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경규옹의 말이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까칠부 2010. 4. 2. 16:28

http://news.nate.com/view/20100402n07164

 

“태원이는 음악을 하고 있고 배우가 둘이에요. 이 사람들이 100% 연예인이 안 됐으면 하는 생각이 있어요. 배우들이지 않습니까? (예능에)너무 깊숙이 들어오면 안 돼요. 너무 깊숙이 들어오면 나중에 돌아가기 힘듭니다. 우리 프로그램 개성이 안 보일 수도 있어요.”

6개월간 적응에 힘들어했던 막내 윤형빈에겐 따끔한 충고도 아끼지 않았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 이경규에 대한 편견도 제일 많았다는 윤형빈은 “낚시를 함께 갔는데 적응을 못하고 있는 게 안 됐었나보다. ‘(이경규가)너 잘하고 싶냐. 너 별다른 걸 하려고 하지마. 멤버 안에 녹아 들어가면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 고 했다.” 고 이경규에 대해 고마움을 전했다.

‘남격’ 의 성장 원동력에 대해선 “7명 출연진이 산전수전을 다 겪은 이들이어서 뭘 해야겠다, 날 알려야겠다, 스타가 돼야겠다. 이런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소소한 것을 주면 잘 표현해서 진정성이 통했다. 튈려고 하면 안 드러난다. 뭉쳐서 하다 보니 잘 됐다.” 고 진정성과 팀웍을 꼽았다.

 

 

우연히 발견한 기사다. 남자의 자격에 관련해서 인터뷰한 내용인데, 이경규는 여기서 중요한 두 가지를 말하고 있다. 하나는 비예능 출연자에 대한 보호와 다른 하나는 출연자 사이의 팀웤. 단지 예능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때로 예능을 하지 않는 것도 역시...

 

"우리 프로그램 개성이 안 보일 수도 있어요."

 

무슨 뜻이겠는가. 남자의 자격만이 갖는 여러 개성 가운데 하나가 바로 출연자라는 것이다. 락커 김태원과 배우 이정진, 김성민... 아마 이들이 전문예능인이었다면 남자의 자격이 지금만한 호응을 얻지는 못했을 것이다. 김태원과 김성민이야 기본적으로 웃기더라도, 그러나 전문예능인이 웃기는 것과 예능인이 아닌 연예인이 출연해 웃기는 것과는 의미 자체가 다르다. 더구나 이정진의 경우는 남자의 자격에서 웃음 이외의 부분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으니. 그런데 이들이 모두 예능인이 되어 버린다면? 그러면 그냥 예능인 일곱명이 출연하는 리얼버라이어티가 되어 버리지 않겠는가. 그러면 또 무슨 재미일까?

 

"멤버 안에 녹아 들어가면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

 

이 말은 뒤의,

 

“7명 출연진이 산전수전을 다 겪은 이들이어서 뭘 해야겠다, 날 알려야겠다, 스타가 돼야겠다. 이런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소소한 것을 주면 잘 표현해서 진정성이 통했다. 튈려고 하면 안 드러난다. 뭉쳐서 하다 보니 잘 됐다.”

 

이 말과 이어진다. 예능이란 혼자서 웃기고 마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리얼버라이어티는 어떻게 던지는가보다 오히려 어떻게 받아주느냐가 더 중요하다 할 수 있다. 누군가의 애드립이 살고 죽는 것은 그 애드립이 얼마나 훌륭한가도 있지만 그보다는 그것을 얼마나 잘 받아주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이경규가 베트콩이라는 어이없는 애드립을 날려도 다른 멤버들이 그것을 받아 살려서 분량을 만드는 것처럼. 윤형빈의 계란 "찜"을 다른 멤버들이 무시하고 이윤석이 동정하면서 웃기지 않는 자체가 웃음이 되는 것처럼.

