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내가 청춘불패에 대해 느끼는 불만은 한 가지다. 많이도 아니다. 과연 청춘불패가 추구하는 바가 무엇인가. 청춘불패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 들려주고자 하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
물론 안다. 아이돌농촌체험버라이어티. 그러나 그건 스토리다. 내가 묻고 싶은 것은 텔링이다. 과연 그 스토리를 어떤 식으로 풀어갈 것인가. 스토리는 세 살 짜리 아이들도 쓴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바로 그 텔링에 있다. 같은 소재, 같은 주제라도 어떤 식으로 그 이야기를 채워나갈 것인가.
그런데 그런 것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청춘불패는 이런 프로그램이다. 청춘불패에서는 이런 것을 기대할 수 있겠다. 전혀 없다. 벌써 23회가 넘어가는데 그런 게 전혀 없다.
왜 청춘불패가 아이돌 망가지는 버라이어티가 되었는가. 아이돌이 망가지지 않는다고 욕하고 비난하고... 왜? 결국 그 때문이다. 결국에 명확한 방향을 설정하지 못하니 고작해야 아이돌 데리고 망가뜨리며 웃기는 것으로 연명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청춘불패에서 캐릭터잡기가 그렇게 어렵고 시간이 걸렸던 이유도 그것이다. 물론 김신영의 무능도 있었다. 그러나 그보다는 과연 프로그램을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나갈 것인가. 과연 출연자들은 프로그램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뭐가 보여야 캐릭터도 만들고 할 것 아니던가.
캐릭터란 역할이다. 그리고 관계다. 프로그램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가, 그리고 주위와 어떤 관계를 만들어가는가, 결국 텔링에 관계된 것이다. 캐릭터를 만들고 그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거나, 혹은 이야기를 만들고 그에 맞춰 캐릭터를 만들어가거나, 그러나 청춘불패는 어느 쪽도 아니었다. 그게 문제였다.
예를 들어 효민의 병풍캐릭터나 선화의 백지캐릭터를 보자. 과연 이 두 캐릭터가 청춘불패라는 프로그램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가. 청춘불패라는 프로그램이 추구하는 방향에 있어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비중을 갖는가. 대국민약속 어쩌고 하는데, 과연 대국민약속을 수행해가는 과정에서 효민의 병풍캐릭터와 선화의 백지캐릭터는 어떤 역할을 할까. 나르샤의 성인돌은? 현아의 징징현아는?
그러니까 지난주 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거다. 아니 그 전부터도 내가 항상 짜증내며 궁시렁거린 그런 것들이다. 억지예능. 그저 하나 통하니까 그것 붙잡고 어떻게든 웃기려고. 맥락없고 뜬금없고 의미없고.
생각해 보면 김신영도 참 불쌍한 거다. 제작진이 먼저 제대로 방향을 제시해 주었다면 김신영도 굳이 그렇게까지는 않았을 것이다. 제작진이 앞으로 이런 방향으로 나갈 것이다, 그렇다면 김신영도 그에 맞춰 프로그램에 적응해갔겠지. 그러나 제작진은 김신영의 방식을 용인했고 오히려 그에 편승했다. 기왕에 아이돌 출연시킨 것, 아이돌 소모해가며 편하게 가자. 그래서 억지 콩트에, 억지 개인기에, 한 번 통했으니 그것만 붙잡고 반복해 소모해가며. 그 결과가 어느새 비호감이 되어 가는 선화와 이번에 다시 비판에 직면한 나르샤다.
사실 나르샤의 성인돌 캐릭터가 문제될 것은 전혀 없었다. 그동안 나르샤의 성인돌 캐릭터로 문제삼은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그런데 왜 이제 와서 나르샤의 성인돌 캐릭터마저 문제삼는가. 넘쳤다는 거다. 지난주 나르샤의 성인돌 캐릭터가 통하자, 그리고 그동안의 성인용 드립이 통하자 너무 들이민 것이 사람들이 허용할 범위를 넘어선 것이었다.
