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연예인의 사생활에 별 관심이 없는 이유와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연예인이란 어떤 자연인이 아니다. 한 마디로 인간이 아니다. 대상이다.
스타라 한다. 별이다. 별이란 하늘 위에 있다. 우러르는 존재다. 마찬가지다. 스타란 우러르는 존재지 옆에 두고 어울리는 존재가 아니다. 어울리는 순간 그는 스타가 아닌 보통사람이 된다. 신비주의라 일컫는 전략은 그래서 나왔다. 나는 당신들과 다르다.
스타가 아니더라도 그렇다. 김나영의 고민에 이경규가 이리 답했다던가?
"손님들이 고등어를 시켰을 때는 고등어의 맛을 기대했기 때문이야. 그런데 고등어에서 꽁치나 다른 생선의 맛이 나면 되겠니?"
카라가 루팡을 들고 나왔을 때 얼마나 시끄러웠던가. 카라 미니 3집에서 사실 루팡만이 이전의 앨범들과 컨셉을 달리 하고 있었다. 그래서 테이스티 러브나 엄브렐러 같은 기존의 컨셉의 연장에 있는 노래들에 대한 지지와 불만이 끊이지 않았었다. 카라라고 하는 고등어에게서 기대하는 맛일 테니까.
연예인 개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연예인의 컨셉이나 이미지는 식당의 진열장에 놓여 있는 음식모형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이런 것을 제공할 것입니다. 그리고 대중은 그것을 기대하고 소비하고...
요리라는 건 물론 오이, 양파, 당근, 미나리 등 여러 재료가 들어가지만 결국 우리가 먹는 것은 그 재료가 아닌 어떤 가공된 형태의 것이다. 그 가운데 어떤 색이나 향이나 맛의 일부분이다. 그것을 조합한 것이다. 그것이 그 식당만의 비법이며 요리사의 비결이다. 거기에 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비싼 돈을 주고 굳이 그 식당까지 가서 요리를 사먹는 것이고. 그것이 그 식당과 요리사의 간판이 되는 것이다.
연예인도 그렇다. 분명 연예인에게도 자연인으로서의 개인이 있다. 그러나 결국 연예인이 팔고자 하는 자신이란 연예인으로서의 자신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떠한 이미지로서 가공되어 보여진다. 그가 갖고 있는 일부분, 혹은 그에게 필요한 어떤 것을 가져다 가공하여 그것을 대중에 선보이면 대중은 그것을 소비하게 된다. 철저한 비즈니스의 세계다. 연예인은 상품이고 대중은 그것을 소비하는 소비자다. 연예인은 자신을 가공하여 보여주고, 대중은 그것을 선택하여 소비한다. 이미지란 그런 연예인과 대중을 연결하는 고리일 것이다.
아마 "우리 결혼했어요"에서의 조권과 가인의 경우가 그럴 것이다. 아이돌의 연예는 철저히 통제된다. 그러나 조권과 가인은 오히려 그 팬들에 의해 사귈 것을 요구받고 있다. "우리 결혼했어요=우결"에서 보여준 이미지가 그리 자연스럽고 강렬했다는 것이다. 그 모습이 심히 보기 좋았더라... 이 경우 서로 사귀는 두 사람의 연기가 이미지가 되어 대중에 소비되는 경우다. 아마 그런 상태에서 조권이나 가인이 어느 인터뷰에서,
"우리는 사실 사이가 별로 좋지 않다."
혹은,
"조권이나 가인이나 아직 이성에 대해 별 관심이 없다."
그 순간 "우결"의 시청율은 곤두박질칠 테고, 조권과 가인 커플에 대한 관심이나 호감도 급전직하, 아마 두 사람의 인기에도 상당한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거꾸로라고 보면 된다. 아이돌이란 대상이다. 대중의 욕망을 투영하는 대상이다. 원래대로라면 탁월한 어떤 재능이나 실력으로 대중의 숭배를 받는 존재가 아이돌이었을 테지만, 그러나 쇼비즈니스 자본에 의해 만들어진 아이돌이란 그런 점에서 대중의 욕망을 투영하는 철저한 어떤 대상으로서 가공된다. 실제가 아닌 가공된 이미지이기에 그것은 유리로 만든 조각과 같다. 아니 언제 깨어질 지 모르는 - 시간이 지나면 녹아버리고 말 얼음조각일 것이다. 성적인 부분이란 그리고 바로 그런 하나일 것이다.
