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자격

남자의 자격 - 수학적 사고...

까칠부 2010. 6. 13. 17:13

수학에서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행위가 바로 예단이다.

 

주어진 값이 있다. 그렇다고 적절한 추론의 과정 없이 없는 값을 예단해 넣어서는 안 된다.

 

만일 필요한 값이 없다면 없는 만큼만 계산한다. 그래서 더 이상 계산이 진행되지 않으면 거기까지만 계산한다. 모르는 것은 모르는 것이고 알지 못하는 것은 알지 못하는 것이다. 그것을 억지로 알려 하지도 안다고 생각해서도 안 된다.

 

시험에서는 그게 된다. 그런데 일상에서는 그게 안 된다.

 

없으면 없는대로 없는 채 넘어가야 하는데 그걸 못 견딘다. 모르면 모르는 채 모른다 넘어가야 하는데 그걸 못 참는다. 그래서 없는 걸 채워넣고 모르는 걸 집어넣는다. 많은 사고가 그렇게 일어난다. 없는 걸 있는 척, 모르는 걸 아는 척,

 

수학이 발견한 것 가운데 하나가 증명이다. 증명이란 주어진 조건을 가지고 그 정합을 논리적으로 추론하는 것이다. 물론 증명이 맞기 위해서는 검증이 필요하다. 증명한 결론을 가지고 다시 역으로 증명함으로써 증명이 타당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간단히 귀납적으로 증명하고 연역적으로 입증한다 보면 되겠다. 근거를 가지고 결론을 내리고, 결론을 가지고 근거를 찾는다. 논리의 기본이다.

 

그러나 그게 잘 안 된다. 귀납적으로 결론을 내리면 그게 옳다고 믿는다. 연역적으로 근거를 찾으면 그게 타당하다 여긴다. 그로부터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한다. 많은 문제들의 원인일 것이다.

 

수학이 왜 중요한가? 왜 필요한가?

 

나도 수학을 좋아했다. 잘하지는 못하지만 수학문제를 풀다 보면 그 명징함이 좋았다. 단 시험은 싫었다. 시험이 아닌 단지 문제를 푸는 과정을 즐겼달까? 수학에는 거짓이 없다. 가정도 없다. 수학은 주어진 값 만큼 공식이라고 하는 논리체계에 의해 항상 일정한 값을 내놓는다. 불확실한 시대에 수학만큼 확실한 것이 어디 있는가? 불확실하기에 수학과 같은 명징한 확실함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남자의 자격 가운데 유독 눈에 들어오고 귀에 가라앉은 이야기였다. 나도 중학교나 고등학교 수학시간에 저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어야 했는데. 그리고 그렇게 수업을 받을 수 있었어야 했다.

 

수학은 단지 문제풀이가 아니다. 논리이며 합리다. 논리적으로 사고하고 합리로써 추론하는 인간의 이성 그 자체다. 단지 그것을 문제풀이로만 접근한다는 것이...

 

그같은 질문을 던져 답을 이끌어낸 김태원이 고맙고, 그 질문에 아주 훌륭히 답해주신 수학선생님이 고맙고,

 

요즘 더욱 수학에 대해 생각케 된다. 부정확한 데이터를 아무 의심없이 받아들여 계산하고서 그것이 맞다고 자신할 수 있는 그런 오만함에 대해서도.

 

모르는 건 모르는 거다. 알지 못하는 건 알지 못하는 거다. 없는 건 없는 거다. 당연한 것을.

 

뒤늦게 의미있게 보았다. 나머지는 시간 나면. 이번주 것부터 써야겟다.

 

이런 맛에 남자의 자격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