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부활 최고의 보컬...

까칠부 2010. 5. 13. 20:57

일단 김재기는 열외다. 그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므로. 죽은 사람에 대해 평가한다는 건 부질없다. 특히 지금 내가 말하려는 기준에서는 더 그렇다.

 

밴드란 무엇인가? 팀이다. 밴드음악이란 그 팀 안에 음악이 있는 것이다. 나 혼자 만들어 내놓는 음악이 아닌 팀이 함께 만들어가는 음악이다. 다시 말해 밴드란 바로 그 팀을 최우선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김태원과 부활의 멤버들은 말한다. 음악이 첫째가 아니다. 부활이 첫째가 아니다. 그러나 그 어렵던 시절에도 더 나은 벌이가 있음에도 부활의 멤버들은 부활의 이름으로 꾸준히 음반을 내고 활동을 해 왔었다. 다른 활동조차 바로 부활이라는 이름을 내건 그것을 위한 밑작업에 불과하다.

 

바로 그것이 팀이다. 잘해서가 아니다. 하고 싶어서다. 내가 항상 하는 말 하고 싶어서다. 특히 밴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과연 그 밴드 안에 자신의 음악이 있는가. 그 밴드를 항상 우선에 놓고 생각하고 행동하는가. 스스로 그 팀에 대한 귀속의식이 있는가.

 

김윤아도 솔로앨범을 내고는 있다. 그러나 김윤아는 많은 경우 자우림의 김윤아로서 활동한다. 마치 밴드를 하며 세션을 뛰듯 그녀의 탁월한 가창력과 스타성을 살려서 솔로활동도 병행할 뿐. 그녀의 음악은 기본적으로 자우림에 있다. 그렇게 말하고 행동한다. 그녀는 그래서 밴드보컬이다.

 

반면 더 나은 부와 명예와 혹은 아마 대부분은 더 나은 자기만의 음악을 찾아 밴드를 뛰쳐나간 보컬의 경우... 그들의 음악은 결국 그들이 속한 밴드에 없었던 것이다. 그들의 정체성이란 밴드가 아닌 솔로로서의 개인에 있었던 것이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그들은 그냥 솔로가수다. 밴드보컬이 아닌.

 

역대 부활의 보컬 가운데 정규앨범으로 가장 많은 앨범을 낸 것이 이승철과 정동하, 그러나 비정규앨범까지 포함하면 언플러그드&라이브 앨범까지 있었던 정동하가 한 장이 더 많았다. 활동기간도 이승철이 세 장 도합 3년 정도였던 것에 반해 정동하는 벌써 5년이다. 그것도 부활이 가장 어려웠던 10집부터 11집까지의 고난기를 부활이라는 이름과 함께 견뎌내고 있었다. 아무리 계약이 그렇게 되었다고 만일 뛰쳐나갈 생각이 있었다면 방법이 없었을까? 2007년 이래 거의 유명무실하게 개점휴업상태이던 밴드였는데.

 

더구나 정동하는 이제 5년계약에 이어 다시 부활의 보컬로서 계약을 연장했다고 말하고 있다. 정동하라고 솔로활동이 없었던 것도 아니건만, 그는 여전히 부활에 자신의 정체성을 두고 부활과 함께 하기를 선택한 것이다. 최소한 계약을 연장한 기간만큼은 부활의 보컬이라고.

 

묻는다. 과연 부활에 있어 최고의 밴드보컬이란 누구일까? 부활에서 활동하던 시절을 단순히 추억으로 이야기하는 누군가인가? 아니면 지금에도 현역으로 있으며 앞으로도 부활과 함께 할 것을 약속하고 있는 정동하인가? 고작 앨범 한 장 내고 부활을 떠난 역대 다른 보컬들인가? 아니면 벌써 세 장의 정규앨범을 내고 새로운 정규앨범을 준비중인 정동하인가?

 

이건 더 이상 말할 거리도 없는 당연한 이야기다. 누가 최고의 밴드보컬인가? 그 밴드에 자기 음악을 묻어둔 보컬이다. 그 밴드에 자기 이름을 묻어둔 보컬이다. 자기 이름보다 밴드의 이름을 앞에 세우는. 과연 부활에 있어 가장 훌륭한 밴드보컬은 누구였는가?

 

물론 정동하는 노래도 잘한다. 솔직히 나도 처음 들었을 때는 "이게 뭐야?" 그러고 있었다. 10집 시절의 정동하는 참 많이 부족하고 서툴렀었다. 그러나 11집에서 일취월장한 정동하는 지금은 이미 어떤 경지에 이르렀다고 할 정도로 그 실력이 탁월하다. 동년배 가운데 비교할만한 보컬이 손으로 꼽을 정도가 아닐까. 특히 정동하만이 갖는 독특한 서정성은 부활의 음악과 만나며 극대화된다. 가장 부활스러우면서도 정동하스러운 음악으로 부활의 음악이 다시 태어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아쉽다면 높고 빠르고 강한 음악에서 약간 약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인데... 그거야 또 정동하 나름의 개성이라는 게 있으니까. 지금의 부활의 음악에 가장 어울리는 보컬이라 하면 정동하가 아닐까. 더구나 앞으로도 부활과 함께 한다니.

 

참 부질없는 논쟁이다. 역대 부활의 보컬 가운데 최고는 누구인가. 아마 김태원의 말대로라면 김재기일테지. 김재기야 말로 김태원에게 가족과도 같은 정과 의리로 엮인 사이였으니까. 살아있었어도 그렇게 아름답게 끝났을까는 알 수 없기는 하지만 최소한 들리는 이야기대로라면 그를 최고라 할 만할 것이다. 그리고 현실에서 가장 가까운 것이 정동하. 나머지는 말 그대로 뜨내기일 뿐. 한때 부활의 보컬도 거쳤다...

 

다시 말하지만 밴드란 팀이다. 팀이란 그 팀 안에 자기의 정체성을 묻어두는 것이다. 자기 이름 앞에 팀의 이름을 두는 것이다. 팀을 우선하지 않고서 밴드라 할 수 없다. 혼자서 잘하는 것으로 훌륭한 밴드라 할 수는 없다. 최고의 밴드보컬이란 바로 그런 것이다. 누가 더 그 밴드에 적합한가. 답은 너무 자명한 것이다.

 

그리고 덧붙이자면 그 매너리즘이라고 하는 것을 다시 말하면 안정감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매 앨범마다 보컬에 맞춰 색을 달리해 오던 부활의 음악이 비로소 안정을 찾았다. 매번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도 좋지만 이같은 안정감도 좋지 않은가. 만일 그 안정감이 싫다면 부활의 음악이 싫은 거겠지. 그것이 부활의 음악일 테니까. 음악이란 과거형이 아닌 항상 현재진행형이다.

 

부활에 있어 역대 최고의 보컬이란 누구인가? 당연한 거다. 부활은 밴드이고, 그런 밴드에 있어 최고의 보컬이라면 최고의 밴드보컬이어야 한다. 더구나 남으로 하여금 눈물짓게 만드는 힘까지 가지고 있고 보면.

 

정동하. 그 말고는 없다. 내게 있어 역대 부활 최고의 보컬이란. 지금의 부활의 음악은 바로 정동하에게 있고, 정동하의 음악도 부활에 있다. 그는 밴드보컬이므로. 그가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