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남자의 자격 이경규 몰래카메라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장면을 꼽으라면 역시 마지막 30분을 남겨두고 이경규의 눈을 피해 비밀방으로 들어가던 김국진의 모습이었을 것이다.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그것도 문까지 열린 상태에서 들킬까 조마조마하면서 비밀방으로 들어가던 것이...
사실 몰래카메라라는 것이 그렇다. 말 그대로 몰래 찍는 카메라다. 왜 몰래 찍는가? 들키면 안 되니까. 들키면 일단 몰래카메라가 성립이 안되고, 도리여 대상으로부터 역공을 받을 수 있다. 이경규 쯤 되면 나머지 멤버 여섯 명이 무척 곤란해진다. 그런 만큼 몰래카메라에 긴장이 더해지고 재미가 더해진다.
그런데 가끔 과연 여기서 들킨다고 뭔 일 있을까 싶은 몰래카메라들이 있다. 눈치를 챘단다. 이상하다는 낌새를 느꼈단다. 그러나 차마 말을 못했단다. 신인이니까. 신인인데다 다들 하늘같은 선배들이라 말도 못하고 끙끙거리다가 마침내 서러운 눈물을 터뜨렸다고. 더구나 그 몰래카메라 실패했다고 당사자들에 무슨 리스크라는 게 있는가? 그냥 속여서 놀려먹고, 그러다 들키면 그만이고. 들키더라도 당사자는 항의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다. 과연 그런 것을 몰래카메라라 할 수 있는가.
근본에 대한 물음이다. 왜 몰래카메라인가? 왜 사람들은 몰래카메라에 그리 열광했고, 지금도 틈만 나면 여러 경로로 그것을 오마주하여 쓰는가. 거의 하나의 필수요소처럼 여겨지게 된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그러나 단지 속이는 한 가지에만 천착하고 마는 것이라.
결국에 뭐냐면 놀리는 거다. 괴롭히는 거다. 몰래카메라를 빙자한 기만이고 사기이고 조롱이다. 몰래카메라라는 명분으로 가해지는 가학이다. 다 끝나고 나면 그저 한 마디,
"몰래카메라였습니다!"
그러고 나면 나오는 말,
"예능은 예능일 뿐"
얼마나 편하고 좋은 말인가?
하기는 그런 게 최근 예능의 트랜드이기는 하다. 사람들이 재미있어하는 것도 그런 것이고. 그런 점에서 보면 저런 것도 맞는 것이기는 한데... 그래도 내게는 무척 불편할 따름이다. 그래서 아예 보지도 않지만. 일류가 왜 일류인가를 새삼 깨닫게 되는 요즘이다. 명품을 고르는 이유가 다 있는 것이다. 예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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