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카르트의 유명한 명제,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이 말은 유럽의 근대를 연 아주 중요한 말로 기록되고 있다. 왜일까?
다 의심해 보았다. 모든 것을 다 의심해 보았다. 그러나 한 가지는 의심이 안 된다. 바로 의심하는 자신.
나는 지금 의심하고 있는 거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신도 아니고 다른 무엇도 아닌.
이성의 시작이었다.
이성이란 당연히 의심하는 거다. 의심하지 않는 것을 맹목이라 부른다.
따라서 기존의 어떤 사실이 있을 때 의심하는 것은 매우 당연하다. 다만 과연 나는 어떤가 하는 거다.
데카르트도 자기 자신마저 자신의 모든 것들에 대해서마저 의심한 끝에 저같은 명제를 얻었다.
의심해야 할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니다. 바로 자신이다. 자신부터 의심하고 시작하는 거다.
연구나 실험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부분이다. 황우석이 여기서 걸렸다.
자기를 믿으면 안 된다. 자기가 틀렸을 것을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 사실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
과연 내가 관찰한 것이 사실인가? 내가 얻은 데이터가 진실인가?
그래서 몇 번이나 여러 대조군을 설정해 재실험하고 데이터를 모아 비로소 논문을 쓰는 것이다.
실험이란 때로 자기 이론이 틀렸다는 증거를 찾기 위한 수단이기도 한 것이다.
타블로와 관련해 여러 근거들이 인터넷에 퍼졌을 때 사람들은 둘로 나뉘었다.
하나는 그러한 의혹을 기정사실화하거나 편승하여 타블로에게 화살을 돌린 사람과,
다른 하나는 신중할 것을 주문하며 보다 객관적인 결론이 나오기를 기다렸던 사람들이다.
솔직히 나도 약간은 흔들렸다. 설마 학력위조가 사실인가?
그러나 차이라면 한 번 더 생각했다는 것.
과연 이것이 학력위조의 근거라 생각하는 나 자신의 판단은 옳은 것인가?
문제는 뭐냐면 남을 의심하는 건 좋은데 자기는 의심하지 않는 거다.
"내 상식으로는..."
"내 경험으로는..."
"내가 알기로는..."
그러나 확인해 봤는가?
그러한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
"말 함부로 하지 맙시다!"
아무리 그래도 타블로한테 쏟아붓던 100분의 1도 안 했거든?
자기가 욕하는 건 괜찮고 남이 욕하는 건 그렇게 싫다.
그냥 편협한 거다. 생각이 없는 거다. 자기만 알고, 자기만 잘났고 자기를 중심으로 완결된 세계에 갇혀서,
한 번만 더 생각해 보면 된다. 과연 나는 지금 옳은 판단을 내리고 있는가?
그러면 대부분의 의혹이란 단지 정황이며 의혹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러고 나면 뭔가 보인다.
판단의 주체는 항상 자기라는 거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이 나의 오만과 독선이고.
하지만 바로 나이기 때문에 그것을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더 조심해야 하는 것이다.
하여튼 찌질이 한 놈에 낚여서 파닥댄 군상들이라니...
도대체 타블로에게 이래라저래라 한 인간들 가운데 직접 그런 근거들을 확인해 본 사람이 있나 모르겠다.
가장 먼저 자기를 의심하고 남을 의심하는 거다. 자기를 의심하지 않고 남을 의심하는 걸 편협이라 한다.
내가 어떤 판단을 했다면 그것부터 먼저 의심하라. 남을 의심하기 전에 자신을 먼저 의심하라.
하긴 아무도 안 가르쳐주던가?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그런 건 가르쳐주지 않는다. 복종하는 법만 가르쳐주지.
객관식에는 의심이 없다. 복종만 있을 뿐. 복종은 곧 의심할 여지없이 옳은 것이다.
똑똑한 척 하던 사람들마저 쉽사리 넘어가게 된 이유다. 자기를 너무 과신했다.
네티즌이라는 말이 갖는 또 하나의 문제다. 네티즌이라는 말에 너무 큰 의미가 실려 있다. 네티즌이라 불리는 순간 자기가 뭐라도 되는 양 착각한다. 심지어 제법 인지도도 있고 하면.
네티즌이란 개티즌임을 인식하기를. 스스로 개티즌임을 알면 조금은 더 신중해지리라.
물론 반성이란 안 할 것을 안다. 반성이란 겸손함을 전제하는 것이다. 자기을 의심할 줄 아는 사람이 반성도 하는 것이다. 이미 결론을 내리고 그 결론을 위해 앞뒤 안 가리던 그 오만이 반성을 할까?
반성하지 않는 이성이란 이성이 아니다. 그건 그냥 맹목일 뿐이다. 그게 자기 수준인 거다.
한심한... 다시 말하지만 그래서 개티즌이다. 괜히 개티즌이 아니라.
대중을 말하고 네티즌을 말하는 이, 바로 그가 개티즌이다. 개에게는 그저 미안할 따름이지만.
동내 강아지들에게 밥이라도 나눠야 할까? 미안하자.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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