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원더걸스 MV를 보면서 - 왜 거기에 박진영이 있는 것인가?

까칠부 2010. 5. 19. 23:48

참 흥미롭다. 분명 원더걸스의 뮤직비디오다. 그런데 박진영은 왜 저리 열심히 자기 얼굴을 내비치고 있는 것일까? 아니 노바디부터도 그랬다. 당시 심지어 나는 그게 박진영 MV인지 착각하고 있었으니.

 

문득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자식을 명문고에 보내고 명문대에 보내고 대기업에 취직시키고 그런 자식을 또 데리고 다니며 자랑하는 부모가. 그러고 보니 무릎팍도사에 나와서도 박진영은 원더걸스가 주게스트임에도 자기가 모든 말을 대신하고 있었다.

 

한 마디로 박진영에게 원더걸스란 수단이 아닌가. 물론 JYP라는 기획사의 경영자로서 원더걸스라는 아이돌이란 중요한 돈벌이일 것이다. 그러나 그런 차원은 넘어서는 것이 아닌가. 단순한 돈벌이만이 아닌 원더걸스를 자기의 연장으로... 즉 앞서 말한 극성스런 부모가 그러하듯.

 

실제 원더걸스의 미국진출이라는 것도 그랬다. 결론은 이미 박진영이 내렸다.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상황에 어쩔 수 없이 따라간 것 뿐이었고. 무릎팍도사에 나와 말한 바로 그랬다. 분위기가 그래서 일단 동의하고... 일단 동의하고 났으니 뒤집기도 뭣해 따라갔고, 이제 와서 뭘 어쩌겠는가? 그같은 결정에 원더걸스는 어디 있지? 원더걸스의 장래를 결정할 그같은 중요한 결정에 원더걸스는 어디에 있었을까? 자기가 혼자 결정하고 자기가 혼자 도취되어 있을 뿐이었다.

 

그런 점에서 소속 연예인들로 하여금 자기를 "형"이라 부르게 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 사장님이란 철저히 비즈니스적인 관계다. 그만큼 거리가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그 관계가 분명해질 수 있는 호칭이다. 그러나 형이라는 호칭에는 친근함 만큼이나 그같은 명확한 관계를 해치는 어떤 인정이 개입하기 쉽다. 더구나 박진영이 위에 있고 보면 사적인 지배까지 가능하다. 그리고 그것을 미디어를 통해 과시하기까지.

 

"나는 이들과 이만한 관계다..."

 

원더걸스에게 술을 가르쳤다는 부분이나, 2AM을 불러 술을 사주며 하더라는 이야기나 결국 그런 것이 아닌가. 단지 그들을 자신의 자의식의 연장으로, 자의식을 위한 수단으로서 여기는 것이 아닌가. 

 

솔직히 박재범 관련해서도 느꼈던 부분이었다. 어쩌면 박재범이 - 혹은 그 팬이 그같은 박진영의 에고를 건드린 것이 아닌가. 다만 상당히 모호하던 것이 이번 원더걸스의 뮤직비디오로 분명해졌다. 과연 이것은 원더걸스의 뮤직비디오인가. 박진영 개인을 위한 포트폴리오인가. 그동안 여러 방송을 통해 보여졌던 박진영의 지독스럴 정도의 에고가 그로부터도 느껴지고 있었다. 원더걸스보다 전면에 나와 있는 박진영의 모습을 통해서.

 

물론 그렇다. 아티스트와 아이돌은 다르다. 아티스트란 독립된 존재라면 아이돌이란 기획사에 의한 상품이다. 기획사에 의해 지배되는 부분이 많다. 그러나 그것은 아이돌이라는 상품에 대해서다. 더구나 아이돌이더라도 그들의 무대란 그네들 자신의 것이다. 도대체 자기 소속사 아이돌이라고 2PM의 무대에 함께 서는 그 욕심이란 어디에서부터 나오는 것인가. 그렇다고 2PM을 띄워주는 것도 아니고 자기를 과시하려는 무대에 들러리로 세우는 것은. 마찬가지 아닐까? 이번 원더걸스 뮤직비디오와?

 

하긴 그런 것도 있어야 연예인도 한다. 창작을 한다는 것은 사실 지독스런 에고이기도 하다. 에고가 강하지 못하면 창작도 할 수 없다. 그는 기획사 사장이기 이전에 작곡가이고 안무가이고 프로듀서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과연 원더걸스란 언제까지 그의 품안에 있어야 하는 것인가.

 

박진영에 대한 호불호 이전에 그런 부분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도대체 왜 원더걸스의 뮤직비디오에 박진영이 나와야 하는가. 그것도 잠깐 지나가는 정도가 아니라 원더걸스 자신들보다 더한 비중으로. 그리고 그동안 박진영 - 아니 JYP를 둘러싼 이야기들까지.

 

노래는 꽤 잘 빠졌다. 그래봐야 텔미와 노바디의 짬뽕이지만. 듣는 순간 텔미를 떠올렸고, 들으면서는 노바디를 생각했다. 그러나 자기복제라고 하기엔 박진영 스타일이 이런 게 아니지. 표절논란 어쩌고 나오던데 그런 것까지 찾아보기에는 귀찮은 관계로. 어쨌거나 음원사이트 올킬이면 꽤 대중성은 있다는 뜻이리라. 대중가요가 대중적으로 호응만 있으면... 표절일 경우는 제하고. 표절이라면 제제가 있어야겠다.

 

어쨌거나 박진영으로 인해 노래까지 듣기 싫어진 MV였다. 박진영이 싫어서라기보다는 왜 원더걸스의 MV에 박진영이 이리 나오는가. 노바디까지 어울리면서. 그 이유란 무엇인가? 결국에는 억측이지만.

 

사장의 재목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경영자보다는 프로듀서까지가 적당하지 않을까. 경영을 하기에는 에고가 너무 강하다. 새삼 JYP소속 연예인들이 안쓰럽게 느껴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