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절친노트에 대한 기억들...

까칠부 2010. 5. 19. 18:47

참 희한했다. 김구라와 문희준이 방송을 함께 한다는게... 사실 나도 그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당시 문희준 욕하기는 거의 국민스포츠였으니. 김구라는 거기에 말초적으로 응했을 뿐이다.

 

아무튼 파일럿은 못 보고 샾 시절 대판 싸우고 깨졌던 이지혜와 서지영의 화해편부터 보기 시작했는데... 이게 재미가 쏠쏠했다. 사실 나는 샾에는 별 관심이 없었거든. 그러나 나와서 이야기하는... 특히 언니스런 모습을 보여주던 이지혜와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앳띤 서지영의 묘한 관계가 나의 관심을 끌었다. 그리고 사이사이 지나치게 무거워질 수 있는 분위기를 예능적으로 흐트리던 김구라와 김구라와 문희준의 과거전력을 이용한 상황극도.

 

아마 무슨 하우스던가, 뒤에 김국진이 게스트 불러서 친분을 다지는 코너가 있었을 텐데, 그것도 재미있었다. 상당히 낯을 가리는 성격의 김국진이 게스트들을 불러모아 그들과 친해지는 과정에서...

 

그러고 보면 참 제목을 잘 지었다. 서로 감정이 상해 멀어진 사이에서는 그 사이를 이어주고, 전혀 모르던 사람들끼리도 다시 한 데 이어주고... 절친이라는 게 그런 의미 아니던가?

 

다만 이지혜 서지영에 이어, 성대현과 이성욱편 이후로 이렇다할 절친스러운 게스트가 없었다는 게 아쉬웠다. 오죽하면 원더걸스... 그러나 유빈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라 하니 벤의 의자 사이에 상당한 간격이 있었음에도 머리를 기대려 몸을 기울이는 소희는 귀여웠다. 뭐 나름 재미는 있었지만 이어진 빅뱅 편까지 과연 이런 것들이 절친노트라는 컨셉과 어울리는가...

 

결국에 절친노트는 이경규와 은지원을 받아들여 시즌2로 거듭나게 된다. 사이가 안 좋은 연예인을 화해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절친들을 만나게 해주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아, 이경규와 은지원이 합류한 것이 시즌1 막바지였던가? 언제부터가 시즌2였지?

 

아무튼 재미있었다. 이경규와 은지원, 김구라와 문희준, 적절한 갈등과 서로에 대한 물어뜯기가 게스트끼리의 폭로전에 이어지며 독특한 재미를 주었다. GOD편도 재미있었고, DJ DOC편은 아주 쓰러졌고, SS501&카라 편도, 유세윤, 유상무, 장동민의 옹달샘편도, 하여튼 내가 그리 싫어하는 폭로예능이건만 폭로도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구나... 음습함이 없었거든.

 

뭐랄까 감정의 앙금이라든가 그런 게 느껴지지 않았다. 억울함이라든가 분노라든가 원망이라든가... 이제는 모든 것을 승화시킨... 그러니까 유쾌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담백함이 느껴졌다. 또 MC들이 그렇게 몰아가고 있었다. 폭로전인데 그래서 전혀 불편하거나 부대끼지 않는... 금요일 밤 청춘불패를 보기까지 항상 빼놓지 않고 보던 것이 그래서 절친노트였는데...

 

그러나 원년멤버인 김구라와 문희준을 비롯해 이경규와 은지원까지 한꺼번에 모두 하차하고 컨셉 자체를 바꾸면서 더 이상 절친노트를 안 보게 되었다. 뭔가 어색했다. 재미있는가 따지기 전에 맞지 않는 옷마냥 너무 어색했다. 굳이 이런 걸 절친노트라는 제목을 이어 붙일 필요가 있는가. 출연진도 다르고 프로그램 컨셉도 다르고, 하여튼 하나같이 모두 다른데. 절친노트라는 제목이 아니었다면 모르겠지만 절친노트라는 제목을 쓴 이상 내게는 그저 어색할 뿐이었다. 그래서 포기. 그랬더니만 어느새 절친노트가 사라진다네?

 

정말 아쉽다. 절친노트는 현재 방송되고 있는 TV예능 가운데서도 상당히 독특한 자기만의 색깔을 갖는 그런 예능이었다. 포맷이며 컨셉도 그렇지만 그 분위기라는 게... 오랜 친구들이 나와 옛이야기도 하면서 앙금을 풀고 우정을 확인해가는 과정이란 훈훈함 그 자체였다. 더구나 MC 역시 이경규와 김구라라고 하는 고수에 은지원, 문희준이 받쳐주면서 항상 분위기를 일정수준 이상 끌어올려 버텨주는 역할을 해주고 있었고. 물고 물리고 물어뜯고 뜯기고 그렇게 치고받는 사이 어느샌가 나도 그 안에서 함께 어울리는 듯한... 또한 가끔 반가운 얼굴들이 나오면 그래서 더 정겹고 좋았다. 그런데...

 

도대체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비록 시청율 10% 겨우 나오는 정도였다고는 하지만 그 시간대 예능 시청율이라는게 원래 고만고만한 수준이었다. 지금도 자기야는 물론 청춘불패도 많이 나오면 그 정도 시청율 나온다. 청춘불패는 채 10%도 안 되는 시청율이다. 화제성도 높고, 또 듣자니 문희준이 전 HOT멤버들을 절친노트로 부를 계획이었다고 하니 대박아이템도 대기중에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런데도 그렇게 MC를 교체하고 프로그램 포맷을 바꾸더니만 그대로 대망. 그리고는 폐지...

 

아까운 프로그램이다. 절친노트란. 포맷이 바뀌기 전의 절친노트란. 이경규와 김구라, 문희준, 은지원... 그리고 매주 나오던 반갑거나 그립거나 생소한 얼굴들. 그들 사이에서 오가던 왁자한 폭로전과 정겨운 이야기들. 과연 다시 이런 프로그램이 있을까...

 

언제고 한 번 다시 리메이크해보았으면 하는 프로그램이다. 이경규의 몰래카메라가 다시 리메이크되었듯, 테마게임이 다시 부활한다고 하는 것처럼. 좋은 프로그램은 언제고 사람들의 환영을 받을 것이므로.

 

절친노트가 폐지된다고 하기에 그냥 감상을 한 번 써봤다. 확실히 절친노트 1회 이지혜 서지영편은 레전드라 할 만하다. 가장 절친노트스러웠던... 아쉬울 따름이다. 아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