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김신영으로 인해 얻은 것이 있다면, 이경규와 유재석과 강호동, 그리고 이휘재, 김제동, 남희석, 신동엽, 김구라 등이 얼마나 훌륭한 MC인가를 깨닫게 되었다는 것이다. 확실히 반면교사가 되었다.
당장 내가 그리도 싫어하는 강호동만 하더라도 그의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비호감이 된 경우는 없다. 오버하고 수선을 피워 짜증나기는 하지만 덕분에 어지간하면 재미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하여튼 별 사소한 것 가지고도 오버액션이라 부담스러워도 덕분에 출연자는 강호동으로 인해 확실한 인상을 심어준다.
다른 MC들도 마찬가지다. 물론 결국 남는 것은 MC다. 그러나 그것은 다른 출연자를 띄워주면서다. 디스를 하더라도 선을 지킨다. 그리고 띄워줄 때는 확실히 띄워준다. 게스트를 살리는 것이 프로그램을 살리고 결국 자기가 사는 법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프로그램이 끝날 때면 다른 게스트들도 확실히 산다.
그러나 청춘불패에서는 김신영과 함께 있으면서 남는 건 김신영밖에 없다. 오죽하면 그런다. 김신영이 프로그램을 살린다. 김신영 혼자 다 웃긴다. 이게 정상이라 보는가?
출연자가 김신영 말고도 무려 아홉명이다. 김신영과 같은 MC 역할을 하는 노주현과 김태우를 빼더라도 G7 일곱명이다. 그러면 이들은 뭣하러 캐스팅했게? 김신영 혼자 다 웃기려면.
웃기지 않아도 웃어주고, 웃기지 않아도 웃기는 것으로 만들고, 그리 유도하고, 그러면서 캐릭터도 만들어주고, 상황도 만들고... 라디오스타가 SS501의 막내 김형준의 이른바 "예능감"이라는 것을 발굴하는 과정이 그랬다. 참 별 것 아니었다. 오히려 저게 뭔가 썰렁할 수도 있은 것이었다. 그런데 김구라, 신정환, 윤종신, 김국진은 그것을 살렸다. 라디오스타에 나가면 예능감 없는 사람도 예능감이 생긴다. 김구라가 독설만 잘해서 페이가 그리 센 게 아니라는 것이다.
다른 출연자가 상황을 만들면 그것을 살려서 출연자를 돋보일 수 있어야 하는데 결국 자기가 웃긴다. 다른 출연자가 상황 비슷하게 만들면 그것을 받아 출연자를 살릴 수 있어야 하는데 자기 혼자 웃기고 살아남는다. 자기가 준비한 개그 하기 바쁘지 정작 다른 출연자는 안중에 없다. 자기가 먼저 몸을 내던지기보다는 다른 사람을 내던지고 망가뜨려 자기가 웃기고 남는다.
김신영에 대한 평가는 그래서 극과 극일 거다. 나처럼 아주 혐오하는 사람과 프로그램을 혼자서 살린다며 좋아하는 사람과. 그러나 결국 한 가지다. 내가 싫어하는 이유가 바로 그거니까. 혼자 웃기자면 뭣하러 MC인가. 그냥 G8이나 하지. 실제 MC가 아닌 G8일 때는 꽤 재미있었다. 거슬리는 것도 없고.
아마 남성출연자였다면 바로 방송정지먹고 한동안 구설에 시달렸을 여성의 신체를 비하하는 개그를 남발할 수 있는 그 무모함이. 그리고 그런 분위기에 아직은 미성년자인 현아를 끌어들이는 무책임함이. 선을 지킬 줄 모르고 한 가지가 통하면 그것 하나만 밀어붙이는 무개념이. 심지어 미성년자를 성적 대상으로 여기는 단어인 "영계"를 아주 정확한 상황에 적확하게 쓸 줄 아는 그 만용이. 같은 여성이니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여성의 신체부위나 여성을 성적인 대상으로 여기는 단어같은 것들이. 그런 생각없음이.
한 마디로 주위를 돌아보지 않는 것이다. 앞뒤를 생각지도 않고, 좌우를 살피지도 않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것도 없고, 오로지 자기가 웃길 생각만 한다. 자기가 재미있으려고만 한다. 근시안적이고 단편적인데다 무례하기까지 하다. 과연 그런 청맹과니스런 에고란 더구나 리얼버라이어티의 MC와 어울릴 것이 무얼까.
지난주 것들을 전혀 생각지도 않게 다시 보면서 그것을 새삼 느낀다. 내가 왜 김신영을 싫어하게 되었는가. 아마 김신영은 리얼버라이어티를 G7을 이용해서 혼자 웃기며 노는 무슨 개그콘서트인 줄 아는 모양이다. G7 던져줬으니 혼자 한 번 마음껏 웃겨보라. 그러나 말했듯 그럴 거면 뭣한다고 G7씩이나 캐스팅했겠는가.
사실 그렇게 텔레비전을 많이 보지는 않는다. 그러나 가끔 챙겨볼 때마다 새삼 감탄한다. 참 좋은 MC들이로구나. 좋은 MC란 저런 식으로 진행을 하는구나. 그래서 프로그램이 저리 재미있구나. 새로운 깨달음이랄까? 진심으로 그래서 이경규가 좋아지고, 유재석, 강호동에 감탄하게 되고, 라디오스타와 세바퀴에 대해서도 더 유심히 지켜보게 되었다. 이런 게 예능이라. 예능 MC라.
조금 더 다른 출연자들이 무얼 하고 있는가 신경써보면 어떨까. 구하라의 유치개그와 마찬가지로 준비해 온 개그나 상황극만을 할 것이 아니라 다른 출연자들이 하는 행동들을 유심히 살피고 그것을 살릴 수 있는 - 그래서 그 출연자가 재미있을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보는 게 어떨까. 그 개성을 어떻게 드러낼까. 그 장점들을 어떻게 찾아내 보여줄까. 조금 덜 재미있어도 결국에 청춘불패의 주인공은 G7일 테니. MC든 뭐든 예능감이란 먼저 리액션이다. 리액션이란 도저히 안 되는 것일까?
원래는 김신영을 좋아했었다. 진심으로 그동안 예능에서 보이는 김신영의 모습에 반가워하고 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실망이 너무 커서. 차라리 MC가 아니었으면 좋았을 것을.
개인적으로 권하자면 청춘불패에서도 MC를 포기하고 노주현에게 맡기고 나르샤와 더불어 G8의 언니로 새로이 자리잡기를 바란다. 지난주 그런 모습들이 너무 보기 좋았었다. 확실히 그게 김신영의 자리에 어울렸다.
청춘불패가 시작한지도 벌써 23주, 그러나 아직 캐릭터조차 제대로 잡지 못한 멤버가 있음에 김신영은 책임을 느껴야 할 것이다. 벌써부터 소모되어 비호감이 되어 버린 멤버가 있는 것도. 그게 MC의 역할이고 책임이다. 다시는 MC 김신영을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진심이다. 김신영은 MC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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