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폭로형 예능에 대한 불편함...

까칠부 2010. 4. 28. 19:11

아마 지난달 초 부활의 김태원이 YTN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건 다 시간으로 이뤄지는 얘기 아닙니까? 어떻게 보면 간단한 음료수와도 같아요. 그거 쫙 들이키시면 전혀 언제 궁금했느냐는 듯이 그 다음부터는 얘기가 나올 걸요? 아마?

 

'이건 얘가 잘못했어. 쟤봐. 쟤들 싸워. 걔네들 또 싸우네?'

 

그걸 조금이라도 형인 제가 같이 해야되겠습니까? 이승철씨와 제가 냈던 음반을 좋아했던 사람들에 대한

회상하고 좋아하고 아름다워했던 사람들에 대한 배반이죠.

 

'저런 사이인데 그런 음악을 했단 말야?'

 

그런 이미지 얼마나 그 사람들한테 정말 못할 짓입니까? 1986년도에 레스토랑이 많았어요. 경양식집이라고 그랬죠? 돈까스 팔고 그러던 데. 거기서 그때 우리 희야를 들으면서 사랑을 나누다가 실패했던 사람들도 있을 거고, 그게 다... 실패한 사람은 희야를 들으면 그때로 돌아갈 것 아닙니까? 86으로.

 

돈까스 앞에 있고 사랑을 나누던, 헤어지던, 눈물을 흘리던... 그 추억이 사라질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이미지가 이상해질 수도 있는 거고."

 

확실히 그렇다. 내가 듣던 음악들, 내가 보며 울고 웃던 드라마, 영화, 결국 추억이다. 당시는 몰라도 시간이 흐르면 그것은 추억이 된다. 음악을 들으면 그 시절이 기억나고, 영화를 보면 그 사람이 생각나고, 그런데 누군가 말한다.

 

"사실은 말이야..."

 

그건 꿈이다. 판타지다. 이랬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랬으면 하는 믿음이다. 그런데 그것을 현실로 돌려놓는다.

 

"그건 착각이었어."

 

그 기분은 어떨까? 나는 재미있게 감동적으로 보았던 드라마가 사실은 그런 것이었다. 내가 미치도록 좋아했던 음악이 원래는 이런 것이었다. 당시 상황은 이랬었다. 그토록 멋지고 아름답던 사람들이. 어떤 느낌일까?

 

참 불쾌한 거다. 물론 당사자들에게야 개인의 일이다. 자기 일이다. 그냥 그런 일이 있었거니... 그러나 대중은 아니다. 그것이 꿈이고 판타지고 추억이다. 그 시절의 소중한 경험들이다. 시간들이고 기억이다. 그런데 그런 것들을 그렇게 강제로 현실로 되돌린다는 것은...

 

최소한 한때라도 자기를 좋아했던 - 자기가 부르거나 출연했던 노래나 작품을 사랑했던 팬들을 배려할 수는 없는 것인가. 멋진 꿈으로 남길 수 있도록 배려할 수는 없는 것인가.

 

그러고 보면 김태원식 토크에 사람들이 좋은 반응을 보인 것은 그의 토크에서는 꿈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사랑할수록과 김재기의 비화라든가, 네버엔딩스토리가 쓰여지던 배경, 심지어 대마초로 최악의 상황에 놓였을 때조차 그는 사랑을 이야기하고 음악을 이야기했었다. 자기 잘못을 이야기하고, 좌절과 실패를 이야기하면서도 그 꿈의 이야기를 놓지 않았었다. 그래서 그의 토크는 찾아듣게 되었다. 말 그대로 로망이었으니까.

 

분명 어떤 토크들은 그런 꿈이 있다. 이런 게 있었구나. 그런 게 있었구나. 멋지다. 아름답다. 대단하다. 신기하다. 새롭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토크들이라는 것도...

 

그러나 또 보면 급한 경우들이 많아서. 현실적으로 잘 풀리지 않다 보니 무리를 하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그로 인한 피해가 누구에게 돌아가느냐 하는 것. 어느샌가 깨어져 버린 꿈에 냉소적이 되어 버린 대중들에 대해서다. 꿈을 꿀 수 있도록 해주는 연예인에게 그 꿈을 지킬 수 있도록 해주는 것도 최소한의 애프터서비스일텐데... 마치 씨앗을 헐어 밥을 지어 먹는 농부의 꼴은 아닌가.

 

내가 토크프로그램을 잘 보지 않는 이유다. 재미있는 건 재미있는데 가끔 그 선을 넘어서면 돌이킬 수 없이 추하고 고약하다. 아주 썩은 내가... 좋은 토크라는 게 그래서 있기도 하지만.

 

과거를 팔아먹는 연예인과 그것을 더 자극적으로 포장해 팔아먹는 방송국과 그것을 일회성으로 요구하는 대중... 누구 하나의 잘못이라 하기에는...

 

결국은 내가 오래된 사람이라는 거겠지. 그런 생각이 든다. 혹시 내가 너무 나이를 먹은 건 아닌가. 아직 그리 나이를 먹었다 생각은 들지 않는데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