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고추장은 왜 만든 거냐? 항아리 깨먹는 장면 만들려고? 전혀 진지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재미있지도 않고, 진지하면 진지한 맛에 보고, 재미있으면 재미있는 맛에 보고, 항상 그렇다. 진지하거나, 아니면 재미있거나, 어정쩡하니 어느 쪽이든 몰입을 깨뜨린다. 무엇을 보여주려 하는 것인가? 다시 원점이다.
2. 옥주현은 또 왜 부른 건가? 그동안 게스트를 불러도 오히려 그닥 불만이 없었던 것은 어떤 게스트가 오더라도 어디까지나 주인공은 G7이었던 때문이었다. 그러나 고추장 만드는 장면에서 주인공은 옥주현, 오히려 G7인 나르샤, 현아, 유리가 주변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G7이 중심이 되고 게스트게 거기에 얹혀가는 상황이어야 하는데 완전 그게 거꾸로 되어 버렸다. 그나마 김태우 매니저라는 사람은 재미있더만. G7을 보려 청춘불패를 보는가, 옥주현을 보려 청춘불패를 보는가, 이런 식으로 할 거라면 굳이 G7일 필요가 있을까? 아무리 게스트를 불러도 프로그램의 중심을 항상 확실히 해야 하는 것이다.
3. 의외였다. 한선화가 뮤지컬과를 다니고 있었구나. 연기며 노래며 기본이 된다. 흠... 뮤지컬을 생각한다면 지금의 백지캐릭터에서 한 걸음 더 나가봐도 괜찮겠다. 아이돌이니까 문제지 연기를 하려 한다면 그것도 다 경험이 될 거다. 그러고 보니 춤도 꽤 잘 췄지. 기대해도 될 것 같다.
4. 역시 김태우가 잠잠하니까 재미가 덜하구나. 김신영은 또 웬 MC를 욕심내고. G8일 때는 좋았다. 재미있었고. 역시나 김신영은 재능있는 개그맨이었다. 그러나 MC로서는... 가만 보면 꼭 조금씩 넘친다. 아니면 조금씩 모자르거나. 방역복 입고 달나라 상황극 할 때 너무 길었다. 딱 써니에서 끝냈으면 재미있을 뻔 했다. 구하라를 좋아하지만 정작 구하라가 할 때는 질려 있었다. 더구나 단지 방역복이라는 한 가지만 가지고 만든 상황극이라 몰입 자체가 잘 되지 않았고. 그에 비하면 구하라가 닭장 방역 마치고 나와 약 뿌리고 할 때 그것 가지고도 상황극 만들고 할 수 있었을 텐데. 아니면 구하라가 소똥 만지고 할 때나. 확실히 MC보다는 개그맨이랄까? 자기 할 것 만들기가 바쁘지 남 하는 것 살리는 건 영 아니다. 자기가 살자는 게 MC가 아니고 주위를 살려주는 것에 MC다. 왜 MC인가부터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겠다.
5. 의외로 멘트들이 독하다. 가끔은 보다 민망해지기도 한다. 물론 나도 야한 것 좋아하고 즐겨보기는 하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 가해지는 그런 말이며 행동들은 조금 당황스럽기는 하다. 하긴 애들은 다 잘 시간이기는 하다. 현아도 이제 열아홉, 알 건 알 나이이기도 하고. 그래도 역시 다른 버라이어티에 비해서도 성에 관련된 멘트며 제스쳐들이 많다고 여겨지는 건... 내가 너무 보수적인가?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 아닌 일부러 그런 쪽으로 몰고가려는 것 같다는 것이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다. 특히 김신영. 나르샤는 오히려 그런 점에서 수위를 조절할 줄 안다.
6. 과연 성인돌 나르샤. 그렇게 성에 관련해서가 늘어나니 아주 물만난 고기다. 자기 캐릭터를 정확히 이해하고,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안다. 분위기를 탈 줄도 알고, 분위기를 이용할 줄도 알고, 게스트와도 잘 어울리고, 한 마디로 넉살이 좋다. 애교가 있다는 것과 넉살이 좋다는 건 결국 같은 말이다. 소통할 줄 알고 자기를 중심으로 상황을 끌어갈 줄 안다는 것이다. 차라리 김신영이 아닌 나르샤가 MC였으면 어땠을까? 하긴 나르샤는 MC보다는 프리롤일 때 빛을 발하는 타입이기는 하지. 가장 재미있었다.
7. 워낙 분위기가 그렇다 보니 현아의 캐릭터도 일취월장이다. 이제는 아예 그런 분위기를 살려 나쁜 건 빨리 배우는 순진무구소녀로. 엄마가 그런 것 다 아느냐고 물었을 때 어떻게 대답하느냐고 하는 모습은 참 귀여웠다. 어쩌면 지금의 성인돌 분위기에서 가장 큰 수혜자는 현아일 듯. 그러나 또 그것 때문에 제약이 있을 것 같다. 현아의 나이를 생각해서도 어느 정도는 수위를 조절해 줄 필요가 있을 테니. 아마 편집되어 나오지 못한 분량이 꽤 되지 않을까.
