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심심치 않게 듣게 되는 이야기들이다. 과연 카라는 일본에서 성공할 것인가?
그러면 나는 오히려 되묻는다. 도대체 그 성공이 뭔데?
아마 우리나라 사람들이 생각하는 일본에서 오리콘 차트에 몇 위 하고, 일본 연예인 가운데 전체 어느 정도 위치를 차지하고... 솔직히 그건 힘들 거라 본다.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기본적인 문화의 차이라는 것이 있다. 어떤 사람들은 카라야 말로 일본에 최적화된 걸그룹이라 하지만 카라는 현재 원더걸스가 없는 국내 걸그룹 가운데 넘버2, 혹은 넘버3의 위치에 있는 나름 성공한 걸그룹이다. 다시 말해 카라라는 걸그룹 자체도 무척 한국적이다.
일본 아이돌 - 특히 여자아이돌 나이를 본 적 있는가? 그나마 강지영이 비슷하다. 구하라, 니콜도 사실 조금 많은 편이다. 그리고 건강하다. 일본 아이돌은 건강하다기보다는 카와이? 아, 진짜 짜증나는 단어다. 강지영이 아마 가장 가까울 텐데,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강지영도 너무 건강하다.
저번 일본 쇼케이스에서 여성팬들이 많이 찾은 이유가 그것이다. 일본의 여자아이돌은 기본적으로 남성의 욕망에 봉사한다. 여성 입장에서 꽤 불쾌할 수 있다. 반면 카라의 프리티걸이나 미스터, 워너 등은 일본아이돌풍인 것 같으면서도 매우 당당한 여성 자신을 묘사하고 있다. 활기차고 당당하며 에너지가 넘친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던 원래의 아이돌의 이미지에 또 가장 가깝다. 더구나 니콜과 박규리는 여성의 판타지를 자극하기에 충분한 외모와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아마 일본활동에서 가장 핵심에 놓일 것이 그래서 니콜과 강지영이 아닐까. 구하라는 글쎄... 국내에서 보여주던 활달하고 털털한 이미지를 잘 가꾸어 보여준다면 역시나 여성팬들을 꽤 끌어당길 수 있겠다.
사실 이게 중요한데, 아이돌이더라도 남성에 봉사하는 기존의 아이돌 이미지로 가서는 안된다. 귀엽더라도 여성에 귀여워야 한다. 섹시하더라도 여성이 보기에 섹시해야 한다. 그 차이는 얼마나 명쾌하고 산뜻한가 하는데 있다. 아이돌로서 대중의 욕망에 다가가기보다는 대중으로 하여금 우러를 수 있도록. 바로 그것이 일본과 우리나라에서의 아이돌 문화의 차이겠지만. 그리고 카라는 한국 아이돌로서 일본에 진출하는 것이다.
한계는 분명 있을 것이다. 일본의 아이돌과는 분명 틀리다. 나이대도 다르고, 스타일도 다르고, 음악이나 무대구성도 또 같지 않고, 따라서 일본 주류아이돌문화에 편입되거나 흡수하기는 무리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아티스트로서 무대에 서기에는 컨셉 자체가 아닌 것 같고. 즉 다시 말해 일본에 일본 아이돌로서 데뷔하는 것이 아니라 말했듯 한국의 아이돌로서 일본에 진출한다는 것이다. 일본의 주류아이돌시장이나, 혹은 아티스트 시장이 아닌, 한국적인 아이돌문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 제한적인 시장이 타겟일 수밖에 없다. 그러면 그 성공 여부는 무엇으로 판단할 수 있겠는가?
처음에 했던 질문이다. 카라의 성공여부는 무엇으로 알 수 있는가. 오리콘 차트가 아니다. 청백가합전도 아니다. 어디에서 얼마만한 관객을 동원했고... 물론 그럴 수 있으면 좋다. 한국에 비해 훨씬 적극적인 일본팬의 성격상 아마 그런 점에서도 상당한 성공은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역시 가장 큰 기준은 카라로서 일본에 카라라는 이름을 알리는 것이 아닌가.
어디까지나 한국의 걸그룹 카라로서, 즉 해외의 아티스트로서, 그들의 음악과 무대를 좋아하는 어쩌면 소수지만 충분히 소통할 수 있는 저변을 만드는 것이 아닌가. 카라의 음악을 듣고, 카라의 상품을 구입하고, 때로 카라의 소식을 궁금해 하며 인터넷을 접속하고, 한국에도 찾아오는...
더 욕심을 부리자면 오리콘 차트 몇 위, 앨범 판매 몇 만 장, 도쿄돔 몇 만, 청백가합전, 혹은 카라가 출연하는 일본 드라마나 버라이어티... 그러나 그런 것까지 생각하자면 너무 멀리 간다. 카라는 일본에서 데뷔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에 진출하는 거다. 그것을 지킨다면.
물론 일본에서 데뷔한다고 생각하도 나쁘지는 않다. 그러나 그러자면 철저히 일본의 시장에 맞춰야 한다. 한국의 카라로서가 아니라 일본의 카라여야 한다. 그러나 그래서 매리트란 있는가.
그래서 전부터도 말한, 일본에서 어설프게 현지화하느라 고유성을 잃기보다, 철저히 한국의 아이돌로서 그 선명성을 지키는 쪽이 장기적으로도 유리하지 않겠는가. 그쪽이 더 경쟁력이 있을 수 있다.
바라기야 대박이기를 바란다. 그러나 그것이 과연 카라에게 좋기만 하겠는가. 그리고 역시나 카라를 일본에 넘겨주기 싫다는 욕심도 있어서. 너무 크게 대박치면 안 돌아온다. 그건 내가 싫어하는 바.
결과야 지켜보면 나오겠지만 지금 생각은 그렇다. 카라는 일본에서도 역시 카라인 채로면 좋지 않겠는가. 그게 가장 좋은 그림일 것이다. 아마도.
큰 기대는 하지 않고 보기를 바란다. 카라는 어디까지나 한국의 아이돌로서 일본에 진출하는 거다. 그 한계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섣부른 설레발은 자칫 많은 것을 놓치기 쉽다. 그래서 걱정되는 것이 한국사회 특유의 1등주의. 1등이 아니면 소용없다. 과연...
요즘의 조금 과도하다 싶은 언플들이 걱정되는 이유다. 저럴 필요가 있는가.
어쨌거나 잘 될 것을 믿어마지 않는다. 잘 할 것이다. 다름아닌 카라니까. 내게 있어 카라는 항상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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