대중이 연예인을 소비하는 이유란 대개 그런 것이다. 왜 영화나 드라마에 그리 로맨스가 많은가. 그 순간 투영하는 것이다. 해당 연예인과 나와의 로맨스를. 남성은 여자연예인에게서, 여성은 남자연예인에게서, 그때 배우는 관객에게 있어 가상의 연인이 되는 것이다. 남성이 여자연예인을 주로 소비하고, 여성이 남자연예인을 주로 소비하고... 그런 때 연예인은 그들에게 가상의 연인이 된다. 그리고 말했듯 아이돌이란 그러도록 가공된 존재들이다. 과연 어찌해야겠는가.
대중이 아이돌을 아티스트로서 소비한다면, 단지 그들의 음악만을, 연기만을, 예능만을 좋아할 것이라면, 아니 최근의 삼촌팬, 이모팬들의 입장이란 그렇다. 누나팬 오빠팬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아이돌을 보는 눈은 이성을 향하는 것이 아니다. 자식같고, 조카같고, 동생같고... 조권과 가인 커플을 가장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것도 바로 이들이다. 가상의 연인으로서가 아니라 이외의 존재로서 소비할 수 있다면 과연 그들의 연애라는 것이 무슨 문제가 될까. 그러나 그런 것이 아니니까.
아이비가 양다리 문제로 한 방에 훅 가버린 것도 그런 맥락이다. 아직도 용서하지 않는다. 양다리를 걸쳤다는 사실을 - 달리 어장관리라 하던가? 그것을 했다는 사실을 아직도 많은 남성들이 거부감을 가지고 기억하고 있다. 사실 아이비가 어쩌든 나와 무슨 상관인가? 그러나 그렇지 않다는 게 또 문제인 거다.
아무튼 아이돌의 이성교제 부분에 대해서는 상당히 구조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하겠다. 대중은 과연 어떤 목적으로 아이돌을 소비하는가. 아이돌은 또한 어떤 것으로 대중에 다가가는가. 도대체 아이돌이란 어떤 존재인가. 그들은 과연 어떻게 존재하는가.
그래서 개인적으로 아이돌에 대해 인형이라는 표현을 즐겨 쓴다. 인형이란 매우 고도화되고 추상화된 이미지다. 인간이란 이렇다. 곰이란 이렇다. 그러나 그것은 그래서 때로 본질과 유리된다. 그리고 그 본질과 유리된 채로 소비된다. 곰인형이나 쥐인형처럼... 과연 곰이나 쥐가 그렇게 귀여운가? 그러나 당사자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떤 상업적 목적과 대중의 욕망에 의해 생산되고 소비되는...
아이돌이란 존재 자체가 사라지지 않는 한, 아이돌에 대해 씌워진 굴레란 사라질 수 없다는 것이다. 아이돌이 쇼비즈니스 자본과 대중의 욕망에 의한 인형으로 남아 있는 동안에는.
물론 나는 그에 대해 별 불만이 없다. 어차피 그런 것도 하나의 게임이니까. 사생활이 어떠하든 우리는 연예인의 보여지는 부분만을 소비한다. 보여지는 이미지와 보여지는 컨셉과 보여지는 재능과 보여지는 실력과... 뒤에서 무슨 짓을 하든 그것이 나나 사회에 심각한 해악을 끼치지 않는 한 그것은 전혀 상관없다. 아이돌 역시 단지 그러한 비즈니스의 첨단에 존재할 뿐 별다른 것은 아니라.
자연인으로서의 연예인과 직업인으로서의 대상화된 존재인 연예인을 구분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지나치게 연예인의 사생활에 간섭하거나, 연예인에 대한 도를 넘어선 어떤 도덕적이고 엄숙주의적인 요구를 강요하거나... 마찬가지로 그들에게 자연이기를 바라는 것도.
이건 말하자면 게임이다. 연예인은 연예인을 연기하고, 팬은 팬을 연기한다. 아이돌은 아이돌을 연기하고 대중은 대중을 연기한다. 그 룰이 깨어지면 게임은 끝난다. 그렇게 보아야 하지 않을까?
가끔은 내가 너무 냉정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런 때는 조금은 동정을 해줘도 좋으련만. 그러나 나는 그들을 프로로서 인정하고 있으니까. 프로에게 동정은 대단한 모욕이다. 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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