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을 들으며 내내 착각하고 있었다.
"이게 '빈 방'이었구나..."
워낙 귀에 익은 멜로디라 이 노래가 타이틀곡인 '고백'인 줄 알았다. 말했다시피 나는 가사는 잘 안 듣는다. 가사까지 포함된 사운드로 듣는다.
참 익숙한 멜로디다. 귀에 착착 감긴다고나 할까? 그러나 그렇다고 결코 진부하거나 하지는 않다. 친숙한데 그런 뻔한 가벼움은 없다. 쉬운 멜로디와 어울리지 않는 김C의 미성 보컬과 그를 받쳐주는 단단한 사운드. 나른한듯 하면서도 치밀하고 묵직한 얼개로 멜로디를 받쳐주고 있다.
시소라는 앨범제목 그대로 앨범은 시소로 채워져 있다. 인트로에 이은 6번째와 8번째의 세 개 트랙이 모두 시소의 변주들이다. 멜로디며 사운드도 통일감이 있다. 마치 하나의 노래를 듣는 듯. 내가 "고백"과 "빈방"을 잠깐 구분 못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전혀 지루함이 없다는 것은 그 사이를 가득 채우고 있는 어떤 풍성함 때문일 것이다.
하여튼 내가 도대체 왜 뜨지 못했는가 가장 이해하지 못하던 밴드가 바로 뜨거운 감자였다. 바로 이런 게 대중음악 아니던가. 대중의 보편적인 정서에 직접 호소하는 멜로디와 가사에, 김C의 전혀 어울리지 않는 미성이 잘 어우러지고, 단단하게 여문 사운드는 절로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신명이 있다. 우울함에서 머물지 않는 그같은 신명이 절로 음악에서 귀를 떼지 못하게 하며 더욱 깊이 가슴을 울린다. 예능에서의 김C를 보고 우연히 음반을 찾아 듣다가 얼마나 놀랐던가.
그러나 정작 대중적으로는 그닥 인기가 없는 모양이라, 그것이 항상 안타깝고 이해가 안되었다. 이만한 음악을 하는 팀이 정작 예능에 나와 저리 욕을 먹고 있구나. 그런데 드디어 뜨거운 감자의 음악도 이리 빛을 보게 되었으니... 사이월드 1위. 각종 음원차트 상위권.
뭐가 달라졌을까? 음악에 힘이 조금 빠졌을까? 한결 간결해졌고 가벼워졌다. 그만큼 경쾌해졌다. 더욱 직접적으로 가슴에 와닿는다. 감정은 투명해지고 사운드는 선명해졌다. 맞을까?
그런 느낌이었다. 전보다 더 가까워진 듯한 느낌? 그러나 경박함은 없다. 이를테면 여유라 할 것이다. 남은 여백 만큼 친절해지고 남은 여백만큼 더 완고해진. 말 그대로 무르익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 그런 부분을 사람들이 알아준 것일 테지.
하긴 그 전에 그동안 가요프로그램들이 결방하면서 비주얼위주의 가수들이 거의 모습을 보이지 못한 탓도 있을 것이다. 비주얼위주의 가수들이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서 사람들도 비로소 귀로 듣는 음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일 테지. 그러면서 진짜 음악도 듣게 되고, 그러면서 뜨거운 감자의 진가도 알아주게 되었고.
아무튼 좋다. 이런저런 수사 필요 없이 좋다. 특히 "빈 방". 가사가 사운드에 쏙쏙 박힌다. 점입가경을 이루는 사운드와 어떤 아련한 그리움을 느끼게 하는 귀에 익은 친숙한 보컬과 멜로디, 여기에 야릇한 심상의 성인풍의 가사까지. 물론 앨범으로 들어야 더 좋기는 하지만 싱글로 들어도 몇 번을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아마 이 앨범 가운데 가장 나와 코드가 맞는 노래가 아닐까. 마음에 들었다. 싱글도. 앨범도.
간만에 정말 만족하며 앨범을 들었다. 대박을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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