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근대사회의 재판이란 아주 재미있다.
고발자가 있다.
"너 잘못했지?"
그러면 피의자가 자신의 무죄를 입증해야 한다. 매맞고, 주리틀리고, 불로 지지고,
심지어 물에 넣어서 죽으면 무죄이고, 살아남으면 마녀이니 유죄라는 마녀재판도 있었다.
요즘 재판이 경찰이나 검찰에다,
"얘 잘못했어요!"
고발장의 내용에 대한 엄정한 심사가 있은 뒤에나 수사에 들어간다. 그냥 고발한다고 수사하는 게 아니라.
즉 어떤 범죄든 그 내용을 제기한 당사자가 그에 대해 입증할 책임이 있다.
타블로가 학력을 위조했는가? 그러면 증거를 대야겠지?
이미 증거는 있다. 스탠포드 대학에 다니엘 선웅 리라는 이름의 졸업생이 있고 학사와 석사를 받았다. 남은 건 그 다니엘 선웅 리가 이선웅 - 타블로 맞느냐? 그런데 증거 있어?
이게 얼마나 고약하냐면,
"우리는 이런 의심을 가지고 있거든? 어서 불어!"
길가다 양아치 녀석들이 그런다.
"뒤져서 나오면 10원에 10대다?"
이건 완전 협박 아닌가 말이다. 지들이 뭐라고.
진짜 인터넷 문화의 폐해인데, 언제부터인가 네티즌 네티즌 하고 띄워주니 자기네들이 뭐라도 되는 줄 안다. 그러니까 자기네들이 뭐라 주장하면 연예인은 나와 해명해야 하고...
왜? 왜 그래야 하는데?
나라도 않는다. 나라도 않을 거다. 내가 대학 나와서 나왔다고 하는데 뭔 인증?
물론 약간의 뻥은 있어 보이더라. 그것도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그러나 그런 정도는 익스큐즈되는 것 아닌가? 그런 것 일일이 신경쓸 거면 무릎팍도사같은 것 못 본다. 승승장구나, 강심장이나, 놀러와, 해피투게더... 과연 조금의 과장이나 편집이 섞이지 않은 이야기란 몇이나 될까? 일상에서도 그런 정도 자기포장은 양해해주는 게 상식이다. 그런 것 가지고...
아무튼 내 주장은 그거다. 확실한 근거를 가지고 와라. 반박하지 않을 수 있는. 정황은 필요없다. 스탠포드에 다니엘 선웅 리라는 사람이 없었다. 혹은 그는 타블로가 아니다.
어이가 없어 반박하고 싶은 마음도 안 드는 타블로를 동정한다. 저 인간들 죄다 콩밥 먹기를 바라며...
네티즌이라는 게 벼슬 아니다. 대중이라는 게 벼슬 아니다. 좀 정신 좀 차리고 살라. 웃긴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세상에 제일 해악이 생각없이 정의로운 놈이다. 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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