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부활 - 김태원이 이승철과 결별한 까닭...

까칠부 2010. 5. 20. 20:25

http://www.asiae.co.kr/news/view.htm?idxno=2010051710171045414

 

드디어 이유가 밝혀졌다. 사소하다면 사소한데...

 

실제 기사에 대해 이야기하니 바로 그러더라.

 

"김태원이 완고한 고집불통이라 그렇다."

"이승철의 입장이 이해된다."

 

하긴 이승철은 당시도 잘나가던 솔로가수였다. 부활은 해체의 위기까지 겪었던 힘들고 어려운 처지의 밴드였고. 그래도 자기 이름을 그런 별볼일 없는 밴드에 묻고 싶었을까?

 

그러나 바로 그런 게 밴드라는 거다. 솔로활동을 하더라도 밴드와 함께 하는 동안에는 밴드에 자신을 두어야 한다. 단지 일회성 이벤트로, 프로젝트 밴드로 활동할 것이라면 물론 그것도 좋다. 이승철과 부활... 그러나 이미 부활의 이름으로 한 장의 앨범을 내고 다시 한 장의 앨범을 내면서 이승철의 이름을 앞에 내세운다는 건...

 

그게 어떤 의미인가는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이 한 예가 될 수 있겠다. 윤수일과 솜사탕, 혹은 윤수일밴드. 김창완밴드. 이승철과 황제밴드. 한 마디로 가수의 뒤에 붙는 가수를 위해 연주하는 백밴드다. 부활을 당시 20년 가까이 온갖 어려움을 겪어내며 이끌어 온 김태원에게는 모욕이었으리라.

 

그러나 이승철에게 그것은 지극히 당연한 비즈니스적인 선택이었을 것이다. 당시 부활의 대중적 성공을 이끈 것은 다름아닌 이승철 자신의 대중적인 인기와 인지도였으므로. 오죽하면 네버엔딩스토리를 부활이 아닌 이승철 노래로 아는 사람이 더 많을까.

 

그러고 보니 과거 채제민이 이와 관련해 인터뷰에서 한 이야기가 있다.

 

"밴드음악이란 모두가 함께 1/n씩 참가해 만드는 것인데 그것을 누구 한 사람이 독점하려 하면 안 된다."

 

김태원도 그 비슷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이번에는 누구 곡이 좋았다, 누구 노래가 좋았다 따지지 말자."

 

아무튼 우리나라 밴드음악의 서글픈 현실이다. 보컬만 알아주는. 같은 팀이고 멤버임에도 연주자들은 전혀 알아주지 않는. 이승철 뒤에 서는 밴드가 부활에서 황제밴드로 바뀌었을 때 누가 신경이나 썼을까. 네버엔딩스토리가 부활의 노래고, 비와 당신의 이야기가 부활의 것이고, 마지막 콘서트도 원래는 부활 2집의 회상3고... 그럼에도 나오는 말,

 

"왜 부활은 허구헌날 이승철 노래만 부르고 있을까?"

 

결국 밴드의 리더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김태원은 이승철과의 결별을 선택한 것이었다. 그에 대한 모든 비난을 혼자서 다 뒤집어쓰고서. 아마 이승철은 그것이 뭐가 문제였던가 아직도 잘 모르고 있을 것이다. 아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과연 그렇게까지 해야 했겠는가 이야기할 것이다. 밴드음악을 꽤나 좋아하는 입장에서도 그런 소리가 나온 것이고 보면. 그것이 지금껏 김태원과 이승철이 서로를 외면한 채 이어져 온 이유이겠지. 오히려 더 심각하게 깨졌던 시나위의 신대철과 김종서가 한 무대에 서는 지금에도.

 

한 마디로 부활을 자신을 위해 곡을 쓰고 연주를 하는 밴드 정도로 여겼던 이승철과, 보컬만이 아닌 밴드 전체가 인정받기를 바랬던 김태원과의 가치관의 충돌이었다 할 수 있었다. 그것은 우리나라의 밴드음악의 현실과 이상과의 충돌이기도 했다. 과연 밴드가 보컬의 명성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어쨌거나 그동안의 많은 의문들이 풀렸다. 왜 부활과 이승철은 재결성 이후 갑자기 갈라서게 되었는가. 아무런 조짐 없이 어느 순간 김태원이 이승철에 결별을 선언하고 새로운 기획사와 계약을 맺고... 이후의 과정은 이승철이 말한 그대로이리라. 그 이유, 이승철이 납득하지 못하고 김태원에게는 너무나 당연했던 이유. 밴드음악에 대한 이해의 차이라. 밴드가 우선인가. 보컬이 우선인가.

 

그나저나 부활이라는 이름을 쓰기로 해놓고서도 DVD를 발매하면서는 굳이 이승철과 부활이라는 이름을 쓰는 그 센스는... 나름 이승철의 입장을 이해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동의해주기는 힘들다. 내가 생각하는 밴드란 그런 것이 아니기에. 더구나 동의나 조율 없이 독단으로 그리 했다는 것은. 과연 그러고서도 팀으로서 함께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 믿은 것일까? 김태원이, 부활이 그에 동의할 것이라고? 어찌되었거나 일단 부활과 함께 하는 동안에는 한 팀이었을 터인데도?

 

다시 정리하자면 우리나라 대중음악에서 밴드란 두 가지 의미다. 하나는 흔히 말하는 그 밴드일 것이고, 그러나 더 일반적으로 쓰이는 것은 가수의 뒤에서 연주를 하는 백밴드를 뜻한다. 그 차이가 김태원과 이승철의 오랜만의 결합을 찢어놓은 것이다. 씁쓸한 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