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자격

남자의 자격 - 이런 걸 바랬기는 하지만 그러나...

까칠부 2010. 6. 20. 18:28

원래 이런 걸 바랬던 것이었다. 경기가 시작하기 전,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경기가 끝나고 나서, 중계화면으로는 볼 수 없는 경기장 바깥의, 관중석의 모습을. 그 흥분을. 그 열기를. 감동을.

 

그대로였다. 오히려 실제 그리스전보다 더 박진감넘치고 더 재미가 있었던 것은 함께 열광하는 감동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왜 서포터즈를 12번째 선수라 부르는가. 4년짜리 적금을 들어가며 월드컵을 쫓아다니며 응원하는 그 열정들이 있기에 관객이 가득 들어찬 경기장은 그렇게 뜨겁고 흥겨운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아쉬움이 있는 것은 과연 경기장면을 사용함에 있어 SBS와의 이야기가 끝났는가. 월드컵에서의 모든 영상에 대한 권리는 SBS에 있다. 그것을 SBS가 막대한 돈을 주고 피파와 계약을 맺어 사 들인 거다. 그런데 과연 KBS는 제대로 댓가를 지불하고 허락하에 그 장면들을 쓰고 있는가.

 

남자의 자격이라 했다. 남자의 자격이라면 가장 중요한 게 뭐가 있을까? 당당함이다. 누구에게도 꿇리지 않는 당당함이다. 그게 바로 남자다움의 첫째다. 이런 편법과 꼼수가 남자의 자격이라고 하는 타이틀에 어울리는가. 실망이라기에도 너무 큰 멀리 간 모습이었다.

 

감동이 있으면서도 아쉬운 건 그래서다. 재미가 있으면서도 허탈한 것은 그 때문이다. 이런 것을 바란 게 아니었는데. 뭔가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긴 SBS로서도 그래도 국민적인 축제인데 이런 정도는 양해할 수 있지 않았을까. 아니면 오히려 남자의 자격 팀과 합동으로 월드컵 예능을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었을 것이다. 물론 그러기에는 지금 KBS가 하는 짓이 마음에 들지 않기는 하지만.

 

보고 나서도 입맛이 쓰다. 아무리 좋아하고 보는 프로그램이더라도 역시 자본 앞에 내 마음 같을 수는 없구나. 새삼 현실을 깨달았달까. 서운함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