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두 가지 입장이 존재할 것이다.
"무대에 오르는 순간 아티스트는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무대 위에서 허술하고 모자른 모습까지도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아티스트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전인권의 갈라진 목소리가 듣기 싫을 것이다. 저런 맛가버린 목소리로 무슨 노래를 부르는가? 그러나 어떤 사람은 그같은 목소리마저도 전인권의 모습이라 받아들이며 감동할 것이다.
스스로 자기 몸을 관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아프거나 다쳤을 때 스스로 몸을 챙기고, 무대에서 항상 완벽한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 그렇지 못하다면 차라리 무대를 포기할 수 있는 것 역시 프로의식이라 할 것이다. 이소라가 자기 목소리가 마음에 안 든다며 콘서트 관객에게 입장료를 환불했듯이.
그러나 팬들과의 약속이기에 설사 몸이 아프고 그래서 완벽한 무대를 보여줄 수 없더라도 자기가 할 수 있는 만큼만이라도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또한 바로 프로인 것이다.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모를까, 팬들과의 약속인 만큼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은 끝까지 하겠다. 그 뒤의 일은 그 뒤에 맡기더라도.
한승연이 완벽한 무대를 보여줄 수 없기에 부상을 이유로 무대에 서기를 포기했다? 그래도 나는 칭찬해 줄 수 있다. 그 또한 프로다. 마찬가지로 이번 무대처럼 보기 흉한 아마도 석고붕대 차림으로 무대에 나와 불안한 모습을 보여준 것 역시 나는 칭찬해 줄 수 있다. 그 또한 프로니까.
결국에 어느 쪽이든 칭찬할 수밖에 없나? 한 마디로 결과가 아닌 그 동기라는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 무대에 서기를 포기하고 무대에 설 것을 결정했는가. 그런 때 해당 아티스트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 역시 매니지먼트의 중요한 부분일 것이다. 그런 때 그 의지를 꺾게 된다면 아티스트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아티스트는 자유로워야 아티스트다.
물론 아이돌이 아티스트인가. 여기에 대해 나는 입장을 달리한다. 그러나 보다 넓은 의미에서 보자면 아이돌 역시 아이돌이라고 하는 분야에 종사하는 아티스트다. 아이돌로서 자기에게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최선을 다한다. 그것을 의지와 상관없이 가로막는다면 자격이 없는 거다. 의지를 존중하되 더 이상의 문제가 없도록 제반사항을 점검하고 살피고 예방하는 것이 매니지먼트의 존재이유일 것이다. 과연 그랬는가에 대해서는 나로서는 알 수 없으니 더 이상 말할 것이 없짐만.
구하라도 듣자니 "달려라 홈런왕"인가? 거기 출연하면서 감기몸살을 앓고 있었다고 한다. 청춘불패 촬영하다 물에 빠져 감기몸살에 걸렸다. 어떻게 해도 구하라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 프로그램이다. 그렇더라도 주어진 스케줄에 대해서만큼은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것. 설사 촬영이 끝나고 쓰러져 몸져 눕더라도 그 앞에서는 자기에게 주어진 역할을 다 하는 것. 그것이 프로가 아닌가. 그럴 수 있도록 옆에서 지켜주고 관리해주는 것이 매니지먼트가 아닌가.
개인적인 정으로야 한승연이 무대에 서지 않았으면 좋겠다. 구하라 역시 감기몸살 걸렸으면 조용히 누워 쉬면서 몸을 낫우게 했어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것은 나의 개인적인 감정이고 과연 그녀들 자신에게 있어 그것으로 만족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과연 매니지먼트를 하는 입장에서 그런 의지에 어떻게 대해야 하겠는가.
물론 말했듯 그같은 모습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불만인 사람도 있을 테고, 분노를 터뜨리는 사람도 있을 테고, 누군가는 조롱도 할 테다. 그러나 그럼에도 내가 좋다고 하는 것은 무대에 서고자 하는 한승연의 의지와 무대에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그리 아름답더라는 것이다. 내가 보기 좋았고, 그래도 마지막 무대에 선 한승연이 반갑다.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부상투혼이 대단하다는 게 아니다. 자신의 무대에 최선을 다하려는 그 자세가 아름답다는 것이다. 그리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님에도 당당하게 자신을 내보이려 하는 그 모습이 아름답다는 것이다. 안쓰럽더라도 그를 동정하거나 걱정하지 않는 것은 그녀가 이미 프로인 때문이고. 프로에게 동정은 모욕이다.
얼른 한승연의 팔이 회복되기를 빌며... 그리고 다음 앨범에서는 내가 그리 마음에 들어하는 한승연의 춤을 더욱 느껴볼 수 있기를 바란다. 그렇게 될 것을 믿으며. 그녀는 프로니까.
문득 이영애가 출연했던 한 화장품 CF가 생각난다. 거기 카피가 그랬었지?
"그녀는 프로다. 프로는 아름답다."
한승연을 위한 말이라 생각한다. 그녀는 진정 아름답다. 세상의 무엇보다 더. 카라만큼이나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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