜어진 때문일까. 확실히 김신영도 이전 재미있어하던 당시의 김신영이다. 역시 김신영은 MC로서보다는 출연자로서 함께 어울려 놀 때 웃기고 재미있다. MC는 아니다.

 

아무튼 지난주도 그랬지만 확실히 노주현이 악역을 맡으니 이야기가 산다. 말이야 바른발이지 농협에서 대출받고 하는게 뭐 그리 이야기거리가 있겠는가. 그런데 거기에 노주현이 고약스런 악덕촌장이 되면서 G8은 선량한 피해자가 되고 대립구도가 만들어진다. 그것은 다시 가지 접붙이기를 하면서 G8을 착취하는 악덕촌장 노주현과 그에 반발하는 G8의 모습이 만들어졌고. 이제까지 그저 시키니까 한다는 것에서 시키는 과정에서부터 노촌장 vs G8의 구도가 만들어지고 나니 한층 이야기가 충실해지는 것이다. 개인플레이는 적었지만 한결 안정된 재미가 있었던 것은 그래서였다.

 

김태우의 MC로서의 역량 역시 괄목할만 하다. 제대로 MC로서의 모습이었다. 정말 이렇게까지 수다스러운 G8이었는가. 하여튼 사소한 것 하나에 수다에 웃음에 장난에... 그 중심에는 당연히 김태우가 있었다. 곰태우로서 이미 G8의 공공의 적으로 악역을 맡은데다, 이번에는 아예 동바오가 되어서는 G8으로부터 당하는 역할까지. 마치 톰과 제리에서의 톰과 같다. 완전 짓궂고 뻔뻔한 악당인데 그러나 결국에는 주인공에게당하고 마는. 짐짓 바보연기를 해 보이며 써니등에게 당할 때는 어찌나 우습던지. 억지스런 개인기가 아니라 자연스런 상황극에서 나오는 웃음이라 그냥 나중에는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난다.

 

그 가운데서도 베스트라면 구하라와 수영이 톱질 시합을 벌이고 그 벌칙으로 눈 위에서 맨발로 춤을 출 때. 그저 벌칙으로 춤을 추는 것인데도 구하라와 곧잘 어울리면서 그 안에서도 장면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번쩍 들어 구하라를 눈밭에 내려놓고, 또 구하라에게 몇 번이나 당해주기도 하고, 그야말로 잘 어울리고 잘 노는, 그러면서도 이야기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단속적으로 끊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계속해서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과연 청춘불패가 예능으로서 추구해야 할 바가 무엇인가. 확실히 김태우와 있으면 분량이 나온다는 것이었다.

 

장난도 잘 치고, 장난을 받아주기도 잘 하고, 나서서 짓궂게 괴롭히기도 하고, 또한 당할 때는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쉽게 당해주고, 그야말로 논다는 느낌? 김태우 자신이 G8과 자연스럽게 어울려 놀다 보니 G8도 김태우와 함께 있으면 자연스러워진다. 그러면서 수다스러워지고, 개구져지고, 어울려 장난도 치고, 이야기도 만들고, 개인기가 아닌 그같은 자연스런 관계 속에 만들어가는 상황극이란 얼마나 재미있는가. 덕분에 구하라도 지난주에 이어 해맑은 웃음을 되찾고 개구지고 활달한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바로 이것이 내가 구하라를 주목하게 된 바로 그것이라. 구하라의 강점은 이런 자연스러움에 있다.

 

무엇보다 고무적이었던 것은 도시의 G8이 농촌에 내려가 살며 농촌일을 배워간다는 처음의 취지도 역시 오늘 충실히 지켜지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농업자금을 대출받고, 대출받기 위해 가지 접붙이기도 하고, 닭장도 새로 짓고, 닭도 새로 사오고, 더구나 그런 가운데서도 지금까지 말한 예능으로서의 재미까지 전혀 어색함 없이 뽑아내고 있었으니.

 

역시나 MC들이 제자리를 찾고 제 역할을 하게 된 때문이었다 할 것이다. 이제까지 그저 일을 시키면 한다, 일 따로 예능 따로였다면, 이제 비로소 MC가 제 역할을 하게 되며 일과 예능이 한 데 어우러지기 시작한 것이다. 일을 하면서도 예능을 하고, 예능을 하면서도 일을 하고, 땀흘려 열심히 일하는 순수와 그 사이사이 보여지는 예능으로서의 웃음과, 원래 그것이 청춘불패가 나갔어야 할 방향이었을 테지만.

