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예능감이라는 것이 연예인의 가치를 결정짓는 척도처럼 되었다. 너도나도 얼굴을 알리려 예능에 출연하고, 또 예능에서 자기분량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에 들어가면서, 예능이니까 감수해야 한다고 하는 논리가 방송은 물론 시청자까지 지배하게 된 것이다.
"예능은 예능일 뿐 오해하지 말자!"
참 편리한 말이다. 예능은 예능으로만 보라. 그렇기 때문에 예능에서 웃기기 위한 모든 수단은 정당화된다. 그리고 출연자는 그 논리에 맞춰 자신을 포기해야 한다. 만일 거기에 맞춰주지 않거나 못하면 분위기 파악 못한다고 예능감이 없네 어쩌고 비난이 쏟아지게 될 터이니. 더구나 다시는 예능에 출연하지 못하게 될지도 모르고. 그것은 또 자신과 혹은 팀, 소속사에 피해가 가게 될 테고.
아마 그래서일 것이다. 예능감이라 하면 자기를 내버리는 것이고, 예능이라 하면 출연자를 능욕하고 굴욕을 주는 프로그램으로 여기게 되어 버린 사람들이 많은 것이. 왜 더 망가지지 않느냐며 출연자를 비난하는 것이 당연해진 것도. 내가 예능을 잘 보지 않는 이유다.
일류가 왜 일류인가... 왜 그들은 일류로서 대접을 받는가. 확실히 3류는 3류다운 한계가 있다. 출연자라면 요리에 있어 재료일 텐데도, 재료의 여부와 상관없이 독하고 강한 양념을 있는대로 뿌리며, 화학조미료로 맛을 내려는 주방장이라면 3류라 해야 할 테지.
왜 남자의 자격 이경규 몰카가 그렇게 사람들 사이에 비판의 소리를 들어야 했던가. 첫째가 이경규가 이미 50대가 넘은 초로의 나이라는 것이고, 둘째가 아무리 그래도 사람을 하루종일 굶겨서 하는 게 온당한가 하는 것이었다. 더구나 50대가 넘어서 하루를 굶으면 그 고통이 보통이 아닐 것이니. 아무리 예능이라고 그저 웃고만 넘기기에는 지나친 부분도 분명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그저 좋다는 사람도 있는 것이라. 바로 거기에만 맞추게 되면 결국 막장으로 흐르는 것이다.
그나마 남자의 자격에서는 이경규가 악당이라는 이미지가 있으니 망정이지. 이를테면 캐릭터고 역할이다. 그 안에서 이루어진 몰래카메라이기에, 또 몰래카메라와 이경규라고 하는 연관성까지 떠오르며 호의적으로 넘어갔던 것이지 그 자체로는 상당히 아슬아슬했었다. 정말이지 왜 이경규인가를 다시 한 번 확인케 하는 계기였었는데. 그러나 3류는 그저 몰래카메라라는 형식만을 보는 것이라.
하여튼 연예인들도 고생이기는 하다. 물론 그러자고 출연료도 받고 하는 것일 게다. 그런 것까지 감수하겠다며 연예인이 된 것이기도 할 테고. 그렇더라도 그같은 인간적인 모멸감에 대해서까지 아예 무심해져야 한다는 것은. 오히려 그런 상황에서도 더 웃어야 하고. 그러지 못하면 도리어 비난까지 들어야 하고. 그러면서 마치 그들을 괴롭히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진다. 그렇게 길들여진다.
확실히 나의 경우 가학보다는 피학에 더 쉽게 동화되는 타입인 모양이라. 한 개인에 대한 조롱이고 모욕일 테지만 때로 그것이 나를 향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보다는 인간 자체에 대한 조롱이고 모욕이 아닐까. 유재석이 왜 최고라 불리우는가. 강호동은 왜 여우인가.
새삼 예능을 보는 시간이 아깝지 않느냐는 지인의 말에 동의하게 되는 요즘이다. 그래서 일주일에 딱 두 시간 예능을 본다. TV를 보는 유일한 시간이다. 그나마 유일하게 챙겨보는 TV프로그램이 예능이라는 것도 역설이기는 하지만. 역시 나는 예능은 안 맞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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