한선화도 마찬가지다. 처음 한선화의 백지캐릭터는 무척 호감이었다. 귀여웠고 재미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정도가 있는 것이다. 매번 반복하고, 그것을 아예 대놓고 강조하니 어느새 사람들이 질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아예 대놓고 불쾌감을 표하는 사람도 있다.
한계가 뻔히 보이는 구하라의 유치개그를 반복한 것도 그렇다. 하긴 그건 김신영의 책임이 아니다. 김신영이 유치개그를 강조한 적은 없다. 적당한 정도라는 것을 모른다.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까도 생각이 없다. 그냥 통하니까 들이민다. 화제가 되고 흥미를 끄니까 일단 들이밀고 본다. 그러다 소모되면 마는 거고.
그렇게 명확한 방향도 목표도 없이, 역할조차 없이 내던져지다 보니 하는 것이라고는 결국 경쟁 뿐이다. 출연자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역할을 나누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분량을 경쟁하고, 웃음을 경쟁하고, 예능을 경쟁한다. 그러다 그제와 같은 무리수도 나오는 것이고. 어제처럼 아예 G7 전체가 성인돌이 되어 버리는 식으로. 차라리 대놓고 성인용 버라이어티를 표방했다면 그러려니 하련만. 만일 그렇다고 한다면 마음에는 들지 않아도 일단 인정은 해 주겠다. 제대로 목표를 가지고 만들어가는구나. 아니 오히려 수위가 너무 낮은 것을 탓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가?
그냥 어쩌다 보니 그리 흘러간 것이다. 과거 억지예능을 하느라 억지로 쥐어짜가며 멘트를 던지고 몸을 내던졌듯이 예능을 경쟁하느라 가장 대세가 된 성인돌을 서로 다투어 연기한 것이다.
그게 지금 청춘불패의 현실이다. 어제 내가 청춘불패를 보고 한 말이 있을 것이다. 재미없지만 재미있었다. 프로그램이 재미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출연자들 - G7의 수다가 재미있었던 것이었다. 어떤 포맷이나 스토리, 텔링이 아닌, 그냥 출연자들 사이에 이루어지는 수다가 재미있었던 것이었다. 프로그램이 아닌 G7이 재미있었던 것이다. 결국 제작진은 하는 것 없이 G7이 알아서 날뛰며 재미를 챙겨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제의 그 상황도 결국 그런 연장에서 어떻게든 분량을 확보하려다 보니 무리수를 둔 것이었고. 덕분에 가장 귀중한 캐릭터 하나만 또 소모되고 말았다.
결국은 앞서 말한 텔링의 문제다. 캐릭터가 있다. 기왕에 이야기부터 만들고 캐릭터를 그에 맞춰 만드는 것이 안 되었더라도, 캐릭터가 있으면 그것을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 캐릭터를 소모하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를 활용해 이야기를 만들어 캐릭터를 확장시키고 극대화시킬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캐릭터가 단지 소모되는 것이라면 무한도전이나 1박 2일 같은 프로그램에서는 왜 출연자들의 소모나 교체가 없을까. 소모하는 것이 아니라 활용하기 때문이고, 캐릭터로 웃기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를 활용한 이야기로서 웃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것이 안 되어 있으니 출연자들은 각자 자기 캐릭터나 개인기를 소모해 자기 분량을 확보할 밖에. 그러다 소모되면 마는 것이고.
이유가 무언가 생각해 봤더니만, 예전 사칭인지는 모르겠는데 작가 이름으로 달린 리플이 떠오르더라는 것이다. 아마존 때문에 조금 무리수를 두었다던가. 한 마디로 시청율 문제라는 거다.
하긴 그러고 보면 프로그램 도중에도 인터넷 댓글 가지고 이러쿵저러쿵하는 것들이 많았다. 당시도 도대체 뭔 그런 것씩이나 가져다 저러는가 의아해하기는 했었다. 아무리 그렇다고 인터넷 댓글이나 게시물가지고 저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그러나 생각해 보면 그게 바로 시청율이라는 것이다. 시청자의 반응에 바로 호응하여 시청자의 호감도를 높이자. 실제 청춘불패에 대한 호의적인 평가 가운데 하나가 인터넷의 시청자 반응에 바로바로 반응하더라는 것이었다.
