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저작권과 대중음악 - 세상에 공짜란 없다...

까칠부 2010. 4. 26. 23:10

작년 윤종신 사태 때도 느낀 것이다. 정말 대중의 수준이라는 게 이렇게 저렴하구나. 음악이 대충 뚝딱거리면 그냥 나오는 것이라 여기지?

 

그러나 그렇게 뚝딱거려 나오는 음악이라 해도 일단 뚝딱거릴 당사자가 먹고 살 수 있어야 하는 거다. 먹고살려고 오히려 아르바이트하는 시간이 더 긴 음악인이 과연 얼마나 제대로 집중해서 훌륭한 음악을 만들 수 있을까. 밤낮없이 연습실에서 연주하고 음악에 대해서만 고민할 수 있는 사람들에 비해서.

 

이번 부활 12집 파트2, 끝내 구매를 포기했다. 이건 좀 너무 심하더라. 파트1도 기대 이하였는데. 그러나 이해한다. 11집 망하고 소속사도 없이 떠돌다가, 부활 스스로 회사 세워서 자체적으로 기획해서 낸 앨범이다. 그것도 부활을 알려보겠다고 그 체력에 김태원이 예능에 얼굴을 내비치던 와중에. 그래도 앨범 하나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과거와 환경 자체가 다르다는 거다.

 

블랙홀 최근 싱글들은 차마 눈물이 앞을 가려 들어주지 못한다. 물론 여전히 좋다. 그러나 블랙홀의 음악이 과연 이런 정도였던가. 블랙홀 8집은 지금도 매일 들어도 질리지 않는 훌륭한 앨범이다. 그러자 주상균 스스로 인터뷰에서 말했으니까.

 

"10집까지 낼 수 있을 지 모르겠다. 여력이 없다."

 

시나위는 현재 활동중단 상태로 멤버들마저 뿔뿔이 흩어져 자기 살 길을 찾아가고 있다. 과연 시나위 10집은 나올 것인가. 신대철도 별 생각이 없는 것 같고.

 

그러고 보면 제법 인지도 있는 인디밴드 하나가 끝내 해체되고 그 리더는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는 소리를 들었다. 작년이던가? 재작년이던가? 돈이 안 되니까. 먹고 살아야 할 것 아닌가?

 

연습실에서 연습하는 시간보다 아르바이트하는 시간이 더 길다. 어디 해외에서 공연제의가 와도 하는 일을 그만둘 수 없어 포기해야 한다. 공연 바로 직전에야 겨우 모여서 연주를 맞춰보는 팀도 있다고 하고.

 

아니 이런 주변적인 이야기를 떠나서 당장 앨범을 만드는데도 그 돈이 장난이 아니라는 거다. 세션 제대로 쓰고, 녹음실 설비 좋은 것으로 빌려서 여유를 가지고 녹음하고, 치밀한 사전분비에 정교한 후반작업에... 제대로 앨범 만들려면 몇 달은 훌쩍 잡아먹는다. 그 비용은 당연이 억 단위를 넘어간다. 그런데 음반 팔아서 그 비용을 회수할 수 있나? 음원은?

 

행사야 그런 것 필요없다. 원래 라이브위주의 음악인이더라도 음반용과 라이브용은 따로 있다. 음반에서는 할 수 있는 최선을 추구한다. 라이브에서는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최대한을 추구한다. 그런데 행사에서 들을 수 있는 건 후자다. 그나마 행사에서 요구하는 것은 가수의 얼굴과 율동과 멜로디지 그런 사운드가 아니다. 기계음으로 떡칠 된 저렴한 음악이더라도 상관없더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그러지.

 

"요즘 우리나라 음악 들을 게 뭐 있어?"

 

그러니까 결국 남는 게 아이돌인 거다. 아이돌은 음악이 아니더라도 아이돌 자체를 팔 수 있거든. 음악을 팔아 돈은 안 되지만, 음악을 가지고 아이돌을 팔아 돈이 되는 거다. 그나마 돈이 되는 것이 아이돌이라는 거니, 결국 대중음악이라는 게 아이돌 위주로 갈 수밖에 없지.

 

누가 이렇게 만들었는가? 제대로 댓가도 지불하지 않고 음악을 듣던 당신들이 만들었다. 제대로 음반 하나를 내자면 그 비용이 적지 않을 텐데, 그러나 그런 음반을 내려는 사람들에 시장은 너무나 가혹하다. 손해를 보며 제대로 된 음반을 낼 것인가. 그래도 손해는 보지 않도록 적당히 타협하여 음반을 낼 것인가.

 

더구나 여유가 없다면 그만큼 음악에 들일 수 있는 노력이라는 것도 한계가 있겠지. 아무리 노력을 한다고 해도 여유를 가지고 음악에만 집중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누가 이렇게 만들었다고? 바로 당신들.

 

말하지만 차라리 돈 없으면 음악을 듣지 말라는 거다. 돈 아까우면 듣지 말라. 아예 가치가 없다 싶으면 듣지 않는 거다. 뭣하러 굳이 불법으로 다운로드까지 해서 듣는가? 그러고는 잘난 척 음악이 어떻네 저떻네...

 

당신들이 바라는 그런 훌륭한 음악인들이 왜 지금 모습을 감추었는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주변을 떠도는가. 아무도 들어주지 않으니까. 아무도 그들의 음악을 돈을 주고 사지 않으니까. 음악인이란 - 아니 대중예술인이란 그렇게 슬픈 존재들이다. 대중의 관심이 사라지는 순간 그들도 사라진다.

 

살다살다 불법다운로드 옹호하는 놈들이 한국 음악수준을 논하고 있다. 같잖아서. 하여튼 얼굴가죽이 거의 킬로미터 단위인지 말들은 참 잘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음악도 돈이 있어야 만든다. 더 좋은 음악이란 더 풍요로운 환경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 그것을 가능케 하는 것이 바로 공정한 시장이다. 좋은 음악에 대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고 소비하는. 그조차도 없이 그저 좋은 음악만...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거다. 공짜는 어디에도 없다.

 

하여튼 간만에 김태원 덕분에 저작권 관련 기사를 읽다가 배꼽 빠져라 웃고 있다. 참 바보같다.

 

아, 그리고 아이돌 음악 어쩌고 해 놓았지만, 아이돌 음악이라고 다 허접한 건 아니다. 좋은 음악은 좋다. 누구 말마따나 대중음악이 아이돌 중심으로 돌아가다 보니 나름 투자가 이루어지는 탓에. 그저 돈이나 벌어보겠다는 음악도 있지만 아이돌이라는 장르에 충실한 꽤 완성도 있는 음악도 있다. 그 점은 구분하기 바란다. 최소한 그런 음악들도 공짜만을 바라는 대중보다는 한참 더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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