쭈꾸미놈이 이제는 체온조절도 잘 되지 않는다. 그냥 가만 내버려두면 발작하듯 몸을 떨어서 이불은 남아있는 게 없고 마음껏 오줌 싸라고 옷을 벗어 덮어주고 있는 중이다. 그러고 어제 녀석에게 밥과 물을 챙겨주고 출근을 했는데...
집에 돌아와 보니 쭈꾸미가 보이지 않는다. 정확히 침대 위에 녀석을 덮어주었던 옷들만 남아 있고 쭈꾸미 녀석만 보이지 않았다. 보니까 침대 아래 굴러떨어져 있더라. 얼른 들어다 침대에 뉘여주고 옷들을 덮어주는데 이미 의식이 없었다. 동공에도 초점이 없고 내가 옆에 있어도 알아보지 못한다. 그런데도 주사기에 물을 넣어서 먹여주니 곧잘 받아 먹는다. 츄르도 곧잘 받아먹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조금은 마음을 놓았었다. 그래도 아직 물과 밥은 먹을 수 있었구나.
하지만 조금 지나지 않아 깨달았다. 아니 확인하게 되었다. 녀석에게 다시 옷가지를 덮어주려는데 바들바들 몸을 떠는 모습이 많이 익숙하다. 주는 것도 없는데 입을 벌리고 고개를 제끼며 무언가를 받아먹는 동작들을 반복한다. 딱 내가 주사기로 밥과 물을 넣어주면 받아먹을 때의 모습 그대로다. 그 순간 알았다. 쭈꾸미 놈이 왜 집에 돌아왔을 때 침대 아래에서 뒹굴고 있었는지.
아마도 내가 없는 동안 힘들기도 해서 더욱 유일하게 의지하는 나를 찾았던 모양이었다. 그리고 떠올렸을 것이다. 내가 자기에게 밥과 물을 먹여주며 좋아하던 모습을. 아니면 내가 밥과 물을 챙겨주는 것을 반겼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의식이 없는 와중에도 그것을 떠올리며 무의식적으로 내가 밥과 물을 챙겨주었을 때 받아먹는 행동을 반복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것을 더욱 확실하게 확인하게 된 것이 잘 시간이 되어 녀석에게 팔베개를 해주고 옆에 누워 살며시 끌어안아 주니까 의식이 없던 녀석의 눈이 어느새 다시 초점을 찾고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던 모습에서였다. 심지어 머리를 움직여 팔을 고쳐 베며 앞발을 뻗어 나를 만지려 하고 있었다. 내가 고개를 숙여 이마를 갖다대자 눈까지 감고 있었다. 하긴 나만 18년이 아니었다. 녀석에게는 더욱 태어나서 3개월 이후 거의 모든 시간을 나와 함께 보낸 것이었다. 지난 7년은 오로지 세상에 녀석과 나 단 둘 뿐이었다. 아플수록 약해질수록 힘들고 괴롭고 그래서 죽음이 다가올수록 더욱 녀석에게도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나란 존재는 각별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병원에도 이제는 더이상 수액도 약도 필요없다 이야기를 전하고 왔다. 화장장 번호도 받아 왔다. 너무 고통스러워하면 안락사를 해 줄 수 있다며 권유해 오는데 그냥 고통스럽더라도 더 사는 것이 옳겠다고 그냥 거절하고 돌아왔다. 아마 그때 안락사에 동의해 주었다면 마지막에 나를 보고 눈을 깜빡이며 앞발을 내미는 모습을 볼 수 없었을 테지.
지금은 그냥 숨만 쉬고 심장만 뛴다. 그래도 다만 한 순간이라도 더 오래 함께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수고했다. 부디 나와 함께 한 시간들이 의미없지 않기를. 다만 한 순간이라도 나와 함께해서 행복했었기를. 조금 더 같이 있다가 출근하려 한다.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다는 것이 이렇게 시리다. 차라리 위독해도 무언가 해 줄 수 있었을 때 나는 무언가를 하고자 했었다. 기다릴 뿐이다. 영원의 이별을. 세 번 째다. 익숙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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