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스토리텔링 - 아이디어란 아무라도 가지고 있다!

까칠부 2010. 5. 22. 13:08

업계에 회자되는 이야기가 있다.

 

"아이디어는 어디에나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같은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사람이 최소 10명은 된다."

"아이디어가 없어서 못 만드는 건 없다."

 

이경규도 남자의 자격에서 그 말을 하고 있었지.

 

"방송에서 안 해 본 게 뭐가 있겠습니까?"

 

생각해 보면 만화든 게임이든 소설이든 영화든 그 소재라든가 구성이라든가 전개라든가 유사한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답습이다. 장르라 하는 것이다.

 

장르란 무엇인가. 기존의 성공한 어떤 스타일을 모방하는 것이다. 최초가 있으면 아류가 붙는다. 아류가 성공하여 유행이 되면 그것은 하나의 스타일이 된다. 그때 그것을 장르라 부르는 것이다. 그럼에도 비슷한 소재에 비슷한 구성에 비슷한 전개에 캐릭터마저 비슷한 작품들을 명작이라 부르는 이유는 무엇인가?

 

앞서 나온 이야기다. 아이디어가 중요한 게 아니다. 얼마나 획기적이고 얼마나 참신하고 얼마나 놀랍고... 물론 그런 것들도 중요하기는 하다. 새롭다는 것은 항상 사람을 흥분시키는 법이니까. 그러나 그렇더라도 그것이 얼마나 충실한 완성도로 사람들에게 보여지는가...

 

아니 충실한 완성도라기보다는 얼마나 적합한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전해지는가. 문법이라는 것이다. SF에게는 SF의 문법이 있다. 스릴러에는 스릴러의 문법이 있다. 멜로에는 멜로의 문법이 있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정반합으로 그 문법을 파괴하는 문법이 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소재에 맞게, 주제에 맞게, 구성에 맞게 그 문법을 잘 활용하는가.

 

말하자면 소통의 테크닉과 같은 것이다. 같은 말을 하도 좀 더 사람들로 하여금 귀를 기울이게 하고 동의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어휘의 선택에서부터 몸동작이며 시선처리며 표정까지 세심하게 상대에 맞춰 표현하는 사람들이다. 타고난 경우도 있고 훈련된 경우도 있다. 어찌되었거나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주의해 들을까 아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대개 여럿이 있어도 그 중심에 있는 경우가 많다. 아마 많은 경우 그런 것을 카리스마 - 혹은 인간적인 매력이 있다고 이야기할 것이다.

 

즉 같은 소재를 가지고도 풀어내는 방식은 여러가지라는 것이다. 얼마나 수용자의 입장에서 보다 집중해서 받아들일 수 있도록 - 무엇보다 수용자의 동의를 이끌어낼 수 있게 이야기를 풀어가는가. 그게 기술이라는 거다.

 

말하자면 스토리란 컨텐츠다. 이야기다. 텔링이란 커뮤니케이션이다. 소통이다. 이야기가 있어도 그것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하고자 하는 말이 있어도 어떻게 상대에게 듣게 할 것인가. 앞서 말한 바로 그런 사람들이다. 사람들로 하여금 귀를 기울이게 만들고 마음을 허락케 만드는. 말하는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 방식이, 그 수단이, 오히려 그 내용보다도 그런 쪽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마치 말도 안되는 사이비종교나 다단계에 사람들이 훌쩍 넘어가 맹신으로 빠져드는 것처럼. 바로 그런 기술을 말하는 것이다.

 

아이디어야 나도 낸다. 어디 가서 물어보라. 어떤 소설을 쓰려는데 아이디어가 없겠는가. 어떤 영화를 만들려는데 아이디어는 없겠는가. 어떤 게임을 만들려는데 좋은 아이디어가 없는가. 그러나 그럼에도 그 모든 사람들이 작가가 되지 못하고, 감독이 되지 못하고, 게임개발자가 되지 못하는 이유... 그래서 프로라 하는 것이다.

 

전문적이라는 게 그런 거다. 창작에 있어서의 전문성이란 어떤 기술적인 완성도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특히 대중문화에 있어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이 대중과 소통하는 방식이다. 어떤 방식으로 대중에게 들려줄 것인가. 같은 장르고, 같은 포맷이고, 같은 스타일이더라도 그것을 어떤 식으로 대중에 전달하여 동의를 이끌어낼 것인가. 거기에서 또 대가와 3류가 나뉘는 것이겠지만.

 

가끔 보면서 느끼는 것이 그것이다. 특히 인터넷에 연재되는 판타지 - 무협들. 아이디어들은 상당히 좋다. 이런 것도 있구나 무릎을 치게 만드는 것들이 하나둘이 아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그런 작품들이 항사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아니다. 아니 정확히는 판타지 - 무협이라는 장르소설 자체가 전반적으로 무시당하고 있다. 왜?

