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빈센조 - 증오보다 공포, 검사출신 최명희의 정체

까칠부 2021. 2. 28. 06:43

이제까지 드라마에서 묘사한 검찰 가운데 가장 현실과 가까운 것 같다. 사람을 사람으로 여기지 않는다. 사람을 단지 지위와 권력을 위한 수단으로만 여긴다. 자연스럽게 권력에 익숙해지는 과정에서 그렇게 길들여지게 된다. 여기에 기자와 판사까지 더해지면 더없이 완벽해질 텐데.

 

검사는 절대 혼자 움직이지 않는다. 검사에게는 항상 검찰의 편에서 기사를 써주는 기자가 있고, 검사가 기소한대로 판결을 내려주는 판사가 있다. 그러면 검사직을 내던진 검사에게는 무엇이 남는가? 검사직 내던졌다고 검사가 아니게 되는 건 아니란 뜻이다. 최명희가 그토록 자신감이 넘치는 이유이며, 최명희를 끌어들이려 바벨 같은 대기업이든 우상 같은 대형 로펌이든 그토록 공을 들여야 했던 이유가 있는 것이다. 최명희의 손발이 되어 행방을 알 수 없는 사람을 찾아내고 필요한 경우 살인까지 서슴지 않을 수 있는. 물론 전직 검사의 지시를 받고 움직이고 있으니 법적으로 문제가 될 소지는 아예 없다 봐도 좋을 것이다. 그런 지시를 밥먹으며 아무렇지 않게 내릴 수 있다.

 

법을 집행하는 검사출신과 그 법을 이용하고 파괴하던 마피아가 정 반대의 위치에서 부딪힌다. 검사출신이지만 여전히 그녀는 검사이고, 마피아를 피해 도망쳐 왔지만 빈센조는 여전히 마피아다. 악마가 악마를 물리친다. 어쩌면 처음으로 느껴본 아버지의 정이었을지 모르겠다. 홍유찬의 최후를 직접 앞에서 지켜봐야 했던 빈센조의 선택은 무엇일 것인가. 어째 너무 쉽게 포기하고 떠날 결심을 했다 싶었다. 이런 때 반드시 무슨 일이든 생기고 만다.

 

겉과 속이 다른 듯 같은 듯 그 속내를 알 수 없는 악역으로 김여진의 연기가 그저 놀랍기만 하다. 빠져들었다. 저 씨발년 욕이 나오기보다 저런 인간과는 얽히고 싶지 않다는 공포마저 느껴야 했었다. 그런 최명희에 대놓고 덤빌 수 있는 홍차영은 도대체 얼마나 또라이라는 것인가. 

 

이제야 프롤로그가 끝난 느낌이다. 빈센조가 한국에 돌아와서 악마와 싸우는 악마가 되기 위한 과정일 것이다. 한국으로 돌아와서 잃어버린 어머니와 아버지를 만나고 그들을 위해서 복수에 나서게 된다. 과연 바벨의 회장 장한서의 배후에 있는 진짜는 누구일까? 장한서의 정체가 흥미로울지 모르겠다. 간만에 즐겁게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