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개인적으로 부활 최고의 앨범...

까칠부 2009. 9. 20. 05:37

일단 셋을 꼽는다. 2집과 4집과 11집.

 

여기에 버금가는 것으로 3집과 6집, 7집...

 

2집이야 말할 것도 없다. 회상1, 2, 3의 삼연작과 슬픈사슴, 천국에서, 서정기타의 궁극을 보여준 질스테마... 이게 고작 22살의 나이에 만들어진 음악이고 앨범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11집은 제대로 망한 바람에 묻혀버린 앨범이지만 김태원식 서정락의 정수가 그대로 담겨진 앨범이다. 이전까지의 난해하기까지 하던 김태원의 사유는 이 앨범에서 깔끔하게 정리되어 하나의 유장한 흐름을 이룬다. 이전 앨범에서 양사이드를 이루던 서정발라드와 김태원식 프로그레시브가 여기서 하나로 만난 것. 듣고 있으면 그렇게 편할 수 없고, 그래서 어느새 다시 찾아듣는 앨범이다. 친구야 너는 아니, 사랑, 시간2, 나비, IF등 버릴 노래가 없다. 특히 연주곡 1971년 여름은 질스 테마에 이은 또 하나의 성과.

 

3집은 아무래도 보컬이 중간에 요절하는 바람에 미완성의 느낌이 강하다. 그게 마이너스지만 참 곡 하나하나만 놓고 보면 6년이라는 시간이 그대로 느끼게 하는 탄탄한 완성도가 있다. 두들겨 부수는 그런 강렬함은 없지만 빨려들 것 같은 매혹적인 서정미? 특히 소나기는 들으면 들을수록 놀라게 되는 최고의 곡 가운데 하나다. 아마 김재기가 살아 있었으면 사랑할수록과 함께 원투펀치로써 200만장 이상도 도전해 볼 수 있었으련만...

 

6집은 진짜 묻힌 앨범인데, 보컬인 김기연이 성대결절로 활동을 중단하는 바람에 다시 듣기도 애매한 앨범이다. 그러나 김태원식 모던락은 이렇구나 느끼게 하는... 무엇보다 김기연의 쨍쨍한 보컬이 무척 매력적인 앨범이다. 김기연의 쨍쨍한 목소리와 텅 빈 듯 단단하고 치밀하게 채워져 오는 사운드가 정말 다시 듣게 만드는 앨범. 단, 최승찬이 직접 부른 "너의 침묵"과 후반 이상시선 1, 2, 3연작의 연주곡은 조금 에러였다. 아니었으면 정말 손꼽히는 앨범이 되었을 것을.

 

7집은 말할 것도 없이 마니아들이 부활 최고의 앨범으로 꼽는 앨범. 그러나 솔직히 전체 앨범의 구성에 있어 그리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다. 곡은 좋지만 뭔가 어수선한 느낌? 앨범으로 듣고 있자면 조금 그런... 물론 제대로 된 앨범 기준이다. 평균이상은 되는 수준이다.

 

그리고 마지막 개인적으로 꼽는 최고의 앨범 4집 잡념에 관하여...

 

내가 당시 군대에 있었다. 군대에 있다 보니 이 앨범이 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는데, 나중에야 들었다. 아마 일찍 이 앨범을 알았다면 락에 대한 나의 편견을 조금 일찍 바로잡을 수 있었을지도. 마치 하나의 음악인 양, 그러나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함과 풍성함이란... 가슴을 저미는 듯한 슬픈 서정의 극을 이루고 있다. 아마 이 앨범이 망한 것도 그 가슴먹먹한 슬픔을 대중이 감당하기가 힘들어서였을지도. 기억이 부르는 날에도 좋고, 연주곡 잡념에관하여도 좋고, 특히 가장 좋은 것은 시를 부르는 시인의 시. 다리를 걷는 여인도 괜찮다. 특이하게도 김태원이 거의 메인보컬 김재희 만큼이나 보컬로 많이 참여한 앨범이다. 거칠고 불안정한 목소리가 음울한 앨범의 서정성과 너무 잘 어울린다.

 

아니 무엇보다 부활의 앨범을 듣고 있다 보면 항상 떠오르는 것이 바로 이 앨범 4집이다. 5집을 듣다가도, 10집을 듣다가도, 이번의 12집을 듣다가도, 부활의 음악의 시작이자 끝이랄까?

 

지금도 4집을 무한반복으로 돌려 듣고 있는 중이다. 술 한 잔 생각나는... 아련한 그리움을 떠올리게 만드는 앨범이다. 개인적으로 이 앨범이 망해버렸다는 것이... 아니었다면 이런 식의 앨범이 이후로도 몇 장 더 나왔겠지? 박완규가 참가한 5집의 미친 듯한 절규도 그랬으면 못 들었을 것 같기는 하지만... 아무튼 아쉽다. 조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