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연히 저작권 관련 글에 달린 어느 리플에서다.
"음악이 너무 비싸다!"
비싸? 시디라고 해봐야 2만원이 채 안 된다. 2만원 넘는 시디는 아직 못 본 것 같다. 그리고 음원은... 5천 원이면 한 달 40곡 다운받잖아? 하면 곡당 100원이 조금 넘을 텐데?
그런데 바로 다른 리플에서 누군가 그리 말한다.
"한 달에 나오는 음악만 다 들으려면 수십 만원이 들어간다?"
순간 궁금해졌다. 음악평론가인가?
세상에 누가 나오는 음악을 다 듣는가? 귀에 들어오기는 하나?
일단 기존에 듣는 음악이 있다. 기존에 좋아해서 자주, 혹은 가끔 듣는 음악들. 여기에 신곡을 더한다. 그것도 의미있게 들으려면 최소 몇 번은 반복해 들어야겠지. 출근할 때 앨범 하나, 퇴근할 때 하나, 그 사이 짬짬이 얼마간... 한 달 내 한다고 과연 얼마나 들을 수 있을까?
집에서야 스트리밍으로 듣는다. 그건 한 달에 3천 원 내면 그냥 들을 수 있다. 이것저것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생소한 장르도 클릭 한 번으로 무한정 들을 수 있다. 결국 다운로드받는 것은 그 가운데서도 진짜 듣고자 하는 일부일 수밖에 없다. 그게 한 달에 몇 곡이나 된다 생각하는가? 한 달에 시디 한 장 씩만 사도 버겁다.
결국 뭐냐면 너무 많이 듣는다는 거다. 쓸데없이 너무 많이 들으면서 제대로 듣지 않는다. 쓸데없이 너무 많이 들으니 제대로 들을 여유조차 없고, 제대로 듣지 않으니 음악이 좋고 나쁘고의 판단이 없고, 그러니 음악의 가치에 대해 무감각해지고, 그러면서 말하는 거지.
"이건 너무 비싸!"
"들을만한 음악이 없어!"
그러니 불법으로 다운로드받는 게 당연한 거다. 오히려 제 값 받으려는 게 도둑놈처럼 여겨지고.
그러나 고작해야 한 달 동안 들을 수 있는 음악이라는 게 5천원짜리 다운로드 상품권 하나조차도 넘친다는 거다. 그래도 그것 다 제대로 못 듣는다. 하루종일 음악만 들을 것이 아니라면. 그래서 과연 비싼가? 그리고 그렇게 자기가 듣고 싶은 것만을 다운로드받아 몇 번이고 반복해 듣는다면 허접한 음악이란 있을까? 만일 그런 음악이 있다면 그런 음악을 고른 자기 탓이다. 최소한 자기가 들을 음악에 대해서만큼은 지불하는 만큼 스스로 선별할 책임이 자신에게 있는 것이니까. 그도 아니고 공짜로 다운로드받으니 그저 허접하게만 들릴 뿐이다.
도대체가 말이다 음악평론가도 아니고 뭔 음악을 그리 많이 듣는 것일까? 자기 취향이라는 것도 모르는 것일까?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이란 것도 없는 것일까? 뭐가 좋은 음악인지 아닌지는 분간할 수 있어야 하는 거다. 그러면 한 달 듣는 음악의 수는 한참 줄어든다. 고작해야 맥주 1.6리터짜리 하나에 땅콩안주 하나 곁들일 돈이면 그것 다운로드 다 받을 수 있다. 그런 정도도 없는가?
정히 그럴 정도 돈도 없다면 MP3부터 팔아치우라. 그래도 안 된다. 그러면 컴퓨터를 팔라. 컴퓨터 팔아서 한 2만원짜리 MP3사서 들으면 한 몇 달은 넉넉하게 제 값 주고 음악 들을 수 있다. 아니면 기초생활수급권자임을 입증하고 수입이 없으니 어쩔 수 없다 용서를 구하거나. 설마 어려운 이웃이라는데 음악인들이 그 정도 배려도 해주지 않을까?
하긴 원래 길가에 몰래 숨어 똥누는 놈은 그래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길 한가운데서 똥누고 있는 놈은 그건 그냥 미친 거다. 그냥 조용히 몰래 혼자서 다운로드받아 듣고 하면 좋을 것을, 굳이 그것을 대놓고 광고하고, 부탁하고, 심지어 저작권을 지키려는 음악인들을 비난할 건 무언가? 과연 그런 게 사람일까? 제정신을 가진 사람일까?
하여튼 아마 다 핑계일 거다. 음원 하나에 10원씩 하고, 또 한 달에 음악 하나만 나와도 저 인간들은 그래도 불법으로 다운로드받는다. 마치 다운로드받아주는 게 무슨 대단한 특혜라도 되는 것처럼. 참 병신들도...
욕을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다. 욕이란 이런 때 쓰라고 있는 거니까. 인간이 하찮다. 인간인가도 모르겠다만.
어차피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음악이란 한계가 있다. 바로 그것을 가지고 경쟁을 하는 거다. 장르를 나누고 시장을 나누고 그 안에서 각자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으로 경쟁을 하는 거다. 그것을 다 듣는다? 그건 아예 안 듣는 것이나 다름없다. 좋은 음악만 -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만 선별해서 아껴 듣는 것. 그게 바로 음악을 듣는다는 것이다. 자기가 감당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그래도 너무 비싸다면? 말하지만 지금 쓰고 있는 컴퓨터부터 팔면 몇 달 음악 들을 돈은 너끈히 나올 거다. 같잖다.
'대중음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뜨거운 감자 5집 시소... (0) | 2010.05.06 |
---|---|
티아라 -We Are The One... (0) | 2010.05.03 |
저작권과 대중음악 - 세상에 공짜란 없다... (0) | 2010.04.26 |
표절과 불법다운로드... (0) | 2010.04.26 |
정동하&한보라 - You And I (0) | 2010.04.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