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외로움이란...

까칠부 2010. 4. 24. 21:52

외로움이란 타인에 의해서라기보다 자기 자신에게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주위에 아무도 없어서 외롭다... 그보다는 주위에 사람이 있어도 보지 못하니 외로운 거다.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여 사랑과 관심을 받으면서도 외로울 수 있는 거다. 아니 오히려 그렇 때문에 더 외로움이 서럽도록 사무치는 것이다. 왜?

 

결국 뭐냐면 자기에 대한 믿음의 결여다. 자기에 대한 믿음이 없으니 자꾸 주위만 보게 되고, 그러다 보니 정작 주위가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이다. 타인이란 나로부터 보는 것이지 내가 없이는 타인도 없다.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있을 때 타인과의 관계도 분명해진다. 자기에 대한 믿음이 없는데 타인에 대한 믿음이 있을까?

 

믿음이 없이 바라보는 타인이란 말 그대로 타인일 뿐이다. 그 거리감이 어느새 소외감을 느끼게 하고 고립감을 느끼게 한다. 마치 이 세상에 나 혼자 동떨어진 느낌? 차라리 혼자라면 좋을 것을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기에 그래서 더 서럽고 외로운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외로움을 느끼는 것이 의식이 유리되는 것을 느꼈을 때다. 아마 많이들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미처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어쩔 수 없이 주위로 인해 휘둘리며 한참을 내달리고 나면 마치 내가 내가 아닌 것만 같은 소외감을 나 자신으로부터 느낌다. 나인데 내가 없는 것 같은 어떤 유리감도 느끼게 되고.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어쩔 수 없이 하게 된 일에서 미처 적응도 하기 전에 몸이 달려가 버리면 의식이 그를 따라잡지 못해 벌어지는 현상이다. 사람의 몸이란 때로 자기 의지와는 상관없이 움직이기도 한다. 아니 대부분 그렇게 따로 움직인다. 나중에 서로 합쳐지며 균형을 이루더라도.

 

어떤 이유에서인가는 나로서는 모른다. 일단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 어떤 자신감의 상실이거나, 아니면 지나치게 일방적으로 내달려 온 빽빽한 스케줄에 치여 잠시 자기를 잃은 것일 수 있다. 어느쪽이든 일시간 방심상태가 되어 외로움을 느끼게 된 것이 아닌가.

 

물론 그렇다고 그렇게 심각한 건 아니다. 누군가 그러더라. 어른과 아이의 차이는 외로움을 아는가 모르는가에 있다던가? 말했듯 누구나 겪는 일이다.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에서, 사회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관계 속에서 한 번 쯤은 겪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어른이란 그같은 외로움을 평생을 친구와 같이 함께 하며 살아간다. 어른이 된다는 건 그래서 또 그늘을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도 하지 않던가. 외로움은 인간의 보이지 않는 이면이기도 하다. 그곳에는 개인이 보이고 싶지 않은 많은 것들이 한가득 숨겨져 있다. 자기조차 돌아보기 꺼려지는 것들이.

 

한 마디로 어른이 된다는 것은 하나씩 정신에 병을 안고 살아간다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어려서는 그리 해맑게 순진무구하던 마음들이 조금씩 병들고 상처입으면서 마치 백신을 맞은 것처럼 상채기 투성이로 단련되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 어른들이 더 여리고 약하다. 강한 사람들이 강하기 때문에 더 여리고 약한 경우가 많다. 인간은 그렇게 강하지 못하다. 단지 강한 척 할 뿐. 약한 모습을 어딘가 숨기고 아닌 척 할 뿐.

 

다만 이것이 과연 일시적인 성장통인가, 아니면 어떤 정신적인 균형이 무너진 이상상태인가 하는 것이다. 트위터 상으로 보았을 때는 일단 전자로 보인다. 아직 명랑하고 아직 활기차며 아직 꿋꿋하다. 그러나 만일 그것이 짐짓 그렇게 자신을 꾸며 모이는 것이라면? 자기마저 속여보이고자 하는 것이라면?

 

그래서 유독 눈에 들어오는 것이 외계인 기계 같다는 말이다. 그리고 예전에는 그리 대견하게만 여겨졌던 대학에나 가서 연기를 시작하겠다는 말과 거기다 작년에도 대학입시에 아예 도전조차 하지 않았다는 사실들. 신중함이나 어떤 현실적인 냉정함이 아니라 어쩌면 그것은 자신감의 상실의 다른 표현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말한 것처럼 혹시 자기로부터 유리된 어떤 감정을 느낀 것은 아닌가.

 

아마 그런 상태라면 약간은 현실감이 없을 수 있겠다. 유리감이란 게 그렇다. 마치 나란 없는 것 같고, 나조차도 나랑 상관없는 것 같고, 세상의 일이란 나와는 상관없이 돌아가는 것 같고... 물론 그것은 머리로 생각하는 게 아니다. 머리로는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다. 몸으로 느끼는 것이다. 무의식으로. 가만히 있으면 생각이 자꾸만 그리로 가고.

 

운동을 권하는 것은 몸으로 직접 부딪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연기를 권해보는 것은 그것이 꿈이기 때문이다. 꿈을 실체로서 느낄 수 있게 된다면 조금은 현실감이 돌아오기도 할 것이다. 말했듯 이런 정도는 많은 사람들이 겪고 항상 함께하며 살아가는 것이니 그런 정도라도 좋지 않을까.

 

가장 좋은 것은 역시 마음껏 약한 자신을 드러내 보일 수 있는 무언가일 것이다. 혹은 누군가이거나. 어쩌면 그것이 문제일지도 모르겠는데. 아무리 같은 팀이고 마음을 터놓고 지내는 사이지만 그러나 그렇게까지 자신을 허락하기엔 또 그것은 다른 문제이므로. 무어라도 마음을 의지할 수 있는 것이 있으면 좋을 테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보다 자기를 다잡을 수 있는 어떤 명확한 실체감을 느껴보는 게 좋을 것이다.

 

하여튼 차라리 약한 모습을 보이며 울고 보채고 했으면 이리 마음이 쓰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말했듯 여리고 약한 사람이 오히려 강할 수 있다. 문제는 애써 강한 척 해 보이려는 무모함이다. 인간은 그리 강하지 못하다. 강하다가도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 것이 인간이다. 물론 결국은 일시적인 성장통이기 쉬울 테지만.

 

참고로 내가 아는 누군가는 자기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믿으며 스트레스를 이겨낸다. 자살을 꿈꾸며, 속시원하게 죽고 난 뒤를 상상하며, 그리고 마음껏 울고 짜증부리고 화내고, 그런데 내가 보기에 그 사람보다 강한 사람도 드물다. 세상에는 이런 사람도 있다는 거다. 사람은 약하지만 또 강하다. 그러기에 사람은 살아간다.

 

아무튼 앞으로 구하라에 대해서는 비판도 함부로 해서는 안 되겠다. 달리는 말에 채찍질하는 거지 지쳐 멈춰서려는 말에 채찍질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지쳐서 힘들어할 때는 칭찬으로 북돋워주는 것이 좋다. 어떤 말이 좋을까? 조금 궁리를 해봐야겠다. 지금은 채찍질이 아닌 격려가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