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회

여자는 누구를 위해 화장을 하는가? - 아이돌 노출에 대한 다른 접근...

까칠부 2010. 5. 29. 21:22

아마 흔히 보는 모습들일 텐데...

 

먼저 여성들 입장에서 그런다.

 

"짧은 옷을 입으면 너무 그쪽만 보고 그러는 것 아니냐? 성희롱이다!"

 

그러면 남자들은 말한다.

 

"보여주려고 입은 것 아냐?"

 

진에서 위조한 삼진으로 넘어가는 시기, 지백을 섬기던 이로 예양이라는 선비가 있었다. 그는 왜 그 전에 섬기던 범씨와 중행씨에 대해서는 그러지 않았으면서 지백에 대해서만 유독 의리를 지키려 하느냐는 말에 이렇게 대답한다.

 

"여자는 사랑하는 이를 위해 화장을 하고, 선비는 알아주는 이를 위해 죽는다."

 

그러나 생각해 보자. 과연 여자는 사랑하는 이만을 위해 화장을 할까?

 

여초사이트 가 보면 여자아이돌들에 대해 그리 관심이 많다. 생김이며, 메이크업이며, 스타일이며... 그리고 또 여초사이트에서 좋아하는 여자아이돌의 취향이라는 것도 남초사이트와는 다르다. 만일 여자들이 추구하는 아름다움이 어떤 이성에게 보이기 위한 아름다움이라면 여성을 소비하는 취향도 남성과 일치해야겠지. 그러나 과연 그런가?

 

물론 남자가 열심히 헬스를 하고 복근을 만들고 하는 것은 많은 부분 여성들에 잘 보이기 위해서다. 머리모양을 어떻게 하고, 피부관리도 어떻게 하고...

 

그러나 그런 한 편으로 거울 앞에 선 자신을 돌아보는 거다. 아, 축 늘어진 배가 싫다. 근육 없이 폭신한 두붓살이 정말 보기 싫다. 그것은 다른 누구 때문이 아니다. 자기 자신 때문이다. 스스로 자기에게 만족하고 싶기 때문이다.

 

아름다움이란 말하자면 자기표현이다. 인간이 자기를 표현하는 수단은 단지 언어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표정이나 몸짓이나 그리고 자신의 생김과 차림까지. 당당한 자신을 표현하려 하는가? 귀엽고 애교스런 자신을 표현하려 하는가? 여성으로서의 매력이 물씬 풍기는 자기를 내보이려 하는가?

 

남자도 그에 따라 몸을 가꾸는 방식이 다르다. 근육을 키울 것인가? 아니면 날렵하게 윤곽만 잡을 것인가? 구렛나룻을 기를 것인가? 수염을 기를 것인가? 살갗을 태울 것인가? 물론 궁극적으로 남들에 보이기 위한 것이기는 하지만, 단지 보이기 위한 것만이 아닌 자기 자신에 대한 주장이며 표현인 것이다. 여성은 아닌가?

 

여성의 섹시함에 대해서도 그렇다. 섹시하다. 멋지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남성의 어떤 욕망에 봉사하고자 하는 섹시함이나 멋짐은 아닐 것이다. 섹시하다는 게 무언가? 여성스럽고 여성으로서의 매력이 물씬 풍긴다는 뜻이다. 아름답다는 것이고 그만큼 자신있다는 것일 게다.

 

남자를 위해 보여주는가? 그보다는 자기가 좋아 보여주는 거다. 남자더러 보라고 드러내는가? 내가 자신있으니 드러내는 것이다. 그런데 거기에 불손한 눈빛을 보내거나 하면?

 

그러나 인간은 결국 이기적인 동물이라 그런 것에까지는 신경이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원래 그런 것 아닌가? 누군가 내게 친절하게 대하면 나를 좋아해서겠거니... 그러나 원래 타고나기를 친절한 거다. 혹은 워낙 불쌍해 보여서 동정한 것이거나.

 

연예인의 섹시컨셉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과연 연예인의 섹시함이란 어떤 성적 욕망을 위한 것인가? 그보다는 자신의 매력을 최대한 강조하여 대중에 주장하고자 하는 것인가? 단지 그것은 성적으로 소비되고 마는 것인가? 본연의 아름다움으로서 건전하게 소비될 수 있는 것인가?

 

단지 살을 드러낸다는 이유로, 혹은 몸매를 드러낸다는 이유로, 그것을 오로지 성적으로만 받아들인다는 것은 얼마나 이기적인가. 이기적일 뿐만 아니라 말초적이다.

 

물론 길을 가다 예쁘고 잘 빠진 이성이 있으면 한 번 쯤 눈이 가는 건 자연스런 것이다. 어느 정도 자신을 드러내는 옷을 입고 있다면 더 눈이 가겠지. 그렇더라도 과연 그것을 성적으로만 소비하려 들 것인가? 그러기에는 인간이란 너무 아름답지 않을까?

 

김태원이 그랬지.

 

"모든 일에 감동하라."

 

아름다움을 보고 감동하는 자세도 필요하지 않을까?

 

물론 그런 건 있다. 원래 그럴 목적으로 벗기는 건 있다. 벗겨서 성적으로 소비시키고자. 성적인 욕망의 대상으로 팔아먹고자. 그러나 그렇더라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의 문제다.

 

사람은 꽃보다 아름답다. 감동할 수 있다면.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요즘 참 옷들이 짧아지고 얇아졌다. 보기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