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국영의 죽음이 전해지는 그 순간 나는 어느 게시판에 있었다. 만우절이라고 시시껍절한 농담이나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누군가 문득 그러는 것이었다.
"장국영이 죽었대!"
그 순간 바로 반사적으로 말이 튀어나왔다.
"아무리 만우절이라고 그런 거짓말은 하지 말자!"
솔직히 전혀 믿기지 않았다. 당시 장국영의 나이가 아직 40대, 설마 그가 벌써 죽을리가... 자살했다고는 하는데, 자살이라서 또 더 믿기지 않았다. 죽을 이유가 뭐가 있다고? 그러고 보면 마이클 잭슨이나, 노무현이나, 최진실이나 믿기지 않기는 마찬가지였지만. 그만큼 갑작스런 죽음은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필요한 법이라. 당장은 안 믿긴다. 하물며 만우절이라면.
참 충격이었다. 글쎄... 내가 장국영을 좋아했을까? 좋아한다거나 하는 영역은 아니었던 것 같다. 아마 인정하는 정도였을 것이다. 장국영이라는 존재를. 장국영이라고 하는 배우이며 가수를
내가 그를 처음 본 것은 영웅본색2에서. 나는 영웅본색을 영웅본색2를 보고서야 봤다. 그 다음에 본 것이 장국영의 데뷔작이라 할 수 있는 최가박당 시리즈. 당시까지도 맥가와 허관걸이 참 잘 나갔었는데. 파릇파릇하던 시절 장국영은 참 맑고 귀여운 소년이었던 것이다. 그러던 그가 아비정전으로 완연한 성인의 모습이 되어 나타났을 때는... 아, 영웅본색에서도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영웅분색에서조차 장국영은 소년이었었다. 천녀유혼에서도. 소년과 어른의 차이는 그림자의 여부. 그늘의 존재다. 그는 그렇게 해맑은 웃음이 어울리는 - 나이를 먹어서도 소년같던 배우였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천녀유혼도 빼놓을 수 없다. 솔직히 장국영보다는 왕조현 때문에 보았던 영화였는데, 그러나 역시나 소년같은 장국영의 순수함이 그렇게 잘 어울리는 영화였다. 아마 장국영이 아닌 다른 배우였다면 천녀유혼은 그같은 지고한 사랑의 이야기로 마무리되지 못하지 않았을까.
아마 그래서도 더 컸을 것이다. 그가 죽을 당시 마흔을 넘겼다는 사실조차 의외였을 정도로 내게 장국영이란 최가박당 시리즈에 처음 얼굴을 보였을 당시의 소년 그대로였으니까. 언제까지고 나이를 먹을 것 같지 않던 영원한 소년이었으니까. 천녀유혼에서의 그 사람좋은 웃음이 어울리던 나이먹은 소년이었으니까. 그런 그가 어느새 마흔이 되고 자살까지 하게 되었다는 것이...
만우절만 되면 그래서 생각이 난다. 예전에는 만우절 하면 어떤 거짓말을 할 것인가를 생각했는데 이제는 장국영이 죽던 - 아니 그의 죽음을 알던 그 순간이 가장 먼저 생각이 난다. 도무지 믿기지 않는 사실에 그저 어이없어 하던. 그같은 사실을 전하던 사람에 어이없어 하고 화를 내던. 내가 믿거나 믿지 않거나 이미 사실은 그렇게 정해졌고 흘러가고 있었음에도.
몸도 피곤하고 컴퓨터 앞에 앉으면 머리가 멍하니 비어 버리는 요즘에도 만우절을 맞으면 문득 그에 대해 쓰고 싶어지더라는 것이... 그를 사랑해서? 아마 그보다는 그 죽음이 그리 충격적이었던 때문이리라. 여전히 그의 죽음을 받아들이기가 믿기지 않기 때문인지도.
다시 한 번 떠난 그의 명복을 빈다. 그리고 이후 떠나간 모든 사람들에 대해서도. 살아서는 고통이었어도 죽어서는 행복이기를. 남은 사람은 생각지 말고. 사람은 행복하기도 버겁다. 삶에서든 죽음에서든. 항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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