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시나위도 메탈에서 얼터너티브로 주종목을 바꾸었다고 하지만 가만 들어보면 사실상 전혀 바뀐 것 없는 신대철스러움이 그대로 느껴지는 밴드다. 물론 신대철 말고도 다른 멤버들도 곡도 많이 쓰고 했지만 그 기타사운드만큼은 어떻게 해도 바뀔 수 없는 지문과도 같다. 부활의 김태원처럼.
아무튼 우연히 듣게 된 신대철의 기타연주에 매료된 이래 시나위 앨범이라면 매번 빼놓지 않고 찾아듣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최고로 꼽는 앨범은 셋이다. 4집과 6집과 7집... 물론 음악적인 수준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내 취향을 이야기하는 거다.
1집은 조금 어수선했다. 2집은 뭔가 말하기가 애매하고, 3집은 어쩐지 부대끼고 어색하고, 그러나 4집에 와서 시나위의 사운드는 훨씬 세련된 어떤 것으로 업그레이드된다. 역시 작은하늘과 카리스마를 거치며 음악적으로 성숙한 김종서와의 화학적 결합 때문일 텐데, 음악도 상당히 대중적이고 귀에 끌리는 사운드와 멜로디가 정말 들어도 질리지 않는 중독성으로 다가온다. 특히 타이틀곡 Farewell to love를 무척 좋아하는데, 정말 모범적이면서도 시나위만의 개성이 묻어난 명곡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5집... 솔직히 음악은 그리 나쁘지 않다. 음악은 오히려 훌륭한 편이다. 다만 보컬 손성훈의 존재가... 그나마도 손성훈은 앨범만 내고 바로 나가서 솔로앨범 냈지? 원래 5집은 손성훈이 끌어모은 멤버로 낸 앨범이었다. 신대철이 시나위 다시 하고 싶다니까 자기가 설레발쳐서 멤버 모아 앨범 내고는 자기는 밴드생활 안 맞는다고 팀을 나가 솔로앨범... 신대철 말로는 무척 황당했다나? 말 그대로 손성훈은 밴드보컬이 절대 아니었다. 진짜 그 점이 가장 큰 에러.
6집에서 드디어 - 아, 그 전에 5.5집이랄 미니앨범에서 이미 그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 시나위사상 최고라 할만한 - 그보다는 내가 생각하는 한국 밴드보컬사상 최고라 할 수 있는 김바다가 합류한다. 김바다의 거칠면서도 호소력짙은 보이스가 더해지면서 시나위의 얼터너티브는 비로소 완성되었다 할 수 있다. 죽은나무, 해랑사, 서커스.... 그리고 이어진 7집에서의 희망가, 취한 나비 기타등등 - 워낙 앨범단위로 듣다 보니 개별 곡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앨범 듣다가 이건 좋네, 저건 좀 특이하네 하는 정도? 그렇다 보니 곡 하나하나의 제목까지 신경쓰는 경우는 그리 없다. 마음에 드는 앨범일수록 더욱. 그런 점에서 6집과 7집은 굳이 따로 곡을 구분해 들을 필요가 없는 최고의 앨범이었다.
아무튼 바로 이 6집과 7집 때가 시나위의 전성기가 아니었는가 싶은데, 8집은 조금 실망이었고, 9집은 뭘 하려던 것이었던가 내가 헷갈리고 있었다. 시나위스런 사운드와 멜로디, 기타연주는 여전한데 뭐랄까... 뭐라 표현하기가 애매하네. 7집까지와 같이 그저 듣고 있으면 좋은 그런 정도는 못 되는 것 같다. 여전히 좋지만 조금은 모자른 그런 느낌?
개인적으로 좋아한다면 시나위의 음악 가운데 6집의 서커스와 7집의 희망가를 좋아한다. 가사는 사실 다 기억하지 못하는데 사운드가 좋다. 듣고 있으면 함께 우울해지는 것 같은. 우울해지다가 어느샌가 훌훌 털어버리고 일어설 수 있는 것 같은. 역시 6집의 죽은 나무도 괜찮고.
확실히 어떤 앨범을 사도 크게 실망은 시키지 않는 - 최소한의 만족은 주는 밴드라 할 수 있다. 지금은 활동을 전혀 안하고 있다는 게 아쉽지만... 작년 신중현과 동생인 신윤철, 신석철이 있는 서울전자음악단과 함께 공연한 게 마지막이던가? 쩝... 백두산도 돌아왔고, H2O도 다시 활동을 시작하고 시나위도 다시 앨범을 냈으면... 아쉽다. 안타깝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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