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빈센조 - 너무나 매력적인 악동과 누추한 사람들의 풍경

까칠부 2021. 2. 22. 04:47

저번에도 썼지만 최근 성균관스캔들을 뒤늦게 띄엄띄엄 보고 있는 중이다. 박민영과 유아인과 송중기의 풋풋하던 시절의 모습이 너무 신선하고 매력적이다. 워낙 원작소설도 재미있게 읽었던 바 있었고. 그리고 다시 새로운 TV시리즈 빈센조를 보고 있다. 다른 드라마에서 간간이 보여주던 악동의 모습을 아예 대놓고 보여주고 있다. 구용하의 모습 그대로다. 마치 세상을 조롱하는 듯 자기만의 치열함으로 살아가던 그 웃음 그대로다. 송중기는 나이도 안 먹는 것인가.

 

아직 드라마에서 송중기가 보여준 것은 그다지 없다. 그저 건물을 빼앗고 철거하려는 쪽 사람들을 마피아의 방식으로 협박하는 정도가 고작이다. 마피아의 고문변호사다운 활약을 보이기에는 첫날 이미 모든 재산을 털리고, 마피아에서도 새로운 보스를 피해 도망치는 중이라 사람도 없다. 거의 변호사로서의 능력과 개인의 역량으로 상황들을 해결해야 하는데 어떻게 한 방에 모든 것을 해결하기에는 상대가 너무 강적이다. 다만 그렇게 되기까지 과정을 쌓아가는 방식이 흥미롭다. 오로지 돈과 승리만을 탐하는 속물변호사 홍차영과 패배에 익숙한 인권변호사 홍유찬 부녀의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다. 서로를 부정하면서도 누구보다 서로를 아끼고 사랑한다. 그런 가운데 아마도 어렸을 적 입양이란 이름으로 팔려갔을 빈센조가 어머니의 소식과 함께 끼어든다. 너무나 개성적인 금가프라자 식구들과 함께 그들이 바벨이라는 거대기업과 만드는 수라장으로 빈센조를 끌어들인다. 마피아로부터 도망쳐 왔더니 그보다 더한 수렁이 한국에서 기다리고 있다.

 

홍차영의 한 마디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이탈리아에서는 마피아들만 마피아짓을 하지만 한국에서는 모두가 마피아다. 동로 검찰의 성범죄를 감추려 검사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이용해서 물타기를 하려는 검찰상층부와 그런 상사들의 뒤치닥꺼리를 하다가 욕망을 쫓아 로펌으로 자리를 옮긴 최명희의 모습이 그렇다. 얼핏 정의로운 검찰인 듯 보였지만 결국 차관을 협박하는 모습은 별건으로 사람을 탈탈 털어 어떻게든 망신주고 기소하는 일반 검찰의 모습 그대로였다. 죄가 있어서가 아니라 자기가 가진 권한으로 죄를 만들어서 철저히 사회에서 매장시킬 수 있다. 너무나 태연하게 하는 말이 이것이 검찰이구나 새삼 깨닫게 만든다. 마피아로부터 마피아들이나 하는 짓이란 소리를 듣는 거대기업과 그런 기업과 결탁한 로펌과 그 로펌과 다르지 않은 검찰의 존재가 결국 마피아 출신의 무법변호사를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닌가.

 

과연 어떻게 빈센조는 바벨그룩과의 불리한 싸움을 이기고 어머니와 만나고 자신이 있을 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인가. 부모와도 같던 보스를 잃고, 형제처럼 지냈던 새로운 보스와 원수가 되고, 어머니는 어려서 자신을 버렸다. 홍유찬은 아버지일까? 홍차영은 처음부터 없었던 누이가 되는 것일까? 만나자마자 사사건건 부딪히는 게 딱 남매 그대로인 것 같기도 하다. 송중기는 잘생겼고 전여빈의 또라이 연기는 매력적이고 유재명은 여전히 단단히 자기가 중심을 잡아 나간다. 곽동연은 어느새 저렇게 자라 있다. 하긴 또라이하면 또 곽동연이기도 했었다.

 

드라마의 때깔도 좋고, 전체적인 웃음코드도 왁자하면서 자연스럽다. 마치 오래전 '파랑새는 있다'를 보는 것처럼 지금도 어딘가 변두리에서 소소한 삶을 살아갈 이들의 모습이 서럽도록 유쾌하게 그려진다. 그럼에도 그들은 살아가고 그들은 사랑하며 살아간다. 힘이 곧 정의이던, 협잡과 모략과 공갈이 곧 실력이던 세계에서 날아온 빈센조가 그런 사람들의 누추하도록 별 볼 일 없는 일상과 어루어져간다. 2회까지 아주 재미있다. 보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