물론 좋다. 대중을 상대하는 입장에서 수용자의 입장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대중문화 종사자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일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런 말들에 일희일비하며 나갈 방향을 잃어버리는 건...
지지난주 그러지 않았던가. 제대로 농사지어 보겠다고. 제대로 뭐라도 만들어보겠다고. 그러나 결국 그제 보여준 것은 무엇인가. 5대 대국민약속과 그제 방송분과의 상관관계는 무엇인가. 그리고 성인용 멘트들과 대국민약속의 달성과의 관계는? 그러나 성인돌 관심 끄는 것만 보였겠지.
내가 청춘불패에 가장 기분 나빠하는 부분이다. 농담삼아 그랬을 것이다. 한 주 흥하면 한 주 망한다고. 아주 널뛰기 프로그램이라고. 일관성이 없다. 방향성도 없다. 그저 그때그때 즉흥적으로. 무엇 하는 프로그램인가 하는 정체성조차 없이 그저 그때그때 뜨는 것들을 따라 허우적허우적.
PD인터뷰를 봤다. 한참을 웃었다. 그리고 지금은 웃음조차 나오지 않는다. 그래 안다. 나같은 사람은 소수겠지. 그래도 재미있다는 사람들 많다. 아이돌 망가뜨리니까. 아이돌 희화화하니까. 19살짜리를 데려다가 성인용 드립에 제스쳐를 시키니까. 그런 식으로 소모하고 소모하고 또 소모하고... 고작 아이돌 소모하면서 그에 기대 프로그램을 만드는 주제에 말이다.
차라리 재미없더라도 이런 프로그램이다 납득했다면 이렇게까지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건 단지 취향의 차이이고 생각의 차이인 것이지 누가 잘나고 못나고의 차이가 아닐 테니까. 그러나 이건... 이런 기본도 안 되어 있는 방식에는. 도대체 뭐하자는 것인지.
사실 이 말을 지지난주 하려 했었다. 그러나 지지난주 기대한대로 꽤 내용이 재미있었다. 지난주도 재미있었다. 그래서 이제는 자리를 잡았겠거니. 그래서 쓰려던 것도 젖혀두고 순수하게 즐기려 했었다. 바로 어제 새벽 글을 쓸 때까지도 그랬다. 참자. 참자. 참자. 더 이상 쓸데없이 욕먹지 말자. 쓸데없는 일로 더 이상 욕먹고 하지 말자. 그런데...
진심으로 묻고 싶은 거다. 도대체 청춘불패라는 프로그램을 왜 만든 것인가. 청춘불패를 통해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무엇인가. 부엇을 보여주고자 하는가. 어떤 프로그램을 만들려 하는가. 구하라는, 현아는, 써니는, 유리는, 선화는, 나르샤는, 효민은, 그 프로그램에서 어떤 역할을 맡게 될 것인가. 이제쯤 당연히 보여야 할 그런 것들에 대해서. 과연 제작진은 생각이라는 것을 가지고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는가.
정말이지 출연자들이 아깝다. 김신영이야 몰라도 김태우의 MC로서의 재능과 선화와 써니, 효민의 예능감과 나르샤와 유리, 구하라, 현아의 매력 모두가. 좋은 제작진 만났다면 이보다 훨씬 더 빛났을 텐데도.
슬슬 답을 할 때다. 너무 오래 걸렸다. 너무 오래 기다렸다. 청춘불패라는 프로그램에 대해서. 프로그램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그 프로그램에서 출연자들은 어떤 역할을 할 것이고, 시청자들은 무엇을 기대하고 보면 좋은가에 대해서. 다음주를 기대하는 이유다. 과연 어떤 답을 줄 것인가.
다시 말하지만 정말 아까운 프로그램이다. 출연자도 아깝고 아이돌농촌체험버라이어티라는 포맷도 너무 아깝고. 이런 훌륭한 출연자와 포맷을 가지고 이렇게까지밖에 못 만든다는 건... 욕 나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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