8. 의외로 구준엽 나오고 애교 보여주는 장면에서는 생각과는 달리 그다지 억지스럽다는 느낌이 없었다. 왜인가 했더니, 개인기로 끝나는 게 아니라 개인기에 이어 각자의 수다가 이어지더라는 것이다. 큰 변화다. 그동안에는 이렇게 수다가 많지 않았다. 그러나 하여튼 쉴 새 없이 떠든다. 떠들고 받고 다시 던지고 그리고 이어지고. 옥주현이 나온 부분에서는 G7이 게스트 같았는데, 여기서는 G7이 주인공이고 확실히 구준엽이 게스트였다. 바로 이런 것을 바라는 거였는데. 음... 이건 김태우와 노주현의 경험부족이다. 게스트와 고정출연자와의 관계나 비중에 대해 세심하게 조절할 필요가 있는데 그에 실패한 모양이다.
9. 말 그대로다. 상당히 지루할 수 있음에도 그다지 지루한 줄 모른 것은 끊임없는 수다들 때문이었다. 오히려 김신영 나오는 부분에서 그 수다가 끊기며 맥이 끊기는 느낌을 받을 정도. 고추장 만드는 부분에서도 수다가 사라지며 지루해지고 있었고, 옥주현과 나르샤, 유리, 선화가 어울리는 부분도 마찬가지였다. 전반부의 침묵과 후반부의 수다라고나 할까? 보다가 끄고 딴 짓 하려고 했던 게 구하라 나오는 것만 보자고 버틴 것이 그나마 기다려 본 보람이 있었다. 역시 이렇게 수다스러워야 자연스런 재미가 나온다.
10. 오늘 좋았던 것은 이제는 완전히 자리잡은 G7사이에서의 끊임없는 수다, 가장 나빴던 것은 게스트를 아예 모셔놓고 G7을 주변으로 내몬 것. 김신영은 G8이어야지 MC여서는 안 되었으며, 김태우와 노주현도 경험부족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G7은 활당했고 유쾌했으며 매력적이었다. 왜 청춘불패를 보는가. 청춘불패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새삼 확인한 회차였다. 청춘불패는 G7이 처음이자 끝이다.
11. 가장 중요한 구하라에 대해서는 그냥 이대로만 해 나가면 되겠다. 다만 아쉽다면 유치개그는 아예 포기한 것인가. 세바퀴에서 임하룡을 보고 배운 게 있을 거다. 유치개그란 이렇게 쓰는 거다.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녹여 쓸 수 있을 때 그 가치는 극대화될 수 있을 거다. 물론 그러자면 남다른 센스와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그러나 그런 것 없이도 사이사이 구하라는 자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특히 유쾌하게 보았던 것이 소똥을 스스럼없이 만지며 그것으로 순규를 쫓던 장면과, 방역을 마치고 나서 다른 출연자들에 약을 뿌리며 쫓아가며 장난치던 장면, 그 가운데서도 구준엽 앞에서 재롱부리라 했을 때의 모습들은 확실히 센스가 있었다. 팬심인지는 모르지만 나르샤와 현아와 더불어 가장 웃었던 장면이었다. 무엇보다 주사맞는 푸름이를 쓰다듬는 장면과 같은 선하고 진지한 모습이 드러나는 장면들이 좋았다. 그런 게 바로 구하라라. 굳이 무리할 필요 없이 그렇게 자연스럽게 자신의 매력을 드러낼 때 캐릭터가 되고 예능감이 될 것이다. 구하라 자신은 물론 카라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어느새 자연스런 안정감을 갖게 된 것이 반갑고 기쁘다.
12. 처음에는 욕이나 한 바탕 퍼부으려고 했었다. 장담그는 부분과 옥주현 출연분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피곤하고 졸린데 재미까지 없으니 아주 화가 목 바로 아래까지 치밀어 올랐었다. 그러나 프로그램을 살리는 것은 결국 출연자들이라. 출연자들의 자연스러운 관계에서 나오는 왁자한 이야기들이라는 것이다.
지루했던 전반부는 그런 게 없었고 웃음이 떠나지 않던 후반부는 그런 게 있었다. G7이었다. G7이 드디어 자리를 잡은 것이다. 어지간한 상황에서도 G7이 있기에 기본적인 재미는 기대할 수 있겠다는 안정감? 더 이상 쓸데없이 심각해지며 청춘불패를 보지 않아도 될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 욕먹는 건 이제 사양이다.
13. 아무튼 결론은 재미있었다는 것. 재미없었는데도 재미가 있었다. 바로 이런 게 리얼버라이어티라. 안정감이라는 것을 겨우 찾게 된 청춘불패가 다행스럽다. 제작진이 결정적인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오래 갈 수 있는 기반은 마련한 것 같다는 것이 좋았다. 아마 그것이 오늘의 베스트가 아니었을까.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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