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도 어지간히 남자의 자격 마니아다. 그래서 간만에 술이라도 한 잔 하면서 남자의 자격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이것이 남자의 자격만이 갖는 강점이 아닌가.
즉 남자의 자격에는 예능인이 없다. 예능인이 안 나온다. 뭔 소리냐고?
이경규나 김국진이나 개그맨이고 예능인이지만 정작 남자의 자격에서 이들에게 예능인의 냄새는 거의 나지 않는다. 이경규는 50대 어느새 소외되어 가는 가장의 모습 그대로이고, 김국진 역시 40대 이혼남이다. 이윤석은 그냥 늦장가 든 꼰대.
김태원은 음악인이다. 김성민과 이정진은 배우다. 윤형빈조차 정경미라고 하는 여자친구에게 충실한 그냥 성실한 막내다. 예능을 한다는 느낌조차 없이, 심지어 이경규의 말처럼 예능인이 아닌 출연자 가운데는 예능인이라 불릴 정도로 프로그램에 녹아든 사람이 없다. 마치 어디 넌픽션 다큐멘터리처럼. 일반인 불러다 길게 찍는 인간극장처럼.
바로 거기에서 진정성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음악인이지만 기러기아빠다. 배우인데 나름 사연도 있고, 개그맨이지만 여자친구나 일상에서의 진지함과 성실함이 있다. 그런 모습들이...
즉 출연자들이 예능인이 되고 말면 프로그램은 예능으로 소비되고 말 뿐이다. 나름 고민한 미션도 진정성도 결국 예능으로 희화되고 말 뿐이다. 그러나 아마 어쩌면 제작진의 의도이기도 하겠지만 남자의 자격은 출연자를 예능인이게 하지 않는다. 가장이게 하고 이혼남이게 하고 가부장이게 하고 음악인이게 하고 배우이게 하고 기러기아빠이게 하고 성실한 남자친구이게 한다. 예능이 아닌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그러고 보면 남자의 자격에 대한 비판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이 다큐멘터리 찍느냐. 실제 그 정도로 출연자들은 예능이라는 사실을 잊고 리얼하게 자신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것이 리얼버라이어티라.
그래서 이정진을 보면 이정진의 신작 영화를 보고 싶어지고, 김태원을 보면 부활의 신곡을 들어보고 싶고, 김성민도 다음 작품이 결정되었는가 궁금하고, 이윤석의 강의를 들어보면 어떨까...
성급한 판단인지는 모르겠지만 남자의 자격이야 말로 리얼버라이어티의 새로운 가능성을 연 프로그램이 아닐까. 버라이어티로서의 성격이 강했던 기존의 리얼버라이어티에서 리얼리티에 조금 더 무게를 둔 리얼버라이어티로. 그래서 더 마음이 가고 몰입이 되고.
아무튼 중요한 것은 남자의 자격이야 말로 나와 코드가 딱 일치하는 프로그램이라는 것. 텔레비전이라고는 거의 보지 않는 나조차 남자의 자격을 도저히 빼놓고 못 보겠다. MBC 파업한다니 KBS도 보이콧해야 하지 않는가 하다가도 결국에 흔들리고 말 정도면... 이렇게까지 마음에 맞는 프로그램은 다시 찾기 힘들다.
굳이 모든 출연자들이 예능인이 되는 프로그램보다는 이런 것도 낫지 않은가. 그 또래의 일상이나 고민 감수성을 그대로 전달해주는.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별로 재미없는 일상도 자연스레 보여줄 수 있는. 예능이 아닌 그같은 자연스런 모습들을 거르거나 하지 않고 보여줄 수 있는 그런.
다큐멘터리는 너무 진지하고 예능은 너무 어수선하고... 물론 내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다. 내 취향이 이런 것이라. 그래도 역시 남자의 자격은 최고다. 두 말 할 것 없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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