 

관계라는 것이다. 특정한 개인의 캐릭터나 개인기가 아닌 관계 안에서 주고 받는 유기적인 조화를 통해서 리얼버라이어티란 재미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그다지 웃기지 않는 병풍이라 할만한 멤버 셋을 끌어안고서도 남자의 자격이 지금에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 때문이었다. 혼자 웃기려 나서기보다는 누군가 나섰을 때 그것을 충실히 받쳐주고 살려줌으로써 전체가 웃기려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지금의 캐릭터란 것이 잡히게 되었고. 관계 안에서 충실히 녹아들었을 때 원래 리액션이라는 것도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다. 지금의 윤형비이 그렇다. 전처럼 버려지는 애드립은 줄어들었지만 대신 다른 멤버들을 자연스럽게 받아주는 충실함이 있기에 윤형빈으로 인해 남자의 자격은 살고 있다.

 

사실 내가 청춘불패에 대해 그렇게 반복해 떠들던 이야기다. 아이돌을 아이돌로서 보호하라. 그리고 개인기가 아닌 관계로서, 팀웤으로 이야기를 만들어가라. 특히 윤형빈에게 해주었다는 이야기는 나도 구하라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였는데, 그러나 그러기에는 청춘불패라는 자체가 관계란 찾아볼수 없는 상태라. 녹아들라고 해도 과연 청춘불패에 녹아들만한 관계나 팀웤이 존재하는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리얼버라이어티란 자연스러움이다. 전보다도 더욱 자연스러움이 리얼버라이어티에 요구되고 있다. 얼마나 더 웃기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더 자연스러운가다. 얼마나 더 예능을 잘하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소소하고 디테일한 일상을 보여줄 수 있는가다. 웃음은 그 다음이다. 디테일한 일상이 완성되었을 때 그 디테일한 일상을 통해 웃음도 자연스럽게 전해지는 것이다. 성공한 리얼버라이어티란 그렇다.

 

확실히 MC의 부재가... 아니 그보다는 이경규의 존재가 드러나는 부분이랄까? 병풍으로 치자면 남자의 자격도 만만치 않을 텐데도, 그 병풍을 단지 병풍으로서가 아닌 프로그램의 한 부분으로서, 프로그램의 개성을 나타내는 요소로서 활용하고 있는 남자의 자격에 비해 단순히 캐릭터를 소모할 뿐인 청춘불패란. 오죽하면 내가 더 이상 구하라에게 캐릭터를 가지라 요구하지 않겠는가. 청춘불패에서 캐릭터란 결국 소모를 뜻할 뿐이니.

 

그리고 이경규가 말한 마지막이 바로 진정성. 한 마디로 굳이 예능을 하려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역시 앞서의 팀웤과 통하는 것으로 혼자 튀려고 무리하지 않으니 그만큼 작위보다는 자연스런 자신을 보이는데 주력하게 되었다고. 물론 그럼에도 이경규는 천생이 예능인이었지만. 리얼버라이어티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예능에 출연한다고 온전히 예능인이 되기에는 음악인인 김태원이나 배우인 이정진, 김성민이 아깝다. 마찬가지로 예능에 출연한다고 온전히 예능인이 되기에는 나르샤 이하 G7이 또 아깝다. 그리고 어차피 되도 않는 예능감으로 혼자서 웃기기보다는 G7으로서 모두가 웃기는 것은 어떤가. 수다스럽게 떠들고 개구지게 놀고 정겹게 어울리고 하면서. 무엇보다 진심을 담아 자연스럽게. 이것이 G7의 본모습이라. 오히려 초기의 청춘불패에는 그같은 모습이 있었건만. 아쉽게도.

 

아무튼 정말 하고 싶은 말이었는데 이경규의 입을 빌어 들으니 확실히 새롭다. 경륜의 차이랄까? 아니면 커리어에 따른 신뢰의 차이랄까? 하긴 나같은 미미한 블로거따위와 댈 수 있는 존재는 아니겠지만. 과연 이경규로구나... 새삼 읽으며 깨닫는 바가 있었다. 이경규는 이경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