 

확실히 노주현의 연륜이 어디 가는 것은 아님을 알겠다. 김태우 역시 연예계밥을 허투루 먹은 것이 아님을 알겠다. 그동안은 아마도 리얼버라이어티에 적응하는 기간이었겠지만, 이제 어느 정도 알고 나니 거침이 없다. 김태우야 이미 전부터 주목한 바고, 노주현까지 저렇게 훌륭하게 자기 역할을 찾아 연기해낼 줄이야. 아직 미숙한 G8을 데리고 그녀들이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스스로 기폭제 역할을 하다니. 노주현이 악역을 맡으니 G8 가운데 따로 설정하지 않고도 갈등구도가 나오고 이야기가 나오고 각자의 역할과 모습들이 나온다.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만이 아닌 G8이 아이돌로서 이미지를 관리하면서도 자기 분량을 챙길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해주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게 바로 MC의 역할이라 할 터인데.

 

사실 지난주까지만 해도 불안감이 있었다. 예고편을 봤더니 이건 이제까지 내가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보던 그런 모습들 아니던가. 그래서 건너뛸까 하다가 그래도 혹시나 싶어 챙겨 본 것이었는데 제대로 대박이었다. 아마 이제까지 가운데 가장 리얼버라이어티스러웠던 청춘불패가 아니었을까. 바로 그 차이란 MC의 존재여부. 이제까지 MC 없이 제각각 각개격파하며 끌어왔던 청춘불패였다면 오늘에 이르러 비로소 노주현과 김태우라는 MC가 제자리를 찾았다고나 할까. 김신영은 G8이 되어 또한 재미를 이끌고. 김신영은 MC가 아닌 출연자일 때 가장 재미있다. 가장 센스가 있는 개그우먼일 것이다. 나로서는 상당히 부대껴하는 수영의 예능감마저 프로그램 안에 녹여낼 수 있었다는 점에서 가히 청춘불패의 승리라 할 만하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그놈의 업소자매... 그게 유일하게 옥의 티였다. 다른부분 다 자연스럽게 흘러가는데 그 부분만 약간은 억지스러운 것이. 설마 업소자매가 그때 한 번 일회성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계속 이어지는 것이었을 줄이야. 더구나 수영과 얽히면서 더 자연스러움을 잃었다는 게.

 

아무튼 또 문제라면 다음주 게스트. 아무리 게스트 나오면 재미있다 했다고 너무 무리하는 것 아닌가? 구준엽과 옥주현이라면 나도 환영하는 바지만 이렇게까지 안정된 구도가 만들어졌는데 굳이 외부게스트씩이나. 관계가 만들어졌으면 그것을 확정해가야지 외부게스트로 흐트리는 것은 결코 좋지 못하다. 이제까지는 워낙 프로그램 자체가 붕 떠 있어서 게스트를 환영했지만 오늘만 같으면 게스트란 필요없겠다. 아니 방해다.

 

재미면에서는 몰라도 리얼버라이어티로서의 청춘불패라는 프로그램의 정체성에 대해서라면 가장 의미있는 회차가 아니었을까. MC가 확정되고, MC에 의해 주도되는 이야기들이 만들어지고, 남은 것은 자연스레 캐릭터와 관계를 확정하는 것이랄까? 그런 거야 시간이 해결해 줄테고. 물론 재미야 당연히 있었다.

 

역시 리얼버라이어티는 MC가 어떻게 하는가다. MC가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출연자도 살고 프로그램도 산다. MC가 제 역할을 못하면 아무리 포맷이 좋고 출연자가 좋아도 말짱 헛것이다. 그같은 MC의 중요성을 가장 잘 보여준 것이 오늘의 청춘불패였다. MC란 이렇게 하는 것이라.

 

아, 끝으로 한선화 그 장면 정말 웃겼다.

 

"나 똑똑하지."

 

바로 그런 거다. 바보가 바보라 드러내면 작위적으로 보이고 오히려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지난주 재봉틀에 이어 오늘의 나 똑똑하지. 그런 천연덕스러움이 바보캐릭터를 살린다. 바보는 바보라서 바보가 아니라 똑똑하기에 바보다. 예능에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아서 기쁘다.

 

리얼버라이어티가 제대로 자리잡으면 베스트고 뭐고 따로 없이 그 자체로 베스트가 된다. 각자 자기 자리가 있고 자기 역할이 있고 그에 충실할 때에야 리얼버라이어티는 제대로 자리를 잡았다 할 수 있을 테니. 그런 의미에서 오늘의 베스트는 청춘불패 모두. 제작진까지다. 진심으로 감탄했다.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