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생각이 들었다. 기본으로 10만 장 20만 장 팔 때, 아니 그 전 100만 장은 팔려야 앨범이 팔렸다 말하던 시절에, 과연 팬덤이 음반판매량에 끼치는 영향력이란 어느 정도였을까? 아마 HOT 팬덤도 그 규모가 수십만 정도였을 텐데, 그 팬덤이 앨범을 다 사는 것도 아니고 과연 그렇게 결정적인 수준이었을까?
즉 고작 7000장이라는 거다. 그보다 더 많았던가 적었던가? 아무튼 1만 장도 안 되는 양이다. 그런데 고작 그 정도로도 가요차트의 순위가 지진을 일으킨다. 시청자선호도에, 음원점수에, 방송점수에, 그러나 고작 7천 장, 1만 장도 안 되는 앨범으로 그 모든 걸 뒤집어 엎는 것이다. 어째서 이런 게 가능할까?
뮤직뱅크에서 음반판매량을 점수로 환산하는 방식은 점유율이다. 아마 맞을 것이다. 그 주에 음반이 얼마가 팔렸으면 그 가운데 어느 가수의 음반이 어느 정도 비율로 팔렸다... 그런데 워낙에 음반이 팔리지 않으니. 과거처럼 수십만 장 기본으로 팔리던 때라면 팬덤이 움직여 몇 만 장 팔아봐야 흔적도 없었을 테지만, 이제는 1만 장도 채 못 팔아도 그것으로 순위를 뒤집을 수 있는 것이다. 완전 팬덤게임이다. 하긴 비도 그런 식으로 1위를 차지한 정황이 있지만.
그전부터도 마음에 안 들었다. 싱글은 싱글이고 음반은 음반이다. 음반점수를 적용하려면 모든 수록곡에 동일하게 적용하던가. 그런데 이제는 이런 문제까지 불거지고 있다. 음반판매량 자체가 거의 없다시피 할 정도로 줄어들면서 몇몇 팬덤에 의해 순위가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조금은 다시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더 이상 음반이 갖는 가치가 과거와 다르다. 타이틀곡 하나 들으려 음반을 듣는 시대는 아니라는 거다. 음반은 음반을 들으려고 한다. 음악인이 좋아서든, 아니면 음반 자체가 좋아서든, 음반 자체를 들으려고 산다. 그것을 과연 싱글차트에 적용할 필요가 있을까.
싱글은 싱글대로 음반은 음반대로 따로 계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빌보드차트처럼 싱글차트 따로, 앨범차트 따로, 싱글은 싱글대로, 앨범은 또 앨범대로. 엄한 점유율로 계산하느라 소수의 팬덤에 의해 차트의 결과가 결정되는 일이 없도록. 설사 팬덤의 개입이 있더라도 그것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순위차트 자체를 보다 보편화 객관화시킬 수 있도록.
아니 음반이라고 또 다 같은 음반이 아니다. 싱글도 있고, 미니앨범EP도 있고, 정규앨범도 있다. 사실 가치가 다 다르다. 싱글은 한두곡 정도 넣어서 아주 저렴한 가격에 팔고 있고, 미니앨범은 그보다 많은 4~7곡 정도를 넣어 1만원 내외에서 팔리고 있고, 앨범은 10곡을 전후해서 그 이상을 수록해 그보다 몇 천 원 더 비싸다. 인간적으로 MP3가 있는데 굳이 내 돈 내고 싱글 사는 사람 얼마 없다. 미니앨범은 그보다는 조금 더 팔릴 테고, 정규앨범이야말로 살만한 가치가 있다. 여기에 요즘 또 유행하고 있는 리팩키지까지 포함하면. 기존의 앨범에서 한두곡 정도 넣거나 빼서 만든 신보 아닌 신보들도 있다. 이런 건 확실히 팬덤 아니면 사지 않는다. 같은 노래가 절반 이상인데 그걸 누가 제 값 주고 사려 들겠는가? 말했듯 MP3가 넘쳐나는 시대다. 그것을 음반이라는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는 것은.
싱글 따로, EP 따로, 앨범 따로... 싱글과 EP와 앨범은 그 구매동기부터가 다르다. 기대판매량도 다르고 시장의 수용방식도 다르다. 그것을 하나로 묶어 계량한다는 것은 이 얼마나 폭거인가. 마치 100원짜리, 500원짜리 상관없이 동전을 저울로 달아 계량해 계산하겠다는 것과 같으니.
새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기 바란다. 기왕에 있는 순위차트, 기왕에 대중음악에 순위를 매기려면 최소한의 공신력은 가질 수 있도록.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방식으로. 별로 순위차트라는 자체를 좋게 보지는 않지만 그것을 바라는 대중이 있다면 최대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는가.
참 비참한 현실이다. 고작 1만 장도 안 되는 판매량으로도 순위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 더 많은 방송회수와 더 높은 음원점수와 더 높은 선호도에도 그 1만 장도 안 되는 음반에 순위가 결정되어 버리고 만다는 사실이. 이게 바로 우리나라 대중음악의 현주소라. 씁쓸하다. 나도 그 공범이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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