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패밀리가 떴다2 - 김희철로 될까?

까칠부 2010. 4. 30. 06:57

김희철이 새로 가세한다기에 도대체 어느 정도인가 싶어서 패밀리가 떴다2를 봤다. 그리고 웃었다. 청춘불패 피디가 이런 걸 좋아하는구나...

 

내가 딱 가장 싫어하는 스타일이었다. 웃기는 예능. 웃기려는 예능. 오로지 웃기려고만 드는 예능.

 

한 마디로 예능밖에 없었다. 그 안에는 오로지 예능인 뿐이었다. 왜 윤상현이어야 하는가. 왜 조권이어야 하는가. 왜 유리이고 옥택연이어야 하는가. 김원희와 신봉선, 지상렬은 왜 그 자리에 있는가.

 

출연자의 강점이라고는 하나도 캐치되지 않았다. 오로지 웃기기 위한 발버둥만 있을 뿐. 마치 조증에 걸린 것처럼 방방 뛰고는 있는데 현실감이 없었다. 이해가 가는가? 리얼버라이어티인데 현실감이 없다. 마치 여행지를 찍은 사진 위에 오려붙여진 만화캐릭터처럼.

 

그냥 웃고 떠드는 것 뿐이다. 왁자하게 웃고 떠드는 것이다. 물론 그것도 강점이다. 그러나 그러자면 그 출연자들이어야 할 이유가 무엇이 있던가. 왜 굳이 윤상현이며 조권이며 아이돌까지 출연하는가. 심지어 MC인 김원희마저 자기존재가 없다. 그러니 웃음도 없다.

 

웃음이란 일상의 파괴다. 일상과 비일상을 오가는 것이다. 일상이 전제되어야 비일상이 웃음을 만들어낸다. 내 비일상만 반복되는데 웃음이 나올 여지란 어디 있는가. 결국 보다 말고 나 자신이 지칠 뿐.

 

모르겠다. 김희철의 예능감이란 어느 정도인지. 유재석과 강호동에 비견될까? 이런 패밀리가 떴다2의 난맥을 바로잡으려면 그 정도는 되어야 한다.

 

아, 패밀리가 떴다2의 가장 큰 문제. 네러티브가 없다. 한 마디로 이야기가 없다. 캐릭터가 부여되었으면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캐릭터와 캐릭터가 만들어가는 어떤 일상이 있어야 하고 이야기가 들려야 한다. 그러나 말했듯 패밀리가 떴다2에는 웃기기 위한 강박에 빠진 비일상만이 있을 뿐이다. 비일상은 헤프닝은 될 수 있어도 네러티브는 될 수 없다. 이야기가 없는 캐릭터란 어떤 가치인가. 그런데 고작 김희철 하나 더해진다고 그 안에 이야기가 만들어질까.

 

내가 리얼버라이어티에서 예능감이라는 말을 조금은 뜨악하게 보는 이유다. 물론 한두번 나와 크게 웃음을 주고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스튜디오 버라이어티에서도 한두번 빵빵 터뜨리는 건 어지간하면 다 한다. 그렇다고 리얼버라이어티도 잘 하는가... 리얼버라이어티와 스튜디오버라이어티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한두번이야 누구나 웃일 수 있다. 한 두 번 무리하고 오버하면 어느 정도는 웃음을 줄 수 있다. 스스로 망가지고 다른 사람을 망가뜨리고 개인기 더하면야 웃기지 못할 리 있을까. 그러나 리얼버라이어티가 추구하는 웃음이란 "리얼리티"라는 것이다. 일상이다. 그것은 일상에서 나오는 웃음이다. 그것은 녹아들어야 하고 관계 속에서 만들어져야 한다. 액션보다는 리액션이 더 중요하고, 던지기보다 받는 게 더 중요하다. 팀웤이다. 팀웤이 전제되지 않은 리얼버라이어티에서의 예능감이란 무의미하다.

 

유재석과 강호동이 대단하다는 이유다. 이경규가 전설로 불리는 이유다. 과연 김희철 혼자서 저 패밀리가 떴다2의 난맥을 수습하고 그 안에 질서를 부여할 수 있는가. 자칫 김희철마저 먹혀버리지는 않을까.

 

그러고 보니 오지랖이다. 내가 김희철 걱정할 이유가 무엇인가. 하여튼 희한하게 웃기는 녀석따위. 말이며 행동하는게 재미있고 눈길이 가고 호감이 가는 그런 녀석따위...

 

사실 이런 게 스타겠지만. 하여튼 김현중과 마찬가지로 김희철도 자꾸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가만 있어도 눈이 가고 관심이 간다. 남자인데도 호감을 갖게 만든다. 흠...

 

뭐 잘 되었으면 좋겠다. 기왕에 출연하는 거... 그러나 지금 상태로는... 도대체 내가 뭐한다고 패밀리가 떴다2를 보았을까. 구하라가 출연한다고 해도 편집본만 볼 뿐 제대로 보고 싶은 생각은 전혀 안 드는 것을.

 

역시 김희철에게도 하고 싶은 말은 한 마디. 괜히 쓸데없이 망가지지 말고 눈치 봐서 적당히 이미지관리나 하다가 빠져나오라. 패밀리가 떴다2는 짧고 김희철의 연예인생은 길다. 현명하게 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