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아이돌, 가수인가? 쇼걸인가? - 어떤 진부한 클리셰에 대해...

까칠부 2010. 5. 18. 01:35

The most Brutal, ugly , desperate , vicous from of expression it has been my miafortune to hear

 

아마 프랭크 시나트라가 엘비스 프레슬리의 음악을 듣고 내뱉은 말일 것이다. 대충 번역하자면,

 

"나는 가장 야만적이고 추하며 절박하고 사악한 음악을 듣는 불행을 겪었다."

 

하긴 당시 엘비스 프레슬리의 음악을 대하는 기성세대의 입장이 그랬다. 저속하고 음란하다고 아예 TV에서 엘비스 프레슬리가 춤추는 하쳬를 보여주지 않고 있었으니. 프랭크 시나트라도 마찬가지였다. 오죽하면 자기가 진행하던 토크쇼에 엘비스 프레슬리가 출연했을 때 끝내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충돌하고 말았을까.

 

그러나 1977년 엘비스 프레슬리가 세상을 떠났을 때 프랭크 시나트라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미국과 팝의 세계는 엘비스라는 큰 별을 잃었다. 영원히 그를 그리워하며 슬퍼할 것이다."

 

80년대도 그랬다.

 

"과연 요즘 음악이 음악이냐?"

 

90년대도 그랬다.

 

"과연 지금 듣는 음악을 10년 뒤에도 듣겠느냐?"

 

그런데 지금 또 사람들은 말한다.

 

"90년대 음악은 지금도 많이들 듣고 부른다. 과연 요즘 음악이 그런 생명력을 가질 수 있겠는가?"

 

까놓고 말해 90년대 히트곡 가운데 많이 묻혔다. 80년대 히트곡 가운데는 더 많이 묻혔다.

 

그래도 당대의 히트곡들이었다. 차트에서도 꽤 높은 순위에 있었고 어떤 것들은 1위도 차지하고 했었다. 그러나 기금 과연 그 음악들을 듣는 사람이 있는가. 있기야 하겠지만 과연 얼마나 될까.

 

물론 좋은 음악은 지금도 많이 들려지고 불려지고 있다. 그러나 그런 음악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리고 대개 그런 음악들을 듣고 부르는 사람들은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이다. 그런 음악들을 자기 음악으로 듣던 세대들이다. 지금의 세대들은? 당연히 지금의 음악을 듣겠지. 지금도 들리고 불린다고 모든 세대에서 들리고 불리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아마 10년 뒤 또 그런 말이 나올 것이다. 지금의 아이돌 음악을 듣던 세대들이 모여서 거만하게 말할 것이다.

 

"요즘 음악이 음악이냐?"

"우리 때는 안 그랬어!"

"봐봐, 우리 때 음악은 지금도 불려지잖아? 지금 음악이 그럴 수 있을 것 같아?"

"음악하는 자세들이 안 되어 있어!"

 

그러면서 또 소녀시대나 카라의 이름을 들먹이지 않을까. 투애니원이나 빅뱅이나 슈퍼주니어나 2AM이나,

 

"보라고, 당시의 아이돌들을 말야. 요즘 아이돌이란..."

 

그러고 보면 또 고정 레파토리가 그거였다.

 

"요즘 가수들은 왜 하나같이 저리 천박한가!"

 

때로는 옷차림이기도 하고, 때로는 무대메너이기도 하며, 때로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역시나 하는 말,

 

"우리 때는 안 그랬어!"

 

물론 이 또한 하나의 의견이기는 하다. 나 역시 요즘의 음악들이 조금 부대끼는 것이 있으니. 그러나 그렇더라도 과연 저같은 주장이 의미가 있는가. 글쎄...

 

항상 반복되는 소리더라는 거다. 시대가 바뀌고 유행이 바뀌면 항상 과거의 기억을 버리지 못한 사람들이 그것에 대해 한 마디씩들 한다. 그런 건 별로다. 왜? 내가 경험한 것과 다르니까. 그러나 과거가 미래까지 정의하는가? 과거가 현재를 정의했다면, 미래는 다시 현재가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것을 누가 단정지을 수 있는가.

 

결국에 그들 역시 기성세대가 되었다는 증거일 뿐. 그들 역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에는 부담스러운 나이가 되었음을 입증하는 자기증명에 불과하다 하겠다.

 

"90년대에는 이렇지 않았어..."

 

그러나 지금은 2010년이라는 것이지. 시대가 다르면 유행도 다르고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것도 다르다. 그것을 이제 와 당시의 기억으로 말하자면...

 

하여튼 하고 싶은 말은 많다. 이것저것 많이도 건드려 놓은 탓에. 그런 것들 하나하나 다 이야기하다가는 한도 끝도 없다. 차라리 따로 쓰고 말 뿐.

 

원론적인 이야기다. 과연 80년대, 90년대는 어땠는가. 70년대는 그런 소리들이 없었겠는가. 앞으로는.

 

하여튼 참 의미가 없는...

 

"요즘 아이돌들 그래서 되겠어?"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그 아이돌이 인기를 누리는 배경이 그 아이들을 소비하는 대중이라는 것이다. 대중이 그들을 요구한다. 그것이 대중음악이다. 대중문화다.

 

5년 전만 되었더도 나 역시 고개를 끄덕였을 테지만 과연 지금에 와서는... 지금의 대중음악이란 지금의 대중의 몫일 텐데 말이다. 음악인들이 현실에서 누리는 인기로 계량되는. 그것은 누구에 의해 결정되겠는가.

 

아무튼 재미있었다. 지금에도 또 저런 소리를 하는구나. 사람이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http://news.nate.com/view/20100517n13417 <<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