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긴 말이야 맞다. 뮤직뱅크는 단지 KBS에서 제작해 방송하는 음악순위프로그램의 하나다. 뮤직뱅크의 차트는 바로 그 순위프로그램의 차트다. 전체 대중음악시장의 현황을 대표해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말이다.
어쩌면 그것이 스트레스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나마 현재 방송중인 음악순위프로그램 가운데 유일하게 그 기준을 공개한 바람에 마치 뮤직뱅크만이 공신력있는 순위차트인 양. 그로 인해 각 팬덤의 뮤직뱅크에 대한 집착이 대단했었다. 뮤직뱅크 차트에 맞춰 음반 사재기도 하고, 투표에도 적극 참가하고, 심지어 순위가 발표되면 그것 가지고도 말들이 많고... 그에 비하면 인기가요나 엠카나 얼마나 편한가?
그래서 선언한 것이다. 뮤직뱅크는 단지 KBS의 독자적인 순위차트다. 대중음악시장 전반이 아닌 KBS입장에서의 차트다. 더 이상 쓸데없는 과도한 의미부여는 사양한다.
나는 지극히 옳다고 생각한다. 그게 맞다. 뮤직뱅크는 원래 KBS의 독자적인, KBS입장에서의 대중음악에 대한 어떤 판단일 뿐이다. 원래 그래야 했고 그래왔었다. 단지 사람들이 그에 지나치게 의미부여를 해왔을 뿐. 그래서 원래자리로 돌아간다는데...
비난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과연 뮤직뱅크가 누구나 납득할만한, 다른 방송사까지 아우르며 공신력있는 순위차트를... 과연 KBS가 그럴 이유가 있는가. 정히 그런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면 3사가 연대하거나, 혹은 외부의 다른 법인이나 단체에서 그것을 주도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일개 방송사에 불과한 KBS가 아니라 말이다.
아마도 역시나 뮤직뱅크에 대한 기대들이 컸던 듯. 솔직히 나도 그랬다. 그런 점에서 이번 뮤직뱅크의 선택은 나로서는 반갑기까지 하다. 이렇게까지 분명하게 선을 그어 버리고 나면. 뮤직뱅크는 어디까지나 KBS의 독자적인 KBS에 한정된 차트다. 그러면 나도 그렇게 대하면 된다. 좋지 않은가.
다만 아쉽다면 이번 조치로 인해 뮤직뱅크 차트에 신경쓰는 입장에서는 라디오 출연이 조금은 줄어들지 않겠는가. 그러나 역시 TV보다는 라디오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에. 음악에 대해서도, 혹은 라이브에 대해서도 라디오를 통해 듣게 되는 게 더 많다. 라디오점수를 줄인 건 그래서 무척 아쉽다. 물론 그렇다고 설마 음반홍보하는데 라디오출연을 않을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TV가 아무리 대세더라도 아직 음악 하면 라디오다. 아무리 음악보다 잡담의 비중이 더 커지기는 했어도 말이다.
어쨌거나 나로서는 매우 마음에 드는 조치라 생각한다. 공신력 없는 것이 공신력 흉내내는 것이 오히려 더 나쁘다. 이렇게 깔끔하게 자기 위치와 역할에 선을 그어 버리고 나면... 마음에 들었다.
세상에 가장 나쁜 것이 아니면서 그런 척 하는 사이비들이다. 차라리 아예 아니라 대놓고 이야기하는 가짜는 낫다. 전자는 사기지만 후자는 그냥 못났을 뿐이니까. 뮤직뱅크는 좋은 선택을 한 것이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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