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기억에 새롭다. 아마 청소년 교양 어쩌고 하는 화집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어느 기독교관련 여성단체에서 태클을 걸고 들어갔었다.
"그림 가운데 여성의 젖가슴이 보인다."
신윤복의 단오도다.
어느 사진작가가 인터뷰에서 그런 고민을 이야기한 적 있었다.
"누드와 포르노의 경계는 참 모호하다. 대상을 어떻게 대하느냐로 결국 포르노가 되고 누드가 된다."
맞던가? 워낙 오래전에 읽은 인터뷰기사라.
한 마디로 기껏 누드라고 찍어놓았더니만 대중은 그것을 포르노로만 보더라는 것이다.
많은 예술가들이 인간의 누드를 탐닉하는 것은 굳이 어떤 성적인 욕망을 추구하고자 해서가 아니다. 화가가, 조각가가, 사진작가가, 왜?
간단히 아름다운 거다. 아름답지 않은가? 인간의 육체란? 밀로의 비너스를 보라.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을 보라.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은 어떠한가?
굳이 누드에서 성적인 욕망을 배제할 수 없다면 동성의 누드를 떠올려보라. 남성의 누드를. 잘 단련된 근육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그것은 인간이기에 당연히 느끼는 감성이다. 노래에도 있지 않던가.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바로 그같은 인간의 본질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다. 누드란. 어쩌면 그것도 하나의 욕망의 대상일 수 있다. 아름답고 싶다...
남자가 잘 생긴 남자를 추구하는 것이 단지 동성애자여서만은 아닐 것이다. 남자가 멋진 근육을 가진 남자를 동경하는 것도 역시 그가 게이라서는 아닐 것이다. 마찬가지로 여성도 아름답고, 예쁘고, 귀엽고, 늘씬하며, 육감적인 여성에 대해 호감과 동경을 느낀다. 레즈비언이라서?
남자가 멋진 근육을 추구하고, 여자가 아름다운 몸매를 추구하고, 단지 남자는 여자에게 보이기 위해서, 여자는 남자에게 보이기 위해서만일까? 거울 앞에서 도취되고 싶은 마음에서도 사람은 다이어트를 하고 운동도 한다. 인간의 육체란, 그 멋스러움이란 단지 성적인 수단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게 아닌 것이다.
문제는 뭐냐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로부터 어떤 성적 욕망을 보고야 마는 사람들이다. 기껏 예술사진이라고 찍어놓았더니만 그것도 누드라고 화장실로 달려가는 어떤 덜떨어진 인간들처럼.
춤이란 소통이다. 춤이란 자신의 육체를 통해 상대에게 언어가 아닌 수단으로써 자기를 전달하는 것이다. 그래서 현대무용을 보면 그렇게 인간의 육체의 선을 그대로 드러내는 타이트한 복장을 많이 입는다. 그리고 아름답다. 춤을 통해 보여지는 인간의 육체란.
걸그룹 노출논란을 보면서 어이가 없는 게 그래서다. 솔직히 나는 전혀 그런 느낌이 없었다. 춤을 추는구나. 예쁘구나. 아름답구나. 무대가 멋지구나...
물론 옷을 입고 추는 쪽이 더 멋진 춤이란 것도 있다. 나풀거리거나, 혹은 단단하게 조이거나, 뭐 옷도 춤을 표현하는 한 수단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보다 인간의 육체를 드러냄으로써, 그를 통해서만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춤도 있는 것이다. 후자의 경우라면 따라서 넘치지 않는 선에서 자신을 드러낼 필요가 있겠지. 그것을 누가 판단하는가면... 물론 대중이기는 하다.
하여튼 재미있더라는 것이다. 나는 거기서 그게 브라탑인지 탱크탑인지 잘 보이지도 않았다. 음악이 어떻구나, 춤이 어떻구나... 그리고 말했듯 멤버들이 참 예쁘구나...
한 마디로 뭐냐면 아이엄마가 아기 젖을 물리는 것도 선정적이더라는 것이다. 아기 엄마가 아기가 울며 보채길래 젖을 물렸더니 그것도 음란하더라고. 인간의 육체란 - 여성의 육체란 성적 대상일 뿐이라.
성욕과잉의 시대라고나 할까? 뭐든 보면 껄떡껄떡 살색만 약간 보이면 정신을 못 차리는 인간들이 있더라는 것이다. 그대로 보면 예쁘고 멋지건만 굳이 그것을 성적으로...
하긴 솔직히 그런 의도가 없다고는 못하겠다. 기획사에서 과연 순수하게 아티스트적인 미학을 추구하고자 그리 노출을 시키는 것일까? 그러나 그렇더라도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설사 그렇더라도 그 자체를 순수하게 미적으로 즐길 수는 없는가.
내가 생각하는 이번 논란의 핵심이다. 인간의 육체란 과연 성적인 수단인가, 미적인 대상인가. 성적인 수단이더라도 욕망으로서만 소비할 것인가. 여성을 성적으로 소비하려는 의지가 없다면 과연 여성을 성적인 수단으로 삼으려는 시도가 있을 것인가. 단지 얼마간 더 노출하는 정도로 성을 상품화하겠다는 의도라는 것은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질 것인가.
인간의 육체를 인간의 욕망으로부터 해방하는 것... 여성의 육체를 남성중심의 성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은 또한 성을 상품화하려는 어떤 의도로부터도 자유로워지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인간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굳이 성적인 수단으로서가 아니더라도.
결론, 인간은 아름답다. 특히 아름다운 이성이란 그 자체로 축복이다. 어떤 욕망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 아름다움 자체로서. 아름다움이란 만일 신이 있다면 신이 인간에게 베품 최고의 기적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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