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구라면 흔히 마상격구만 떠올리기 쉽지만 조선왕조실록에는 말을 타지 않고 즐기는 보격구라는 것도 기록되어 있다. 룰은 간단하다. 경기장 곳곳에 여러 개의 구멍을 파고 채로 공을 쳐서 순서대로 집어넣는 것이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은가? 참고로 마상격구의 룰 그대로 편을 갈라서 공을 치며 겨루는 경기는 따로 장치기라 불렀는데 그 룰이 하키와 매우 유사하다. 아무튼 내가 왜 이 이야기를 꺼냈는가? 바로 구슬치기의 하나인 구멍다마를 소개하기 위해서다.
드라마 '오징어게임'에서 참가자들이 구슬치기로 겨룬다 했을 때 내가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이 바로 이 구멍다마였다. 룰은 간단하다. 위에 언급한 보격구의 룰 그대로라 할 수 있다. 마당이나 공터, 혹은 골목 곳곳에 구슬이 굴러들어갈만한 구멍을 아홉 개 파 놓고 순서대로 구슬을 집어넣어 가장 먼저 다 집어넣은 아이가 이기면 구슬을 모두 가져가는 방식이었다. 정확한 룰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구슬을 그냥 집어던지는 것이 아니라 있던 위치에서 상하좌우 한 뼘 거리 안에서 던지는 것이었다. 그래서 자세도 대부분 다른 손으로 받치고 그 위에서 손가락으로 튕기는 식으로 되어 있었다. 그런 자세에서도 정확하게 힘과 방향을 조절해서 던지는 것이 곧 실력이었었다.
대체로 두 가지 방식으로 즐겼던 것 같은데, 일단 구멍 하나씩 개별적으로 승부를 겨루어 구슬을 따거나 점수를 얻는 방식이 있을 것이고, 또 다른 하나가 앞서 언급한 가장 먼저 구멍을 다 도는 사람이 이기는 레이스 방식일 것이다. 개인전도 있고 팀전도 있었는데, 특히 팀전의 경우 전략성이 매우 요구되었다. 개인전에서 다른 사람의 구슬을 맞추는 것이 구멍에서 멀리 튕겨내기 위해서라면 팀전에서는 팀원의 구슬을 구멍에 더 가까이 집어넣을 수 있게 협력하는 용도였다. 아무튼 같은 팀원 가운데 아무라도 구멍에 구슬을 넣으면 팀원 전체가 승리한 것으로 판정되어 이후 게임의 진행에도 영향을 주었다. 그 밖에도 세세한 룰이 있었던 것 같은데 당장 기억나는 건 여기까지.
처음 보격구에 대해 알고 놀란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보격구에서 골프를 떠올렸겠지만 나같은 경우 구멍다마를 먼저 떠올렸었다. 구멍다마의 유래가 이것이었구나. 일본인들이 유리구슬을 가지고 들어오기 전 이 땅의 아이들은 진흙을 구슬모양으로 뭉쳐 가지고 놀았다는데 거기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을까. 참고로 축구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제기차기와 만나는 지점이 나온다. 역사도 유구하여라. 문득 떠오른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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