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버라이어티에서의 상황극이란 무엇인가? 그것을 제대로 보여준 회차가 아닐까?
김태원과 윤형빈의 학교 가시 싫어하는 불량학생과 그런 불량학생을 선도하려는 모범생 상황극...
그리고 이경규의 고모집에 얹혀사는 고학생의 홀로 상황극... 다른 멤버의 참여 없이 이경규의 내레이션만으로 모든 상황이 그렇게 정의되고 있었다.
이윤석의 빵셔틀 상황극도 웃기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런 게 바로 페이소스라.
이윤석 자신이 그런 경험이 있다고 했다. 싸움 잘 하는 아이들에게 도시락도 뺐기고 사전도 뺏겨서 헌책방에서 다시 사고... 그러나 그런 경험을 살려 능청스럽게 나약하고 소심한 전학생 연기를 해 보이고 있다. 보호해 줄 친구를 먼저 구하고, 쉬는 시간에는 빵셔틀을 자청하고...
이경규의 왕따 학생 연기도... 아, 확실히 이경규다. 혼자 떼어 놓아도 알아서 상황을 만든다. 상호작용 없이 자기가 끼어들어 그렇게 자기를 중심으로 상황을 만들어낸다. 이경규가 왜 이경규인가...
이정진에 질투하는 김성민의 모습이란 또 얼마나 웃기던가. 그러고 보니 저번 신입생 때도 둘만 따로 떼어 놓았더니 신경전이 장난이 아니었다. 이정진은 김성민의 분주함을 부러워하면서도 성가셔하고, 김성민은 이정진의 잘생긴 외모와 인기를 부러워하면서 질투한다. 꽤 재미있는 관계다.
"비뚫어질테다!"
기껏 먹을 것까지 사주고 환심을 사 놨는데 이정진의 등장에 모든 것이 무너지자 토라지는 김성민의 귀여움에 그냥 방바닥을 굴러 버렸다. 그같은 천진함이 이정진의 훈훈함과 또 적절히 어울리는 것 아니겠는가.
천지함으로 치자면 김태원도 빼놓을 수 없다. 천진함 이전에 천연덕스럽다. 과연 학교 다닐 때도 저랬겠구나. 연기라기보다는 실제 학교에 있는 듯이. 모든 것에 감동하라? 진심으로 학교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역시 가장 웃겼던 부분은 꾸벅 조는 윤형빈에게 종이를 뭉쳐 던질 때. 아, 많이 했었다.
그러고 보니 교실을 찾아가면서 김태원의 애드립,
"우리가 4반을 장악할 테니 너희는 3반을 맡아."
"통합하자."
그리고 하일라이트,
"바리케이드 챙겼니?"
푸하하하하하하--! 이 아저씨는 확실히 귀엽다.
다만 이번에는 김국진이 좀 약하지 않았는가는 아쉬움이... 그러나 김국진은 귀여운 것 하나만으로도 먹고 들어가니. 이경규와 엮어 놓았으면 좋았으련만. 이윤석에 먹힌 분위기다. 다음주면 다를까?
아무튼 그냥 생각없이 웃으며 봤다. 아아... 이런 게 리얼버라이어티로구나. 리얼버라이어티의 궁극은 각본 없는 시트콤이라는 이론을 확인하며. 재미있었다. 정말이지.
내가 생각하는 영화든 드라마든 예능이든 최고의 찬사란 그렇다.
"생각없이 그냥 봤다!"
생각이 많다는 건 집중을 못하고 있더라는 것. 집중하고 있으면 생각할 여지가 없다. 오늘의 남자의 자격이 그랬다. 생각 없이 그냥 흘러가는대로 즐기며... 최고였다. 바로 이것이 남자의 자격이라.
다음주를 기대해 본다. 미치겠다. 벌써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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