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부활 12집 파트2 25th Anniversary : Retrospect Ⅱ...

까칠부 2010. 3. 24. 20:01

1. 동화 - 왜 이 노래를 타이틀로 내걸지 않았을까. 거미가 부른 동명의 "내머릿속의 지우개" OST를 떠올렸더니만 다른 노래인 모양이다. 상당히 대중적이고 지극히 부활적이다. 그러나 바로 그것이 잘못 끼운 첫단추였다. 일단 노래 자체는 좋다.

 

2. 사랑이란 건 - 동화에서 사랑이란 건으로 넘어오는 전개가 그리 매끄럽지 못하다. 조금 생뚱맞다는 느낌을 받았다. 노래에 대한 평가야 뭐...

 

3. Someday - 이건 뭔가? 일단 빠르다. 단단하다. 묵직하다. 전형적인 락큰롤 사운드다. 그런데 왜 이게 여기에 있지? 무엇보다 전형적이라는 것이 원초적인 무언가라기보다는 진부함으로 다가온다. 후련하게 내지르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치밀하게 조이고 짜나가는 것도 아니고, 엉성한 느낌?

 

4. 너는 하얗다 - 이 노래의 포인트를 모르겠다. 마치 앨범 가운데 애드립과 같은 모양이다. 전반부의 세노래에서 후반부의 세 노래로 넘기는. 연주도 전형적이다. 부활스러운데 어딘가 빈 듯한? 정동하 작곡이라는데 모르겠다.

 

5. 백야 - 조금 늘어진다. 싱글 자체로만 놓고 보았을 때는 그리 나쁜 노래는 아니다. 아니 최진영이 불렀어도 떴으니 좋은 노래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너는 하얗다 자체가 조금 늘어지는 느낌이라는 거다. 정동하의 목소리는 힘이 있고 연주는 탄탄하고 김태원의 기타애드립은 상당히 괜찮은 느낌으로 들린다. 정동하의 보컬 너머로 들리는 기타는 확실히 김태원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6. 사랑할수록 - 좀 어정쩡한 리메이크. 완전히 새롭지도 않고 그렇다고 원곡의 느낌을 그대로 가져오지도 않았다. 하지만 사랑할수록 자체가 원체 명곡이라. 그 짜임새에서 새로운 변화를 주기란 쉽지 않으리라. 정동하의 목소리는 김재기와는 다른 아련함을 가지고 있지만 새로운 편곡은 보다 산뜻한 마무리를 들려주고 있다. 3집의 사랑할수록이 아직 남은 미련에 대한 이야기라면, 이번 12집 파트2에서는 그 미련마저 가슴에 안고 묻어버리는 산뜻함이 있다. 그러나 미련이라는 자체가 슬픔이라...

 

7. 흑백영화2 - 도원경의 어느 마음 추운 날의 리메이크인가? 어디서 들어본 멜로디다 했다. 7집에서 10집으로 넘어가던 시절의 드라마틱한 곡전개를 들을 수 있어 반갑다. 오히려 7집의 사운드에 더 가까운, 강렬한 기타사운드로 시작되는 전주와 서정적인 도입부가 인상적이다. 도원경의 그것과는 다른 정동하의 목소리도 좋고.

 

 

싱글로만 본다면 someday와 너는 하얗다만 빼고 다 괜찮다. 하나하나 들어보면 지극히 부활적이고 서정적인 이끌림 같은 게 느껴진다. 정동하의 목소리와 부활의 연주가 어디 가지는 않는다. someday와 너는 하얗다도 그렇게 나쁜 편은 아니다. 그런데 이게 앨범으로 들으니 문제다.

 

한참 앨범으로 듣다 보면 결국 백야에서 걸린다. 한 마디로 지친다. 전형적인 부활표 발라드의 연속이라. 그나마 Someday가 중간에 강하고 빠른 사운드로 힘을 불어넣지만, 그러나 파트1에서의 오즈에 비하면 역부족이다. Someday에서 반짝하고, 그다음에 한결 더 늘어지는 너는 하얗다... 또 다시 부활표 발라드.

 

원래 부활의 앨범이 이렇지 않았다. 한 장의 앨범이지만 그 안에 다양한 음악들이 공존하고 있었다. 전형적인 부활표 발라드야 당연히 포함되어 있지만, 서로 다른 템포와 서로 다른 서정과 감성이 그 안에서 끊임없이 변주되고 있었다. 지루해 할 틈 없이 기승전결이 있고 드라마적인 구성이 있는 이야기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앨범은...

 

아니 앨범이라기보다는 싱글의 묶음이라 해야 옳을 것이다. 전작인 파트1까지도 앨범스러운 구성이 보였었는데, 어느 인터뷰에서처럼 김태원은 더 이상 앨범으로 엮어 내놓는 것에 흥미를 잃은 것일까? 그냥 싱글로 괜찮은 노래들을 주욱 나열한 듯한. 그래서 굳이 신경써서 듣지 않으면 어느새 듣다가 지루해지고 질려버리는 그런 앨범 아닌 앨범이다. 싱글단위로 들으면 다 괜찮은데 앨범으로 듣기에 더 허술한. 지루한 것도 지루한 것이지만 곡과 곡 사이의 연결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것이 상당히 불협화음을 일으킨다.

 

그나마 건진 것이라면 음악은 크게 들어야 한다는 당연한 진리랄까? 김태원이 음악프로 나와서 입버릇처럼 한 말이 있었다.

 

"음악은 크게 들어야 합니다."

 

아니나 다를까 일하던 도중 싸구려 헤드폰으로 듣다가 한 번 실망하고 제대로 집에 와서 이번에 장만한 헤드폰으로 들으니 사운드가 전혀 다르다. 볼륨을 크게 하고 쿵쾅거리며 울리도록. 그러나 사운드가 입체적으로 손에 잡힐 듯 들린다. 프로듀싱 상태가 상당하다. 보통 부활의 앨범 프로듀싱은 김태원이 하는데.

 

앨범으로 보다는 싱글단위로 듣기 바란다. 그리고 헤드폰 끼고 볼륨을 최대한 크게. 너무 크면 귀가 아프니까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크게 해놓고 들으면 맛이 산다. 부활이 괜히 부활이 아니구나. 앨범으로서는 그닥 완성도가 높지 못해도 부활이 어디 가는 것은 아님을 안다.

 

점수를 주자면 별 두 개. 안타깝게도 나는 앨범을 듣자는 거지 싱글을 듣자는 게 아니다. 싱글이 아무리 좋아도 구성이 이렇게 산만하고 지루해서는 앨범으로서 가치가 떨어진다. 사람마다 듣는 귀야 다를 수 있겠지만 내게는 그렇다. 그래서 실망. 싱글들은 여전히 좋다. 그것 하나 위안삼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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