 

패밀리가 떴다2에서 이번에 또 멤버를 추가하기로 했다는 소리를 듣고 그래서 꽤나 웃었다. 패밀리가 떴다2의 문제가 비단 출연자만의 문제인가. 출연자 자신은 무척 재미있다. 김희철 나온다는 소리 듣고 몇 개 챙겨 봤는데 나름 왁자지껄하니 재미도 있고, 어떤 이야기를 하려 하는가 하는 것도 있기는 했다. 문제는 그 전달하려는 방식이다. 유재석이 왜 국민MC인가. 서툴고 어색하고 산만하고... 중심없이 중구난방으로 떠드는 소리 가운데 일관된 어떤 이야기란 존재하지 않았다.

 

공익예능이라고? 시청자와 함께 하는 예능이라? 참 이벤트도 거창하다. 포털에 뜬 홍보성 기사를 보면 뭔가 대단한 것이라도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정작 그 프로그램이 추구하는 -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란 무엇인가. 과연 그들 출연자들을 통해서 시청자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보여주고 들려주려 하는가.

 

서툰 그림이 원래 화려하다. 서툰 글이 원래 거창하다. 겁을 먹어서다. 혹은 오만해서다. 겁을 집어먹으니 어떻게든 원래의 그림을, 글을 가리려 화려해지고 거창해지고, 오만하니 그 화려하고 거창함으로 대상을 속일 수 있으리라 믿는 것이다. 시청율이 낮은 게 괜한 게 아니다. 게스트만 열심히 불러들인다고 그 화제성만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기엔 그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이 너무 서툴다. 무엇을 말하는가? 요즘 패밀리가 떴다2를 열심히 벤치마킹중인 어느 예능에 대해서다. 차마 말하기도 싫은.

 

그런 게임들이 많다. 아이디어는 거창하고 훌륭하다. 이런 것도 있구나 참신하고 놀랍다. 그러나 망한다. 그 새로움을 제대로 게임으로 녹여내지 못한 까닭이다. 너무 기존의 게임 시스템을 답습하여 그 참신함을 죽이거나, 혹은 너무 새로운 것을 추구하느라 게임 자체가 안정화되어 있지 않거나.

 

그런 반면 아다치 미츠루의 만화는 얼마나 새로운가. 물론 기본적인 플롯 자체는 거의 유사하다. 터치와 러프와 H2와 크로스게임... 그러나 그의 만화에는 항상 어떤 새로움이 있다. 플롯은 유사하더라도 그것을 풀어내는 방식에서, 그 디테일함에서 항상 사람들을 잡아끄는 무언가를 보여준 때문이다.

 

아마추어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다. 물론 프로도 저지른다. 새로운 아이디어, 획기적인 소재, 놀라운 전개, 개성적인 캐릭터... 그게 전부는 아니라는 것이다.

 

참 부럽다. 나로서는 워낙에 같은 내용을 말하거나 글로 써도 그닥 주목을 받지 못하는 편이라. 같은 내용으로 말을 하고 글을 써도 나보다 다른 사람이 더 주목을 받고 호응을 얻는다. 나는 오히려 그로 인해 비호감이 되기 쉽다. 그런 점에서 나도 한 번 쯤 가져보고 싶은 스킬인데...

 

아무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데 넘어가는 대중이 있다는 것이 그 또한 텔링의 한 방식이기도 하더라는 것이다. 나도 예전에 많이 써먹던 방식이다.

 

"어느 논문에 따르면..."

"어느 학자에 따르면..."

 

지인의 권고로 이제는 그런 장난질 치지 않는데, 그러면 대개 먹힌다. 괜히 관계도 없는 전문용어 끌어들이고, 어쩐지 그럴싸해보이는 원문을 갖다 붙이고, 의외로 사람들이 그런 권위에 약하다. 그러면서 도취된다.

 

"나는 뭔가 대단한 것을 보고 있어."

 

이를테면 백화점에서 명품을 파는 방식이라 할 수 있을 텐데, 인간의 허영심을 자극하는.

 

그러나 나도 이제는 나이도 먹었고 그런 데 휘둘리기에는 또 머리도 굵은 터라, 보고 있으면 그저 어색할 뿐이다. 누가 출연하고, 어떤 놀라운 것이 있고... 말했든 그런 건 주변이라는 거다.

 

어쩌면 가장 기본일 터인데도... 아마 알기도 다들 알 것이다. 다만 그것을 실천하기가 어려울 뿐. 그게 된다면 개나소나 작가고 대가고 하겠지.

 

명품이란 뭔가 대단해서 명품이 아니라는 거다. 명품이 아닌 것과의 차이는 아주 작다. 그럼에도 그것이 명품인 이유. 바로 그 디테일에 있다. 그것을. 요즘 많이 느낀다. 좋은 작품이란, 대가란 바로 대중과 소통할 줄 아는 것이라고. 그런 섬세함이. 세밀함이. 

 

하긴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다면 과연 그것이 명품일까? 명품의 가치란 그 희소성에 있는 것일 테니. 그 가치를 알기에 더 귀한 것이 그런 명품일 것이다. 작품 역시 마찬가지. 좋은 작품은 그래서 드물다. 항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