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회

타블로 사태 정리(2) - 오컴의 면도날

까칠부 2010. 6. 11. 14:15

어느날 한 신사가 보석가게에 찾아와 10만원짜리 수표를 내며 7만원짜리 진주를 샀다. 마침 보석가게 주인이 현금이 없어 이웃 옷가게에 10만원짜리 수표를 건네주고 10만원을 현금으로 바꿔 신사에게 3만원을 거스름돈으로 주었다. 그런데 보니 수표는 위주수표였다. 과연 보석가게 주인이 입은 손해는 얼마일까?

 

아마 답을 다 알지 않을까? 10만원. 설명해주어야 하나?

 

이런 것도 있겠다.

 

아이가 말한다.

 

"제가요 어제 집안청소도 했구요, 그제는 옆집 형구가 넘어진 걸 잡아 일으켜줬어요. 찬식이 알죠? 찬식이가 글쎄 돈을 잃어버렸다고 해서 한참을 같이 찾아줬네요. 찬식이 엄마가 찬식이랑 막내를 돌보라 해서 잘 돌봤다고 과자도 주셨어요. 여기 보세요. 어제 발견한 네 잎 클로버에요."

 

엄마가 대답한다.

 

"그래서? 네 성적표는?"

 

아마 맨 위의 문제를 틀리는 경우가 있다면 비슷하지 않을까? 맨 위의 문제에서 핵심은 신사가 10만원을 보석가게 주인에게 주었고 보석가게 주인은 7만원짜리 진주와 3만원의 거스름돈을 주었다는 사실이다. 나머지는 전부 부변이다. 전혀 상관없는 거다.

 

학교 다닐 때 배웠을 것이다. 수학문제 풀 때 어떻게 하라 했던가? 공식은 최대한 단순하게. 시험문제가 길고 지문이 길면 그 가운데서 핵심을 찾아내라 했을 것이다.

 

바로 그것이 이번 사태의 문제였다. 핵심은 그거였다. 과연 타블로는 스탠포드에 다녔는가? 학석사학위를 받았는가? 그리고 그에 대한 여러 정황들이 있었다. 그것을 부정하는 정황들, 그것을 긍정하는 정황들. 그럼 그 가운데서 어떤 것에 무게를 두고 판단할 것인가?

 

가장 가치가 있는 것은 당사자 - 혹은 핵심관계자의 증언 - 울프교수의 증언이었다. 그리고 실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구체화된 증거 - 스탠포드에서 찍은 타블로의 사진이었다. 이 두 장으로 사실 모든 논란은 끝난 것이다. 두 명의 타블로가 있다? 그 가능성은 무시해도 좋을 정도로 낮다. 그렇다면 결론은?

 

다른 건 정황이다. 주변이다. 그냥 사람 헷갈리도록 만들어놓은 것이다. 그런데 거기 넘어간 것이다. 이러이러한 정황이 있으니까... 그것이 팩트를 가리고 판단을 흐리고... 왜? 자기 머리로 생각을 않으니까. 그냥 남이 그렇다니 우우우우우... 과연 스스로 그런 근거들에 대해 알아보려 노력한 적 있는가? 알아보려는 생각이 없다면 그렇다면 그런 건 없는 셈치고 넘어가는 거다.

 

모든 문제는 단순할수록 해답에 가깝다. 진실은 오히려 단순하다. 거짓이 오히려 정교하고 치밀하며 복잡하다. 그래서 거짓에 잘 넘어간다. 물론 나도 남 이야기할 건 아니지만.

 

생각이라는 걸 하고 살자는 말이다. 정황은 정황일 뿐 팩트가 아니다. 팩트란 굳이 추정이나 추측이 들어갈 필요가 없는 것을 말한다. 가정을 말하면 그것은 이미 팩트가 아니다. 팩트가 아닌 것으로 팩트로 삼으려니 문제가 생길 밖에. 스스로 확인하려는 노력이 없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